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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나물 비빔밥

항암효과 있다는 가지, 나물로도 그만!
몸에 좋은 가지로 나물을 무쳐 맛난 비빔밥을 해먹다
전갑남(jun5417) 기자
요즘 우리 만물상 텃밭에서 거두는 게 많다. 연일 내리는 장맛비에도 큰 피해 없이 잘 자라고 있다.

감자 수확이 끝났다. 그리고 여러 작물에 열매가 달리기 시작했다. 피망을 비롯한 꽈리고추, 풋고추가 반찬거리로 등장했다. 강낭콩도 밥 지을 때 넣어 먹는데 그 맛이 아주 좋다. 넓은 호박잎을 들추면 애호박이 눈에 띈다. 부침개도 하고, 국도 끓여먹는다.

내가 좋아하는 토마토도 빨갛게 익기 시작했다. 방울토마토는 그냥 씻어 먹고, 찰토마토는 얇게 썰어 꿀에 재워 냉장고에 넣어 둔다. 시원하게 입에 달라붙는 토마토는 여느 과일과도 바꿀 수 없는 맛이다.

'장마철에 오이 크듯 한다'고 한다. 길게 늘어뜨린 오이는 하루에도 대여섯 개씩 딴다. 오이는 녹즙을 짜서 먹는다. 짜고 난 찌꺼기로 아내는 오이 마사지를 한다. 꿩 먹고 알 먹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머지않아 참외, 수박도 따먹을 수 있을 것이다. 아내가 가장 기대를 하는 옥수수도 수확을 앞두고 있다. 힘차게 줄기를 뻗은 고구마, 꽃이 피기 시작한 땅콩, 우산처럼 잎이 넓은 토란 등은 가을을 기약하며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가지에 영양이 없다고?

가지도 달리기 시작한 지가 한참 되었다. 5월 중순경에 가지 모종 20여 포기를 심었다. 처음 옮겨 심을 때는 심하게 몸살을 앓았지만, 열흘 가까이 지나 모양새를 갖춰가며 자랐다.

▲ 우리 가지 밭. 20여 포기에서 가지가 주렁주렁 달렸다.
ⓒ 전갑남
가지는 병해충에도 잘 견딘다. 무당벌레가 잎과 열매의 즙을 빨아먹기도 하지만 농약을 칠 정도는 아니다. 한번 달리기 시작하니까 장마 통에도 감당 못할 정도로 많이 달렸다.

며칠 전 아내 친구가 놀러왔다. 아내는 밭에서 이것저것 거둬들였다. 종이 박스에 바리바리 싸서 포장을 하는데, 가지를 보더니만 아내 친구가 손사래를 쳤다.

"가지는 싸지 않아도 돼."
"왜?"
"우리 집 식구들 가지는 별로야!"
"애는! 가지가 사람한테 얼마나 좋은 줄 아니?"
"영양가가 없잖아?"
"너는 TV도 안보니! 가지에 항암효과가 있다는 거 몰라?"

아내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며 핀잔을 주었다. 항암효과가 있다는 소리에 친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지를 덜어내려다 다시 주워 담았다.

가지는 93%가 수분으로 단백질, 탄수화물, 칼슘, 인, 비타민A와 C 등이 들어 있다. 수분이 대부분을 차지하여 영양적으로 별로 내세울 게 없다. 영양만 따진다면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한 작물이다.

그렇지만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 양을 저하시키고, 고혈압에도 좋다고 한다. 특히, 가지에 들어 있는 보라색 색소인 '안토시아닌'은 항암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가지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몸에 좋은 식품이라면 사족을 못 쓰지 않는가? 노화방지를 하는 항산화효과가 있고,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에도 좋은 여름철 건강 채소이다. 값 또한 무척 싸다.

날 가지를 먹으면 입술이 부르튼다?

아내가 가지를 10개 남짓 땄다. 엊그제도 그만큼 땄는데 또 딸 게 있는 모양이다. 크기가 팔뚝만한 것도 있다. 두세 개면 한 끼 먹고도 남을 것 같다. 서울에 갈 때 친척한테 갖다 줘야겠다고 한다.

▲ 수확한 가지이다.
ⓒ 전갑남
"여보, 요번에는 기름에 볶아먹으면 안될까?"
"쪄서 무치는 게 싫어요?"
"달리 해보는 것도 좋잖아."
"싱겁게 무쳐서 비빔밥 해먹어도 맛있는데."

아내는 기름에 볶는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기름기 있는 것보다는 담백한 것을 좋아한다. 예전 같으면 기름에 볶아 지방을 보충한다지만 요즘은 일부러 저칼로리 식품을 찾지 않느냐는 것이다.

내가 꼭지를 따며 예전 일이 떠올라 아내에게 물었다.

"당신, 날로 가지 먹으면 입술이 부르튼다는 말 들었어?"
"그랬지요."
"그게 사실일까?"
"글쎄, 아마 반찬거리가 궁하던 터라 날로 먹지 말라는 거 아닐까요?"

어린 시절 가지를 날로 먹으면 어른들은 입술이 부르튼다고 주의를 주었다. "날가지를 먹으면 이가 삭는다"거나, "혓바늘이 돋는다"는 말이 있었다. 먹을 게 흔하지 않았던 시절, 입이 궁금하면 가지를 날로 베먹었지만 실제 입술이 부르튼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반찬거리로 가지를 귀하게 여기지 않았나 싶다.

가지나물은 비빔밥에 최고!

예전 어머니가 가지나물을 무칠 때 일이 생각난다. 그 땐 가마솥에 밥을 하던 때라 밥물이 넘칠 때 밥 위에 가지를 얹어 쪄냈다. 뜨거운 김에 쪄진 가지를 찬물을 옆에 놓고 손으로 찢었다. 넓은 양푼에 다진 파 마늘과 양파, 고춧가루를 넣은 뒤 참기름 몇 방울 떨어뜨려 손으로 버무렸다.

▲ 아내의 손맛이 살아있는 가지나물이다.
ⓒ 전갑남
그리고 가지나물 무친 양푼에 열무김치와 고추장을 듬뿍 넣어 주걱으로 보리밥을 비볐다. 지금이야 쌀밥으로 비볐겠지만 쌀이 귀하던 때라 보리밥으로 비볐다.

밥이 비벼지면 식구들을 죄다 불렀다. 서로 앞 다퉈 먹다보면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맛나게 먹었다. 지금도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침이 꼴깍 넘어간다.

아내가 찜통에 가지를 넣고 찐다. 보라색이 변하면서 물러졌다. 뜨거운 가지를 젓가락을 넣어 쭈욱쭈욱 찢어낸다. 칼로 써는 것보다 손으로 찢어내야 맛이 있단다. 갈라낸 가지를 물기를 짜서 갖은 양념을 하여 맛나게 무쳐냈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주방 가득하다. 나물을 접시에 예쁘게 담아왔다.

▲ 가지나물을 넣은 비빔밥이다.
ⓒ 전갑남
내가 고추장을 찾았다. 큰 그릇에 나물과 김치를 넣고 밥을 비볐다. 아내가 비빔밥이 짜지 않느냐며 밥을 더 넣는다. 예전 많은 식구들이 둘러앉아 한 양푼에 같이 먹었던 맛에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한 그릇에 둘이 비벼먹는 맛이 그만이다. 맛난 음식이 있어 장맛비의 지겨움이 달아나는 것 같다.

비록 기름진 영양가는 낮다지만, 가지는 요즘 선호하는 웰빙 채소임에 틀림없다. 아내는 집에서 나는 가지로 다양한 방법으로 맛난 반찬을 만들겠다고 한다. 다음 가지 요리에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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