세계에서 우리나라 사람들 만큼 낙지를 즐겨먹는 민족도 드물다. 볶아 먹고 구워 먹고 데치거나 무치기도 하며,고기와 함께 전골이나 탕을 끓이기도 한다.
심지어 세발낙지는 손으로 쭉쭉 훑어서 산 채로 먹는다. 꿈틀꿈틀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지만 그 맛을 모르는 외국인들로서는 ‘몬도가네’라며 질겁하기에 딱 알맞다.
사실 서양요리에서 낙지나 오징어,문어 같은 연체류는 그다지 인기있는 식재료가 아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오징어를 ‘칼라마리’라고 해서 튀김으로 먹거나 토마토와 함께 수프를 끓여먹고,해산물을 즐기는 그리스인들조차 오징어를 구워먹거나 ‘옥타포디 시타로’라는 이름으로 문어를 삶아 식초로 양념해 먹는 정도다. 이것은 구약성경 레위기에서 ‘물에 사는 것 중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것은 부정하다’며 유태인에게 생선 외의 먹거리를 금지한 종교적인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일찍부터 낙지의 풍부한 영양에 주목한 모양이다. 바닷가 어민들은 낙지를 ‘뻘속의 산삼’이라고 불렀고,다산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은 그의 책 ‘자산어보’에서 ‘말라빠진 소에게 낙지 서너마리만 먹여도 벌떡 일어난다’고 적었다.
실제로 낙지는 단백질과 무기질이 다량 함유돼 쇠고기와 비교해도 영양가가 떨어지지 않는 바다의 스태미너 식품이다. 특히 드링크제에 들어가는 강장효과가 뛰어난 타우린 성분이 많아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출격을 앞둔 카미카제 대원들에게 오징어를 흥분제처럼 먹였다는 일화도 있다.
과연 그렇다면 피곤하거나 기분이 우울한 날 박카스 한 병 대신 낙지 한 접시를 먹어볼 일이다.
낙지는 요즘처럼 찬바람 부는 9∼10월이 제철이다. ‘오뉴월 낙지는 개도 안먹는다’는 속담이 있는데,낙지가 이 때 산란기를 맞기 때문에 영양가가 없기도 하거니와 산란 전의 포획을 방지하려는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샘표식품의 고문으로 활동하는 요리연구가 박종숙씨가 제안하는 낙지요리는 낙지볶음과 낙지연포탕,낙지호롱 세가지다. 낙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낚지볶음이지만 박씨의 조리법은 낙지를 데치지 않고 들기름에 볶는 것이 포인트. 멸치다시에 낙지를 넣고 레몬즙을 떨어뜨린 낙지연포탕은 향도 좋고 시원하다. 낙지를 볏집에 말아 구운 낙지호롱은 전라도 양반네들이 즐겨먹던 요리로,짚을 사용하면 비린내가 나지 않고 먹는 재미도 있다. 짚 대신 나무젓가락을 써도 상관없다.
◇낙지볶음
 <재료>낙지250g 애호박50g 당근30g 양파50g 실파60g 깻잎1묶음 풋고추2개 홍고추1개 양념(고운고추가루·들기름3큰술씩 굵은고추가루·통깨1큰술씩 설탕2큰술 생강즙·소금1작은술씩 맑은액젓½큰술) <만드는 법>①낙지는 잘 손질한 후 4cm 길이로 자른다.②양파는 도톰하게 썰고 고추는 어슷썬다. 애호박과 당근은 반달썰기하고 깻잎은 한 입 크기로 썬다.③양념재료를 한꺼번에 섞어 준비한다.④잘 달군 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호박과 당근,양파를 볶다가 ③의 양념을 한꺼번에 넣어 재빨리 볶는다.⑤고추와 파,깻잎을 넣고 다시 한번 재빨리 볶아 꺼낸다.
◇낙지연포탕
 <재료>산낙지2마리 생합5개 무50g 마늘2개 물3컵 청양고추2개 붉은고추1개 실파3뿌리 레몬즙1큰술 소금약간 맑은조선간장·통깨½큰술씩 <만드는 법>①낙지는 깨끗이 손질하고 무는 나박나박하게 썬다.②물에 생합을 넣고 끓인 후 고운 면보로 걸러 맑은 물만 준비하고 생합은 건져낸다.③②의 조개 삶은 물에 무와 맑은 조선간장을 넣고 끓으면 생합과 낙지를 넣은 후 살짝 한번 더 끓인다. 낙지는 통째로 넣어야 맛이 좋다.④레몬즙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실파를 얹어 완성한다.
◇낙지호롱
 <재료>중간크기낙지5마리 유장(참기름2큰술 간장1큰술) 나무젓가락 양념(간장·참기름·다진파2큰술씩 설탕·깨소금·배즙·다진마늘1큰술씩 꿀½큰술 후춧가루약간 생강즙½작은술 홍고추⅓개) <만드는 법>①낙지는 슴슴한 소금물로 주물러 닦는다. 머리 속의 내장은 제거하지 않는 것이 맛있다.②볏집이면 세줄기 정도 잡고 나무젓가락은 반으로 갈라 윗부분에 낙지 머리를 끼운 후 다리 부분을 모아쥔 상태로 볏집대에 말아 끝부분을 빠지지 않게 잘 끼운다.③달궈진 석쇠에 ②의 낙지를 유장을 발라가며 애벌 굽는다.④양념재료를 섞어 준비한 후 ③에 양념을 발라 가며 다시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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