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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무침

우리집 밥도둑 '꽃게 무침' 나가신다!
가을에 살 찬 수게로 만든 꽃게무침
김혜원(happy4) 기자
▲ 서해안 국내산 꽃게. 1kg당 1만원에서 1만5천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 김혜원
"엄마, 매운 게 무침 먹고 싶어요. 게 무침 좀 해주세요."
"꽃게 값이 얼만데…. 지난봄에 보니 3만원도 넘더라. 엄만 당분간 꽃게는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결심했다야. 참아라, 참아. 돈이 얼만데…."
"텔레비전에 보니 게 값이 많이 싸졌대요. 가을 꽃게가 많이 잡혀서 값이 떨어졌다던데…. 엄마…."


'꽃게' 하면 슬픈 기억이 있습니다. 꽃게가 한창이라던 지난 봄, 알이 꽉 찬 암게를 사다가 간장게장도 담그고, 매운 꽃게 무침도 하고, 찜도 쪄먹어야겠다며 큰 맘을 먹고 서해의 한 포구를 찾았다가 '1킬로에 3만원을 호가한다'는 말에 놀라 엉뚱한 생선들만 사 가지고 발길을 돌렸던 기억이 있거든요.

하지만 며칠 전 인천의 소래어시장에 들러 꽃게 값을 알아보니 아들 말대로 예년에 비해 30∼40%는 저렴한 1kg당 1만원에서 1만5천원 사이에서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비교적 큰 것으로 고르니, 1kg당 1만2천원이라고 합니다. 기왕에 먼 길을 갔으니 동생들과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도록 넉넉히 6kg을 구입했습니다.

▲ 소래에서 판매되는 간장게장. 3마리가 들은 제일 작은 통이 1만원입니다.
ⓒ 김혜원
상인들의 말에 의하면 7, 8월 두 달간의 금어 기간이 끝나고 막 잡히기 시작하는 수게는 요즘 가장 살이 차고 통통해서 게장을 담그든 게 무침을 하든 맛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10월 중순부터는 알이 들어찬 암게가 잡히기 시작하지만, 산란을 하고 난 후라 그 맛이 봄 꽃게만은 못하다고 합니다. 때문에 게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가을에는 암게보다는 수게를 쳐준다고도 합니다.

꽃게 무침은 꽃게 회무침이라고 할 정도로 선도가 중요합니다. 죽지 않은 상태로 양념에 버무려야 비린내도 나지 않고 껍질 속에 꽉 찬 단맛이 나는 속살 맛을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선도를 살리기 위해서는 재빠른 요리가 필수입니다.

▲ 꽃게를 사러가기 전에 미리 게무침 양념을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 김혜원
선도를 위해 조리 시간을 줄이려면 꽃게를 사러 가기 전에 미리 양념을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색 좋은 고춧가루에 마늘, 생강, 물엿, 간장, 청양고추 등을 듬뿍 넣고 잘 섞어 냉장고에 넣어두면 몇 시간 후 적당히 숙성되는데, 이렇게 숙성된 양념은 게장 무침뿐 아니라 다양한 조림이나 무침 양념으로도 사용하기에도 좋습니다.

▲ 재빨리 손질을 해야 꽃게의 단물과 살들이 빠져 나오지 않습니다.
ⓒ 김혜원
산지에서 구입한 살아 있는 꽃게는 집에 오자마자 바로 닦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놓습니다. 게의 참맛은 뚜껑 속에 들어 있는 내장에 있습니다. 젓가락 등을 이용해 게 뚜껑 속에 남은 내장을 남김없이 긁어 내어 양념과 함께 섞어 사용하면 게장 무침의 맛이 한층 깊어진답니다.

꽃게를 집으로 가져오면 재빨리 물에 씻어 뚜껑을 떼고, 모래집과 불필요한 내장기관을 제거해야 합니다. 손질한 꽃게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준비해 둔 양념과 버무려 저장할 그릇에 담습니다.

이렇게 만든 꽃게 무침은 간이 충분히 밸 수 있도록 하루 정도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뜨거운 밥과 함께 먹으면 게 무침 한 조각에 밥 두 공기는 너끈히 해치울 수 있는 '밥도둑'이 된답니다.

▲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조심 조심 손으로 버무립니다.
ⓒ 김혜원
꽃게 무침을 준비하는 내내 옆에서 앉아 잔소리를 하면서 간을 보던 아들이 냉장고에 들어가는 게 무침이 못내 아쉬운지 한마디 합니다.

"만드는 것만 봐도 침이 넘어가요. 엄마. 내일은 밥 많이 하세요. 빨간 게장 색깔을 보니 밥 세 그릇은 문제없을 것 같아요."

모처럼 가격이 내린 가을 수게로 만든 꽃게 무침. 여름내 더위에 시달리던 우리의 입맛에 싱그런 바닷냄새를 안겨줄 것입니다. 뭐든 제철에 먹는 것이 가격도 신선도도 가장 좋다는 것 잘 알고 계시죠? '밥도둑 꽃게 무침' 입맛 당기지 않으세요?

▲ 냉장고에 하룻밤만 재워두면 적당히 간이 밴 꽃게무침을 드실 수 있습니다.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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