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전어… 돈이 안 아까워 ‘錢魚’
가을 전어 값이 폭등했다고 한다. 가격이 치솟아도 없어 못 팔 정도라고 한다. ‘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가을 전어는 구워 먹는 것도 맛있지만 회로 먹는 게 영양소를 빼앗기지 않아 좋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완연한 가을이다.
요즘 제철 음식으로 가장 인기가 높은 게 ‘전어’다.
벌써 전국에 전어열풍이 불고 있다.
찾는 사람은 늘고 어획량이 줄면서 가격이 치솟아도 없어 못 팔 정도라고 한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는 이달 들어 전어 값이 지난달 하순보다 3배나 급등해 서해안에서 잡힌 것들이 kg당 2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예로부터 ‘가을 전어’는 유명했다.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는 ‘가을 전어 대가리에 깨가 서 말(영양가가 많다는 뜻)’이라고 했고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기름기가 많고 달콤하다’고 써 있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 ‘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 같은 속담도 있다. 가을이면 얼마나 맛이 좋은지 돈 생각도 않고 먹는다 해서 전어(錢魚)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한다.
‘가을 전어’가 최고의 맛을 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겨울을 나기 위해 몸에 영양분을 저장하느라 기름기가 가장 많이 배기 때문이다. 봄 전어가 지방함량이 2.4% 정도인데 가을 전어는 6%라고 한다. 전어를 구워 접시에 담으면 바닥에 흥건하게 기름이 고일 정도다.
몸길이 15∼31cm인 이 고기는 2, 3년 정도 자라면 가장 맛있는 크기인 15cm로 자란다. 몸매가 둥글고 비린내가 나지 않으면 싱싱하고 맛있는 전어라고 보면 된다. 썰었을 때 살이 단단하면서 불그스름한 빛이 감도는 게 좋다.
가을 전어는 맛도 좋지만 영양도 뛰어난 ‘웰빙 식품’이다. 불포화지방산이 있어 혈중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데 탁월한 효과를 내고 뼈째로 먹기 때문에 칼슘 섭취에도 도움이 된다.
비늘을 긁지 않고 굵은 소금을 뿌려 한 시간가량 재웠다가 석쇠에 얹어 구워 먹으면 좋다. 구운 전어는 머리와 꼬리까지 뼈째 먹어도 좋고 창자를 솎아내지 말고 그대로 먹어도 좋다.
굽는 것보다 회로 먹어야 영양파괴가 적다.
구우면 맛은 좋아지지만 회로 먹으면 치매예방과 시력에 좋은 DHA, EPA 등 지방산을 그대로 먹게 되어 좋다. 회로 먹기 위해 고기를 썰 때는 잘게 써는 것과 굵게 써는 것이 있다. 전어 뼈 회는 생선살을 등뼈와 함께 직각이나 대각선으로 자른다. 20cm 이상 큰 전어는 등뼈를 발라낸 다음 회를 뜬다. 뼈를 씹으면 고소한 맛이 배어 나오는데 별미다.
뼈 회로 먹을 때 전어가 너무 작으면 맛이 없다. 또 너무 크면 뼈가 억세서 먹기가 힘들다. 15cm 정도가 적당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야채와 함께 초고추장에 무쳐 즐긴다.
젓갈을 담그기도 하는데 전어 새끼로 담근 것은 ‘엽삭젓’ 또는 ‘뒈미젓’이라 불리고 내장만을 모아 담근 것은 ‘전어 속젓’이라 한다. 내장 가운데 위만 골라 담은 것은 ‘전어 밤젓’ ‘돔배젓’이라 부르며 전라도에서는 전어 깍두기를 담가 먹기도 한다.
전국 각지에서는 전어축제가 열려 미식가들을 불러 모은다.
전남 광양시에서는 15일부터 사흘간 ‘제8회 광양전어축제’가 열리고 보성군과 충남 서천군에서도 각각 22∼24일, 16∼29일에 전어 축제가 열린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