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수님, 점심때 집에 계실 거예요? 그럼 밥 좀 주세요!"
시동생이 밖에 일 보러 나왔다가 전화를 했다. 우리 집 근처에 있으니 점심을 먹으러 오겠다는 거였다.
시동생 전화를 받고 마음이 급해졌다. 이참에 안부 겸해서 들리는 것 같다. 밥은 있지만 반찬이 변변치 않는데, 뭘 해줄까?
비는 내리고, 시장에 가자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시장에 간 사이에 시동생이 올지 모르니, 그냥 집에 있는 걸로 한 끼 차려야지 했다. 얼마 전, 해먹고 남은 '부추수제비' 반죽으로 수제비를 끓이기로 하고 냄비에 마른 새우를 넣고 물을 부어 가스불을 당겼다 올렸다.
| | ▲ 부추를 믹서에 갈아 그 즙으로 반죽한 연둣빛 반죽 | | ⓒ 한미숙 | |
| | ▲ 물이 끓으면 바로 넣을 수 있게 반죽을 뜯어 그릇 가장자리에 올려놨다 | | ⓒ 한미숙 | |
| | ▲ 끓는 물에 넣으니 반죽색이 더 살아난다 | | ⓒ 한미숙 | |
| | ▲ 부추수제비에 부추를 적당히 썰어 파 대신 넣어준다. 부추즙 반죽에 생부추를 넣으면 부추의 통일된 맛을 느낄 수 있다. | | ⓒ 한미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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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시동생이 뚝딱 '해 치운' 진초록의 수제비 한 그릇! | | ⓒ 한미숙 | |
"형수님! 수제비 색깔이 왜 그래요?"
하얀 수제비만 먹다가 색다른 수제비를 앞에 둔 시동생이 물었다.
"이거 이름이 '급한' 수제비에요. 도련님 온다고 해서 엄청 급하게 만들었어요."
시동생 눈이 동그래진다. 부추수제비라는 걸 그렇게 빨리 만든 형수를 대단하게 생각하는 듯한 눈치다. 김치 하나 놓고 부추수제비를 맛있게 먹어준 시동생이 배를 퉁퉁 두드리며 일어났다.
시간이 제일 많이 걸리는 건, 사실 반죽인데. 어쨌든 한 그릇 뚝딱 해서 먹여 보내니 내 마음까지 다 불룩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