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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로먼글래스

[신라의 로먼글래스]

신라시대 고분에서 발견된 유리용기들은 그 화려함과 아름다움이 보는 이를 감탄하게 만든다.

이 유리병들은 멀리 서방에서 만든 제품들이 실크로드를 통해 신라로 ‘수입’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유리용기류의 유입과 제작이 시작된 것은 약 4세기경부터로 경주 제98호 고분(황남대총 남분·북분), 천마총, 금관총, 금령총 등에서 발견된 고분출토 유리용기는 특히 유명하다.

이 시기 고분들에서 발견된 대개의 유리용기류가 후기 로마에서 수입된 것으로 보인다. 로마는 기원전 1세기경 대량으로 유리제품을 만들 수 있는 대롱불기 기법을 발명했다. 당시 귀중품으로 인식되던 유리제품은 로마인들의 활발한 상업활동에 기대어 이집트, 터키, 독일 등 유럽 전역과 흑해연안까지 전파된다.


지난 1973년 발굴된 황남 대총. 높이 23미터 길이 120미터에 이르는 무덤으로, 신라의 고분중 가장 큰 규모다. 이곳은 황금의 무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금장식들이 쏟아졌는데, 이중 눈길을 끈 특이한 유물이 있었다.


바로 유리잔들과 유리병들이었다. 옷에는 아름다운 유리구슬장식들이 달려 있다.

황남대총에서 발견된 유리용기는 모두 열점. 남자 주인공의 머리맡에서 출토된 유리컵에는 물결무늬가 장식되어 있었다.


고대유리전문가인 이인숙박사의 말을 빌리면

“아주 작은 불투명 색깔의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이 있는가 하면 금박구슬도 있고 점박이 모양 구슬도 있다. 고대의 전통을 가진 곳의 유리 이것들은 외래품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형태는 잔·사발·병 등이며, 그릇표면의 장식무늬는 끈붙임무늬·그물무늬 등과 같은 끈무늬계통, 나뭇결무늬, 원형 혹은 귀갑·컷트무늬, 감반문(유리 표면에 감색의 유리를 덧붙인 것) 등이 사용되었다. 이와 같은 무늬는 독일 남부·시리아·헝가리·남러시아 등에서 발견되고 있는 페르시아의 싸산유리나 로마유리 계통의 특징적인 무늬이다.

경주 황남대총 남분에서 출토된 유리병의 모양을 살펴보면,

높이 25㎝로 전체가 연한 녹색을 띠고 있으며, 받침은 포도주잔의 받침을 축소한 형태이고, 몸체는 밑에서 차차 불러지다가 어깨 부근에서는 차차 좁아지면서 목을 형성하였다. 목에는 푸른 유리로 가는 띠를 여러 줄 돌리고, 입술에는 약간 굵은 푸른색 띠를 돌렸다. 손잡이는 굵게 ㄱ자형으로 역시 푸른 유리로 만들어 붙였고, 여기 금실이 감겨 있는 것은 손상된 것을 고정시키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이는 그리스에서 오이노코에(Oinocoe)라고 불리는 특징적인 유리병과 형태가 같다.

이 병과 함께 유리잔이 발견되었는데, 형태는 위가 넓고 밑이 좁으며, 전체의 색은 역시 연한 녹색이고 입술에 푸른색 유리띠를 돌렸다.

로마 또는 페르시아를 출발한 유리는 초원의 길 실크로드를 따라, 또, 인도와 동남아시아를 지나는 바닷길을 따라 한반도로 들어왔다.

신라는 중국 동북 지역에 전파된 서역 문물을 해상이나 육로를 통해 수입했을 것이다.


여기서 유리는 신라고분에서 발견된 로만글래스 유물을 통해서도 유추할 수 있는 유라시아와의 기술교역과 동서문화교류의 역사적 사실을 건축물 양식을 통해 조명해보는 의미도 갖고 있다.


원삼국시대인 경주 조양동 유적에서 착색된 유리구슬이 발견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 이전부터 이미 유리가 생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신라제품 중에는 독자적인 특색과 제작기법을 가진 것들도 있어 이들 유리용기는 신라의 서양 사람이 직접 제작한 신라제품일 가능성도 있다.


통일신라시대에는 유리제 사리병이 많이 만들어졌고, 더욱이 일상적으로 쓰였던 유리잔이나 주전자가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한국 고대 유리용기에서 고분출토 용기류 이외에 탑에서 발견된 유리사리병이 가장 주목할 만한 것으로, 불자(佛者)에게 있어서 지고(至高)의 신앙대상이었던 석탑에 안치하는 사리병의 재료가 유리였음은 유리가 얼마나 귀하고 사랑받는 존재였는가를 말해주는 것이다.


송림사 전탑출토의 사리병과 익산 왕궁리 석탑출토 사리병은 투명하고 짙은 초록색 유리의 아름다움과 유연한 조형미로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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