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발효유

똥에서 위·간·혈압… 이젠 당뇨까지?
입력 : 2005.10.07 09:42 29'


관련 검색어
이슈 빨간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노벨의학상, 배리 마셜, 요구르트, 야쿠르트 아줌마, 장수나라 불가리아
1. 안녕하십니까? ‘이슈 빨간펜’ 코너를 맡고 있는 장원준 기자입니다.

여러분,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세균은 뭘까요? 이름도 거창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아닐까요?

얼마전 발표된 노벨의학상 수상자 얼굴은, 의외로 한국인에게 낯설지 않았습니다. 주인공 배리 마셜 박사가, 바로 이 헬리코박터균에 효험이 있다고 강조하는 국내 요구르트의 CF 모델로 오랫동안 활약했기 때문이지요. 오늘 주제는 요구르트입니다.

배리 마셜 박사는, 한국야쿠르트의 ‘윌’이란 요구르트 제품 광고를 4년 이상 해왔습니다. 그러니 이 회사는 이번 수상자 발표를 보고 경사가 났지요. 경쟁이 치열한 요구르트 업계에서, 기대 하지 않은 광고 호재를 만난 셈이었으니까요.

2. 흔히 요구르트라고 통칭되는 발효유 업계에서는, 얼마전부터 ‘대첩(大捷)’이 진행중입니다.

일단 발효유 시장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웰빙 바람과 건강 중시 풍조를 타고 요구르트 시장 규모는 연간 1조원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한국사람들이 요구르트 사먹는데 쓰는 돈만 한 해 1조원이 넘는다니, 참 대단하지 않습니까? 하긴 ‘레드 망고’라는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전문점까지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서 인구에 회자되고 있으니, 가히 ‘요구르트 시대’라 할만 합니다.

둘째로 발효유 시장의 전선이 대대적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대변을 황금색으로’ 라는 문구로 선명하게 기억되는 것처럼, ‘장(腸)’에 좋은 요구르트라는 마케팅 포인트로 큰 변환기를 맞았던 발효유 시장은, ‘위(胃)’, ‘간(肝)’을 넘어 올해에는 ‘혈압(血壓)’에 좋은 요구르트까지 내놓더니, 한 유력업체에서는 조만간 ‘당뇨(糖尿)’에 효과가 있는 제품까지 출시할 예정입니다. ‘당뇨 요구르트’가 나온다는 소식은, ‘이슈 빨간펜’에서 처음으로 전해드립니다.

3. 국내 요구르트 시장의 35년 변천사를 한번 되짚어보겠습니다.

국내에 처음 선을 보인 요구르트는, 1970년대 초반의 ‘야쿠르트’였습니다.

지금도 어린이들이 많이 마시고, 또 일부 식당에서 후식으로 제공하기도 하는 바로 이런 모양의, 귀엽고 앙증맞은 반투명 플라스틱 통에 담긴 요구르트입니다. 마시는 요구르트라는 뜻에서 액상 요구르트라고 합니다.

그러다가 1980년대에 들어 ‘떠먹는 요구르트’가 나왔습니다. ‘요플레’, ‘슈퍼백’ 등이 바로 그런 제품입니다.

그 다음 세대가 ‘기능성 요구르트’입니다. 유산균이 일반 액상 요구르트보다 훨씬 많이 들어있고, 몸의 특정 부위에 좋다고 업체들이 주장하는 이 제품들은, 이제 한국에서 발효유의 대표 주자로 확고하게 자리잡았지요.

‘기능성 요구르트’가 태어난 것은 1988년입니다. 파스퇴르 요구르트가 그 개척자입니다. 20대 이상이라면 1990년 초·중반, ‘황금색 대변이 장 건강의 바로미터다’, ‘파스퇴르 사과요구르트를 하루에 3병 드시면 4~5일만에 대변이 황금색으로 변한다’는, 참으로 직선적인 파스퇴르의 광고 문구가 기억나실 겁니다.

파스퇴르유업의 창립자였던 최명재 당시 회장은 저온살균우유 논쟁, 고름우유 논쟁, 그리고 이 황금색 변 부각 등을 소재로 투박하면서도 공격적인 신문 광고 전략을 구사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파스퇴르 요구르트에 이어 ‘불가리스’(남양유업), ‘바이오거트’(매일유업) 등이 출시됐고, 1995년에는 ‘생명 연장의 꿈’이라는 인기 카피로 기억되는 매치니코프(한국야쿠르트)가 선보이면서 기능성 요구르트 시대를 업그레이드 시켰습니다. ‘유산균을 캡슐로 감싸서 몸 속까지 배달한다’는 ‘닥터 캡슐’이란 제품도 나왔지요.

요구르트에 ‘위(胃)의 시대’를 연 것은 아까 소개드린 ‘윌’입니다. 현재 하루에 65만개 이상 팔리는, 발효유 시장의 1등 제품입니다.

4. 조금 곁가지 이야기입니다만, 한국야쿠르트라는 회사는 좀 특이한 조직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야쿠르트 아줌마인데요, 아까 말씀드린 야쿠르트의 탄생과 함께 1971년 처음 선을 보인 이 분들 숫자가 요사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무려 1만3000명에 달합니다. 실핏줄처럼 전국 곳곳에 뻗어있는, 이 탐나는 조직을 활용하자고 각계에서 온갖 제안이 들어온다고 하는데요, 아직까지 회사측은 응하지 않고 있답니다.

‘윌’의 성공 사례 뒤에는 이 거대한 야쿠르트 아줌마 조직이 숨어 있는 것이죠. 그래서 윌 같은 한국야쿠르트의 유제품들은 할인점이나 편의점에서는 보기 힘든 겁니다. 다른 회사와 달리 이 조직적 판매망을 이용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겠죠.

5.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작년에는 ‘쿠퍼스’라는 제품이 나오면서 ‘간(肝)의 시대’가 열렸구요, 올해에는 남양유업이 ‘120 80’이라는 제품을 내놓으면서 이제 요구르트가 혈압까지 챙기겠다고 선언했지요. 그리고 조만간 한 유력업체는 당뇨 수치 조절에 도움을 주는 신상품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일본 연구진은 혈당치를 낮추는 데 효과가 있는 균 2종류를 발견했다고 발표한 바 있었지요.

얼마전에는 매일유업이 ‘불가리아’라는 제품을 내놓아, 기존의 강자 ‘불가리스’에 도전장을 내놓으며 싸움이 붙은 적이 있었지요. 결국 소송까지 갔다가 법원으로부터 ‘불가리아’라는 이름을 쓰지 말라는 판단을 받고 브랜드를 ‘장수나라’로 바꾸었습니다.

이 사건에는 배경이 있습니다.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유제품 업계의 라이벌로 경쟁이 치열합니다. 두 회사는 우유, 분유, 발효유 등 비슷한 제품 라인을 갖고 있는데, 매출액 차이가 딱 남양유업이 불가리스를 팔아치우는 만큼이라고 합니다. 사실 불가리스는 윌과 함께 요구르트 시장의 압도적인 양대 강자이거든요. 그러니 매일유업 입장에서는, 발효유 시장이 한 맺힌 승부처인 셈이고, 그래서 극히 이례적으로 주한 불가리아 대사까지 동원시켜 ‘불가리’ 계열 이름 쟁탈전을 벌인 겁니다.

6. 현재 발효유 시장의 구도는, 기능성 요구르트가 절반쯤이고, 이 ‘귀여운 액상 요구르트’가 3분의 1, 그리고 나머지를 떠먹는 요구르트 등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귀여운 액상 요구르트’ 시장이 정체 혹은 감소세를 보이는 것은, 주 소비층인 어린이 숫자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요구르트 시장만 봐도, 한국 사회의 흐름이 읽힙니다.

문헌을 찾아보면, 요구르트의 효시는 수천년전 뜨거운 사막을 떠도는 유목민의 가죽 주머니에서 자연스럽게 발효한 우유덩어리였다고 합니다. 김치와 된장의 마술을 생활에 접목시켜온 발효 선진국 대한민국의 국민 여러분은, 설마 요구르트를 ‘만병통치약’이라고 오해하시지는 않겠지요? 현명하고 지혜롭고 잘 활용하시면 됩니다. 이상 이슈 빨간펜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위의 텍스트는 조선일보 동영상 ‘갈슈’의 한 코너인 ‘이슈 빨간펜’의 6일 방영분을 정리한 것입니다. 이 코너를 포함한 ‘갈슈 매거진’ 프로그램은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NGC)’을 통해 7일(금) 저녁 8시, 8일(토) 아침 7시, 9일(일) 아침 8시에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NGC는 케이블TV(지역마다 채널 번호는 다름)와 위성 스카이라이프 TV(402번)를 통해 방영됩니다.

헬리코박터균, 요구르트로 해결?
의학계 “ 억제효능 일부 있지만 거의 박멸 못시켜”
이진우기자 jwlee@munhwa.com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을 발견한 호주의 두 의학자가 올해 노벨의학상을 수상하면서, 이 균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염, 위궤양 등의 원인이 되며, 감염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 감염률도 60% 정도에 이른다. 그러나 헬리코박터에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 위염, 위궤양 등의 예방을 위한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헬리코박터 박멸을 위한 항생제 치료는 소화성 궤양(위·십이지장궤양) 등 일부 질환에만 국한해 필요하고, 대부분의 위염은 헬리코박터와 상관이 없다. 또 헬리코박터균을 억제한다는 일부 요구르트 제품은 염증완화, 균 억제 효능이 일부 있으나, 약품이 아니므로 항생제와 달리 헬리코박터균 박멸효과는 거의 없다는 것이 의학계의 지적이다.


◈헬리코박터균이란=1982년 호주의 병리학자인 로빈 워런과 소화기내과 의사인 배리 마셜이 처음으로 위내에도 세균이 생존할 수 있음을 밝혔으며 이 후 이 세균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Helicobacter pylori)로 명명되었다.

‘헬리코박터는 몸 길이가 2~7㎛(1㎛=100만분의 1m)에 불과하다. 사람의 위 속에 기생하는 이 세균은 위염, 위궤양 및 십이지장궤양, 위암, 위림프종의 원인인자로 여겨지고 있다.

헬리코박터는 전세계 인구의 반수 이상이 감염되어 있어 인류가 가지고 있는 흔한 세균 감염증이다. 선진국에서는 감염률이 낮은 반면,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서는 감염률이 높다. 우리나라에서도 성인의 3분의 2 정도가 감염되어 있을 정도로 널리 퍼져 있으나, 소아의 감염률은 20%정도로 성인에 비해 현저히 낮고, 선진국의 소아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다.

감염경로는 분변이나 침, 구토물 등에 의하여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며 경제수준이 낮고 좁은 공간에서 밀집생활하는 사람에게서 감염률이 높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여부는 위점막을 떼내는 조직검사나 혈청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 이 균은 한번 감염되면 항생제로 치료해야 박멸된다는 것이 의학계의 설명이다. 고용량의 항생제 2가지를 합쳐 3~4가지 약물을 일주일 정도 꾸준히 복용하면 90%정도는 균이 제거된다.

헬리코박터 감염증을 진단하는 방법에는 크게 조직검사, 배양검사 등 내시경 검사를 필요로 하는 침습적인 방법들과 혈청검사 등 내시경 검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 비침습적인 방법이 있다. 이러한 방법들을 각각의 장단점이 있으므로 검사의 목적, 환자의 질환이나 여러가지 임상적인 상황에 따라 다른 방법이 이용된다.

◈증세별 치료방법=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된다고 모두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헬리코박터 학회에 따르면 헬리코박터균 박멸을 위한 항생제 치료가 필요한 경우를 다음 세가지로 한정하고 있다.

첫째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 소화성궤양의 경우, 둘째 일부 림프종(저위도 MALT 림프종), 셋째 조기위암 내시경 치료후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되는 경우다.

특히,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과 같은 소화성궤양 환자는 헬리코박터 감염 유무를 확인하고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소화성궤양은 치료 후 재발이 매우 흔한데 헬리코박터를 치료한 후에는 재발률이 현저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십이지장궤양의 경우 치료 후 1년 이내 재발할 확률이 적어도 50% 이상인데 헬리코박터를 치료하면 재발률은 10분의 1 정도로 감소된다.

반면, 위염이 진단된다고 하더라도 헬리코박터 감염을 꼭 치료할 필요는 없다. 위염의 유무 혹은 위염의 중증도와 소화불량, 속쓰림, 식후 불쾌감과 같은 증세와 헬리코박터의 관련성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헬리코박터를 제거한 후 증상이 호전된다는 뚜렷한 증거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헬리코박터를 제균하는 데는 강력한 항생제를 여러 종류 사용해야 하므로 약제에 의한 부작용도 발생한다. 헬리코박터 감염이 흔한 나라에서 위암이 흔히 발생하며 위암환자에게서 이 세균이 흔히 관찰된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WHO)는 헬리코박터를 발암인자의 하나로 간주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헬리코박터 감염을 치료하면 위암의 발생이 감소한다는 뚜렷한 연구결과는 없다.

이준행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헬리코박터 감염증은 매우 흔하지만 만성 위염의 증상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헬리코박터 감염을 치료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단 소화성궤양이 있는 환자는 반드시 헬리코박터 감염 유무를 검사하고 치료하여야만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도움말=이준행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이진우기자 jwlee@munhwa.com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리(Duck)  (0) 2005.10.09
닭한마리  (2) 2005.10.08
동동주  (0) 2005.10.06
연포탕(軟泡湯)  (0) 2005.10.05
씀바귀 Lxeris dentata  (0) 2005.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