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밀가루 반죽 | | ⓒ 정현순 | | 어제(26일)는 하루 종일 흐린 날씨였다. 그러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장대비가 사정없이 내리고 있다. 하늘도 컴컴해지면서 내리는 비는 좀처럼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살살 오는 비라야 산책이라도 한다지만 그렇지 못할 정도로 퍼붓고 있다.
하루 종일 비가 와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니 왠지 기분이 좀 가라앉는 듯했다. 베란다에서 비가 땅에 떨어져 일어나는 파장을 보고 있으려니 갑자기 밀가루 부침개 생각이 난다. 얼른 냉장고를 뒤져봤다.
먹다 남은 채소들이 쏠쏠하게 나오기 시작하는데 거기에다 오징어도 있었다. 이 정도면 부침개 거리로는 충분하다. 그러다 이것들을 다듬고 지져야 하나 하는 귀찮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노릿노릿 구워진 부침개 생각이 났다. 부지런히 움직였다.
밀가루를 그릇에 덜고 계란과 소금, 후추, 물을 넣어 반죽을 해서 놔두었다. 그런 사이에 냉장고에서 꺼낸 채소들을 손질을 하고 잘게 썰었다. 잘게 썬 채소들을 밀가루에 함께 섞어 잘 저어준다. 덩어리진 밀가루도 없게 하고 채소들도 골고루 섞도록 하기 위해서다. 채소만 들어가도 이상하리만치 맛있는 부침개. 거기에 싱싱한 오징어가 들어가니 맛이 더 좋을 듯했다.
| | ▲ 손질한 채소를 밀가루에 섞어준다 | | ⓒ 정현순 | |
| | ▲ 채소등과 잘 섞어진 밀가루 반죽 | | ⓒ 정현순 | | 올리브유로 프라이팬을 달군 다음 한 국자 덜어 놓는다. 기름에 익어 가는 소리가 지글지글 거린다. 노릿노릿 구워지는 부침개를 보니 먹고 싶어진다. 부침개는 부치면서 먹어야 제 맛. 양념장도 만들었다. 간장에 설탕 1/2스푼, 물 약간, 식초, 겨자를 넣고 잘 섞어준다.
그리곤 잘 부쳐진 첫 번 부침개를 한 젓가락 떼어서 맛을 본다. 고소한 부침개와 새콤달콤한 양념장이 입맛을 자극한다. 부침개 부칠 밀가루 반죽을 넉넉히 했다. 금요일 저녁이면 집에 돌아올 아들에게 해주기 위해서다.
그 아이도 어느새 피자에 입맛이 길들여가고 있는 듯하다. 어려서는 부침개를 무척 잘 먹었는데. 어른이 된 지금 부침개를 먹으면 어떨지. 부침개를 한 조각 먹고 나니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은 괜한 느낌이 아니란다.
언젠가 방송에서 들은 얘기인데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 사람들이 밀가루 음식을 찾는 것은 몸에서 멜라토닌이란 호르몬이 부족해서라고 한다.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괜스레 우울해지기도 한단다. 그때 밀가루 음식을 먹고 나면 자연히 회복이 된단다. 밀가루에는 멜라토닌 호르몬을 공급 해주는 요소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몸이 원하는 것은 마음보다 먼저인 듯하다. 그러고 보면 말도 하지 못하는 몸은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존재인가 보다. 저녁에 남편의 밥상에도 노릿노릿하게 구워서 한 접시 올려놔야겠다.
| | ▲ 지글지글 노릿노릿 잘 구워지고 | | ⓒ 정현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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