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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무 열무김치

아내가 담근 강화 순무 열무김치의 그맛!
채마밭의 순무를 솎아 맛난 열무김치를 담그다
전갑남(jun5417) 기자
▲ 순무를 솎아 담근 열무김치. 아내의 손맛이 들어가 맛이 좋았다.
ⓒ 전갑남
지난 화요일(12일)의 일이다.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아내가 부른다. 김치를 다 담근 모양이다. 둘둘 만 열무김치를 입에 넣으면서 간을 보라고 한다.

"어때 싱겁지 않아요? 좀 삼삼하게 했는데."
"괜찮아. 고춧가루를 좀 더 넣지 그래?"
"빨간 게 좋아요? 무잎으로 담근 것과는 맛이 다르죠?"
"좀 쌉쓰름하고 향이 더 나는 것 같아. 아삭아삭하고."
"맛은요?"
"끝내 줘! 당신이 담갔는데 어련하겠어!"


아삭아삭 씹히는 맛에서 감칠맛이 난다. 말린 햇고추와 깐마늘을 갈아 찹쌀풀을 쒀서 담갔다. 칼칼한 맛이 내 입맛에 딱 맞는다. 아주 맛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자 아내의 표정이 환해진다.

"내 수고는 10이고, 당신이 90을 했네요. 고마워요."
"그래도 당신 손을 거치니까 끝이 난 거야!"

아내 말처럼 오늘 김치 담그는 수고는 거진 내가 한 거나 마찬가지다. 아내는 급한 볼일이 있어 서울에 갔다 왔다. 김칫거리를 솎아서 다듬고, 씻고…. 이런 일이 김치 담그는 일에서 90은 차지한다는 것이다.

솎는 시기를 놓친 것으로 김치를 담그면 맛이 떨어지고, 자라는 순무도 제자리를 잡는데 지장을 초래할 것 같아 일을 시작했다. 아내는 자기가 집에 있을 때 같이 하자는 데 미뤄서는 안 되겠다 싶어 혼자 했다.

순무 솎아 열무김치 담글 때

▲ 우리 순무밭의 일부이다. 솎아내고 북을 주었다. 자리 잡아 무럭무럭 자랄 것이다.
ⓒ 전갑남
8월 둘째 주에 씨를 뿌린 순무가 하루가 다르게 자랐다. 씨 뿌린 뒤 때맞춰 비가 와서 싹이 잘 텄다. 떡잎에서 속잎이 나오기 시작하자 밴 자리는 적당히 솎아주고, 아침저녁으로 물 주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밑거름으로 두엄과 깻묵을 든든히 하여 자라는데 힘을 실어줬다.

한 달도 못되어 자란 순무가 솎아먹을 만큼 자랐다. 한 뼘 간격으로 자리를 두고 죄다 솎아냈다.

한 소쿠리가 넘는 많은 양이 솎아졌다. 다듬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참을 다듬고 있는데 옆집할머니가 연장을 빌려달라고 오셨다. 일하는 내 모습을 보고 청승맞다고 하실까 얼굴이 화끈거렸다. 머리를 긁적이며 미리 말을 꺼냈다.

"애들 엄마 서울 갔거든요. 순무가 어찌나 연한지…. 지금 담그면 딱이겠죠?"
"말하면 잔소리지. 그나저나 이렇게 일해주니 사모님은 얼마나 편할까?"

오늘은 바라보는 눈이 고우시다. 채마밭을 가꿔 김치 담그는 일까지 도와주니 요즘 남자들이 나를 반만 따라가면 좋겠다고 칭찬이시다. 언젠가 오늘 같은 일을 보고 남우세스럽다고 하신 적이 있었다. 그 땐 몸 둘 바를 몰랐었다.

"순무는 김장 때 뽑아 석박지로 담가도 좋지만, 솎으면서 열무김치 담그면 아주 좋지. 전 선생도 순무 맛을 알지? 순무 맛을 모르면 강화사람이 아냐! 연한 잎은 쌈을 싸서 먹어 봐. 어떤 쌈보다 좋아!"

우리 집에 오시면 세상사는 데는 자기가 선생님이라시며 말씀이 많으시다.

"씻어서 소금으로 절이기까지 할 거지? 씻을 때는 살살 다뤄야 해. 그래야 풋내가 안 나지. 사모님은 언제 오나? 늦을 것 같으면 간은 와서 하라고 해. 간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질기고 쓰거든."

맛나게 김치 담가 한 보시기만 맛을 보여주라며 자리를 뜨셨다. 절이는 일은 뒤로 미뤘다. 연한 잎으로 몇 장 따로 골라냈다. 쌈을 싸서 먹어볼 셈이다. 우리는 순무잎 쌈을 즐겨먹는 편이다.

독특한 맛이 있는 순무

▲ 왼쪽이 무이고, 오른쪽이 순무이다. 순무는 자라면 뿌리가 팽이처럼 둥글다.
ⓒ 전갑남
강화도의 대표적인 특산물하면 인삼과 화문석을 떠올린다. 그런데 인삼은 그간 많이 재배하였는지라 연작을 하면 품질이 떨어지는 관계로 재배면적이 크게 줄었다. 화문석도 값싼 중국산에 밀려 예전만 못하다.

이제 강화순무가 명성을 떨치고 있다. 도로변 곳곳에는 순무를 뽑아 팔고, 김치 담가 파는 곳이 아주 많아졌다. 집집마다 김장무보다 순무를 더 많이 심는다. 우리도 순무를 꽤 심었다.

강화에 와서 순무를 먹어본 사람은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는다. 가을 김장철이 제철이지만 요새는 하우스재배를 하여 철철이 나온다.

사실, 순무는 무보다는 배추에 가깝다. 무와는 잎과 뿌리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잎은 보통 긴 타원형으로 무잎과 다르다. 뿌리도 무 맛과 다르고, 생김새는 팽이처럼 둥글다. 흰색도 있지만 자백색을 띤 것을 더 쳐준다.

손상된 간 기능을 회복하고, 발암물질을 제거하는데 탁월하다고 TV에서 소개된 뒤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 한 번 방송을 타면 너도나도 관심이 많다.

순무는 조선시대 각종 문헌에도 등장하고 있다. 특히 허준의 <동의보감>에 "봄에는 새싹을 먹고, 여름에는 잎을 먹고, 가을에는 줄기를 먹는 순무는 오장(五臟)에 이롭고, 씨를 쪄서 오랫동안 말려먹으면 장생할 수 있다"고 기록되었다.

인삼 맛을 느껴야 순무 맛을 제대로 안다?

▲ 저녁상에 차려진 순무 요리. 순무 쌈과 함께 작년에 담근 순무석박지도 꺼냈다.
ⓒ 전갑남
김치를 담느라 저녁이 늦어졌다. 담가놓은 양이 엄청 많다. 아내가 김치통에 꼭꼭 눌러 담는다. 너무 많아 나중엔 시어지지 않겠냐고 하자, 아내가 덧붙인다.

"애들한테 보내면 얼마 되는 줄 알아요! 김치냉장고에 넣어두고 먹는데 시어지기는 왜 시어져요."

김치 욕심이 많은 아내이다. 김치가 넉넉히 있어야 반찬 걱정을 하지 않는단다. 하기야 맛난 김치만 있으면 밥 한 그릇 뚝딱 아닌가?

작년 김장 때 담가놓은 순무석박지도 꺼냈다. 김치냉장고에 보관했더니 일 년이 다 되어도 맛이 살아 있다. 열무김치, 순무잎 쌈까지 오늘 저녁 찬은 순무 잔치다.

뜨거운 밥에 빨간 순무를 끼얹어 먹는데 새콤한 맛이 좋다. 열무김치는 하루쯤 숙성해먹어야 제 맛이 날 것 같다. 아내도 순무잎으로 쌈을 싸서 입이 미어지도록 넣으며 즐거운 표정이다.

어디서 들었다며 순무 맛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배추 꼬리 맛이 느껴지면 순무 맛을 모르는 사람이고, 겨자향의 인삼 맛을 느끼면 제대로 맛을 아는 사람이라고 하대요. 당신은 어디 쪽이야? 말하나마나 인삼 맛이죠!"

순무 열무김치 담그기

▲ 열무김치 담글 때 들어가는 재료. 양파, 부추가 들어가고 마른 고추와 마늘을 갈아 풀을 쒀 준비한다.
ⓒ 전갑남
▲ 갖은 양념을 골고루 섞고, 액젓을 약간 넣는다.
ⓒ 전갑남
▲ 살살 버무리면 맛난 열무김치가 완성!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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