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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 값이 얼만데…. 지난봄에 보니 3만원도 넘더라. 엄만 당분간 꽃게는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결심했다야. 참아라, 참아. 돈이 얼만데…." "텔레비전에 보니 게 값이 많이 싸졌대요. 가을 꽃게가 많이 잡혀서 값이 떨어졌다던데…. 엄마…." '꽃게' 하면 슬픈 기억이 있습니다. 꽃게가 한창이라던 지난 봄, 알이 꽉 찬 암게를 사다가 간장게장도 담그고, 매운 꽃게 무침도 하고, 찜도 쪄먹어야겠다며 큰 맘을 먹고 서해의 한 포구를 찾았다가 '1킬로에 3만원을 호가한다'는 말에 놀라 엉뚱한 생선들만 사 가지고 발길을 돌렸던 기억이 있거든요. 하지만 며칠 전 인천의 소래어시장에 들러 꽃게 값을 알아보니 아들 말대로 예년에 비해 30∼40%는 저렴한 1kg당 1만원에서 1만5천원 사이에서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비교적 큰 것으로 고르니, 1kg당 1만2천원이라고 합니다. 기왕에 먼 길을 갔으니 동생들과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도록 넉넉히 6kg을 구입했습니다.
꽃게 무침은 꽃게 회무침이라고 할 정도로 선도가 중요합니다. 죽지 않은 상태로 양념에 버무려야 비린내도 나지 않고 껍질 속에 꽉 찬 단맛이 나는 속살 맛을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선도를 살리기 위해서는 재빠른 요리가 필수입니다.
꽃게를 집으로 가져오면 재빨리 물에 씻어 뚜껑을 떼고, 모래집과 불필요한 내장기관을 제거해야 합니다. 손질한 꽃게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준비해 둔 양념과 버무려 저장할 그릇에 담습니다. 이렇게 만든 꽃게 무침은 간이 충분히 밸 수 있도록 하루 정도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뜨거운 밥과 함께 먹으면 게 무침 한 조각에 밥 두 공기는 너끈히 해치울 수 있는 '밥도둑'이 된답니다.
"만드는 것만 봐도 침이 넘어가요. 엄마. 내일은 밥 많이 하세요. 빨간 게장 색깔을 보니 밥 세 그릇은 문제없을 것 같아요." 모처럼 가격이 내린 가을 수게로 만든 꽃게 무침. 여름내 더위에 시달리던 우리의 입맛에 싱그런 바닷냄새를 안겨줄 것입니다. 뭐든 제철에 먹는 것이 가격도 신선도도 가장 좋다는 것 잘 알고 계시죠? '밥도둑 꽃게 무침' 입맛 당기지 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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