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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죽

여름에 먹는 영양 듬뿍 '호박죽'
남편과 함께 끓인 호박죽
정현순(jhs3376) 기자
▲ 먹음직스런 호박죽
ⓒ 정현순
"나 호박죽 안줄 거야?"
"저녁밥 먹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새 호박죽을 찾아?"
"그러게 출출해지네…."

군것질이 심한 남편은 저녁밥을 먹고 언제나 간식을 먹는다. 호박죽을 끓이기 전에는 빵, 과자, 아이스크림, 과일 등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이틀 전 호박죽을 끓이는 것을 보더니 당분간 다른 간식거리는 사오지 말라고 한다. 그 정도로 호박죽을 좋아하는 남편. 가끔 죽전문점에 가서 호박죽을 사다 먹기도 한다. 25일 늦은 밤, 한 그릇 뚝딱 먹더니 "콩이 들어가서인가 고소하고 든든하다. 죽집에서 파는 것하고는 게임이 안 된다, 안 돼, 한 바퀴 돌고 와서 자야겠다"하더니 밖으로 나간다.

▲ 큰 호박을 가르니까 1/4정도는 썩어있었다
ⓒ 정현순
▲ 두꺼운 껍질을 벗겨낸 호박
ⓒ 정현순
지난해 가을, 주말농장에서 지은 호박이 두개가 남아 있었다. 전부터 호박죽을 끓여 줘야지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지난 일요일(23일) 남편이 호박을 보더니 아무래도 썩은 것 같다고 하면서 호박죽을 끓이자고 한다. 난 "오늘은 다 귀찮은데"했다. 호박죽을 워낙 좋아하는 남편인지라 "내가 도와줄게"한다. 그러더니 베란다에 신문지를 펴놓고 호박을 다듬기 시작했다.

남편이 호박을 자르고 속을 발라냈다. 호박을 가르니깐 진짜 1/4정도는 썩어 있었다. 썩은 부분도 도려내고 성한 부분은 잘게 잘라서 끓이기 시작했다. 남편은 재미있는지 본인이 으깨준다고 주방기구를 들고 으깨기 시작했다. 정말 많이 변했다.

▲ 잘게 잘라서 불에 끓이기 시작
ⓒ 정현순
▲ 찹쌀가루나 밀가루를 물에 풀어 준비한다
ⓒ 정현순
▲ 요즘 많이 나오는 강낭콩도 넣고
ⓒ 정현순
끓는 호박을 으깨면서 남편 팔에 뜨거운 것이 튀었는지 "앗! 뜨거워"한다. 아무래도 안 되겠던지, 면장갑을 끼고서 으깨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다음부터 호박죽 끓일 때 이것은 내가 해줄게, 이게 보기보다 쉽지가 않네"라고 한다.

"그러게 해주면 쉽게 되는 줄 알지. 누구든지 직접 해봐야 한다니깐."
"알았어. 내가 해줄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큰 수확이란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푹 끓여 흐물흐물한 것을 좋아해 좀 오랫동안 끓였다. 처음 호박을 잘랐을 때 호박 속이 유난히 빨갰는데 끓이니깐 더 붉어진 것 같았다.

▲ 잘으깨진 호박죽에 한번 삶아 낸 팥을 넣고 끓인다
ⓒ 정현순
끓고 있는 호박에 한 번 삶아낸 팥을 먼저 넣고 끓여준다. 그런 다음에 요즘 많이 나오는 강낭콩을 삶아서 넣고 10분~20분 정도 끓여준다. 소금과 설탕을 넣어 간을 맞춘다. 어느 정도 끓으면 콩이나 팥을 꺼내어 잘 익었는지 확인한다. 그리곤 물에 미리 개어 놓은 밀가루나 찹쌀가루를 넣고 한 번 더 끓여준다. 그 다음에 불을 완전히 끈다.

그릇에 퍼서 입맛에 따라 설탕이나 꿀을 더 넣고 먹는다. 날이 더워 자연히 차가운 음식을 많이 찾게 마련이다. 그러나 뜨거운 호박죽을 한 그릇 먹고 땀을 흘리면 몸이 개운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로 겨울에 많이 먹는 뜨거운 호박죽. 더운 여름에 땀을 흘리면서 먹는 영양호박죽에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남편이 하는 말이 "여름에 먹는 호박죽은 아주 별미인데, 집에서 만들어 먹으니깐 더 맛있다. 최고다 최고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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