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의 역사와 문화 집오리의 선조는 야생의 물오리. 기원전 2∼3천년 경 이집트의 벽조(壁彫)에 물오리를 사냥하는 모습이 남아 있을 만큼 오리고기를 식용으로 이용한 역사가 유구하다. 가금으로 사육한 기록은 고대 로마시대 바로 황제(Varro: BC110∼27년)의 기록이 가장 오래된 것이고, 오리사육이 성행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이후부터다.
오리는 한자어로 '鳧(부)· 鴨(압)· 鶩(목)'. 조선 선조 때 송강 정철이 쓴 「송강별곡」에는 오리가 '올히'로 나온다.신라의 고도 경주에 있는 안압지(雁鴨池)는 기러기[雁]와 오리[鴨]가 날아와 노는 연못[池]이란 뜻이고, 청둥오리의 서식처라서 청동 빛으로 더욱 짙푸른 강이 우리 압록강(鴨綠江)이다.
동양화에 등장하는 오리는 장원급제를 뜻한다. 오리 '압(鴨)'을 파자하면 장원급제를 뜻하는 '甲(갑)'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버드나무 밑에 오리 두 마리가 있는 동양화는 버들 '류(柳)'를 머물 '류(留)'로 읽어 과거에 장원급제한 행운이 계속 머물기를 바라는 그림이다.
오리는 영어로 'duck'(더크). 'lame duck'(레임 덕)은 절름발이 오리란 뜻에서 임기가조금 남아있어서쓸모없는 낙선한 대통령을 지칭한다.또한 뒤뚱거리며 걷는 오리가 다리마져 절게 된 것처럼 낙선한 대통령의 임기 말 행정이 불안정한 것을 '레임덕 현상'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벼 심은 논에 오리를 길러 무공해쌀을 생산하는 친환경 농업이 새로운 농가 소득원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사진]
오리고기의 영양가와 효능
오리고기는 닭고기에 비하여 육질이 질기고 비린내가 나며, 상대적으로 뼈와 기름이 많은 편이다. '닭 잡아 먹고 오리발 내민다'는 속담이나 '오리고기를 잘못 먹으면 손가락이 붙는다'는 옛말 등으로 미루어 오리고기는 제삿상이나 폐백 음식에 오르지 못하고 닭이 오르는 등 우리 조상들은 오리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은 것 같다.닭고기는 예로부터 영계백숙· 닭강정· 닭죽· 닭찜· 옻닭· 용봉탕· 초계탕· 삼계탕 등 요리가 다양하지만 오리고기는 널리 알려진 전통요리가 없다.
그러나 영양가가 소고기나 돼지고기에 뒤지지 않고, 고기류 중에서는 드문 알카리성 식품으로 동맥경화· 고혈압 같은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점차 알려지면서 최근들어 도시 근교 음식점을 중심으로 오리고기 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오리를 집단 사육하기 시작한 것은 '60년대 중반 전남 나주 지방에서부터. '80년대에는 전남 광주 유동 오리마을을 중심으로 탕 형태의 오리요리 소비가 이루어지다가, 곧이어부산 지방에서 오리불고기가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소비신장의 계기를 마련했다. '91년에는 오리고기가 완전 수입개방되면서 가격이 싼 수입 오리고기가 대도시 고기뷔페 식당에서 대중적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근래에는자동차 보유대수가 급증하면서오리고기를 취급하는야외음식점이 부쩍 늘어나게 되었다.
오리고기는 육류 중 특이한 알칼리성 식품으로체내에 축적되지 않는 불포화 지방산이 다른 고기보다 월등히 많고 필수 아미노산과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다. 단백질은 쌀밥의 6배, 콩의 1.4배이며, 비타민은 닭의 3.35배나 된다.특히 비타민C와 비타민B1,비타민B2의 함량이 높아 집중력과 지구력의 저하를 막는 한편 몸의 산성화를 막아주는 스테미너 식품이다. 또한 칼슘· 인· 철· 칼륨도 많이 들어 있어서 중요한 광물질의 공급원이기도 하다.
《동의보감》·《본초강목》등 옛 한의서에도 오리고기가 고혈압· 중풍· 신경통· 동맥경화 등순환기 질환에 특효가 있고, 비만증· 허약체질· 병후 회복· 음주 전후· 정력 증강· 위장 질환에 효험이 있으며, 몸안의 해독작용과 혈액순환을 도와 성인병에 특히 좋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다양한 오리고기 요리
오리고기로 만든 음식은 중국이나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 각국에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최고급 요리로 대우를 받으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중국의 '베이징(北京) 오리고기'와 거위와 오리의 간을 크게 사육시켜서 쓰는 프랑스의 '푸아그라'는 세계의 진미로 손꼽힌다. 또 프랑스의 오렌지를 갈아 넣고 삶은 오리 요리나, 폴란드의 물오리 요리, 일본 천황이 베푸는 만찬에 나오는 오리 요리는 유명하다.
중국 사람들은 닭고기와 오리알에 생강· 후추· 파· 소금 등을 넣고 끓여 만든 '오리알죽'도 즐겨 먹는다. 오리알죽은 식욕을 돋구고 소화도 잘 되어 건강에 아주 좋고, 잠이 부족한 사람, 아침에 일어나면 입안이 쓴 사람, 위산과다로 고생하는 사람, 애연가에게도 좋은 죽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푸대접 받던 오리고기 요리가 차츰 별미 요리, 건강 요리로 새롭게 인식되면서 오리탕을 비롯하여 오리로스구이· 오리주물럭구이· 오리백숙· 약오리탕 등 다양한 요리가 개발되고 있다.
'오리탕'은 오리를 토막내어 한번 헹군 다음 깻잎과 음양곽· 더덕 등 각종 약재를 넣고한번 끓인것을 냄비에 다시끓여 상에 올린다. 육질이 의외로 부드럽고 쫄깃하다. '오리주물럭구이'는 그날 잡은 오리를 굽는다.굽기 전에 녹각 등 약재와 배· 마늘 등 10여 가지 재료로 양념을 만들어 푹 재어 넣는다.팽이버섯과 양파 등을 겯들여 솥뚜껑에 구워 먹으면 기름이 솔솔 빠지는데,뼈로 끓인 뚝배기 오리탕이딸려 나온다.
'유황오리'는 '살아있는 금단(金丹)'으로 전해온 유황을 먹여 키운 약용 오리. 공들인 값어치가 보약이나 다름없다. 유황은 화기(火氣) 부족으로 생긴 체내의 노폐물과 독을 다스리는 '불덩어리'. 독성이 워낙 강해 함부로쓰지 못한다.
그러나 오리는 양잿물을 먹어도 잘 죽지 않을 만큼 생명력이 강해서 체질적으로 독을 잘 다스린다. 삶은 보리밥에 한약재를 섞어 먹여 키우면 유황의 독은 제거되고 약 성분만 쌓이게 된다. 한약 달이듯 다섯 시간 정도 푹 고면 고기 속 해독제가 약으로 우러나고, 유황 때문에 뼈처럼 단단해진 육질이 부드럽게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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