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생굴무침은 밥도둑입니다. 생굴을 많이 사와 양이 좀 많다 싶으면 젓갈처럼 무쳐서 두고두고 먹는 맛도 좋답니다. 배를 납작썰어, 혹은 무채를 섞어서 무치면 시간이 지나면서 물이 나와 흥건해지지만 이렇게 무쳐 삭히면 오래 두고 먹어도 맛이 그만이지요. 정말 밥도둑이 따로 없습니다. | | | ⓒ 김현자 | |
 | | | ▲ 서산 간월도에서 사 온 생굴입니다. 초고추장에도 찍어 먹고, 굴밥도 해먹고, 굴국도 끓여 먹고. 잊지 못할 간월도 생굴입니다. | | | ⓒ 김현자 | |
"와~! 반가운 밥도둑!"
"아빠, 꽃게지 젓갈이 밥도둑이에요?
"그럼. 게장도 밥도둑이 분명하지만 젓갈도 만만찮은 밥도둑이지. 뜨끈뜨끈한 밥에 이렇게 젓갈을 한 수저 척 떠 넣고 '쓱~쓱~!' 비벼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 몇 수저 안 먹은 것 같은데 밥이 어디로 다 갔나 모두 달아나고 없지. 그래서 밥도둑이야!"
해산물을 좋아하는 남편과 아이들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졌습니다. 며칠동안 미뤄 오다가 마음먹고 무치고 나니 손에서 고추며 마늘, 생강냄새가 폴폴 나고 약간 아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든든합니다. 이젠 당분간 밑반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맛있게 무쳐진 젓갈이 밥도둑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제 당분간 느닷없는 손님이 와도 걱정 없습니다.
다른 반찬 없이 뜨끈뜨끈한 밥에 젓갈 한 수저 떠 넣고 ‘쓱~!쓱~!’ 비벼먹는 것을 저도 좋아하여 일년 내내 우리집엔 젓갈이 거의 떨어지지 않습니다. 뜨거운 밥에 비며먹는 것은 물론, 입맛 떨어진 여름 한낮에 시원한 물에 밥을 말아 젓갈과 함께 먹다보면 달아났던 입맛이 어느새 다시 돌아오기도 합니다. 젓갈은 일품요리는 아니지만 몇 번을 먹어도 질리지 않고 생각이 납니다.
 | | | ▲ 일년 내내 먹어도 물리지 않는 '조개젓무침'입니다. 마늘에 맛이 배이면 고추와 마늘을 젓갈과 함께 먹어도 아주 맛있답니다. 밥도둑이 따로 없지요. | | | ⓒ 김현자 | |
 | | | ▲ 조개살이 노릇하게 잘 삭았지요? 먹어보아 오래 되어 절은맛이 없어야 하고 지나치게 짠것은 아무리 양념에 신경써도 맛이 개운하지 않아요. 참 단맛이 심한 것도 피해 주세요. 감미료가 지나치게 들어가서 맛이 개운하지 못하거든요. | | | ⓒ 김현자 | |
짭조름한 듯하지만 조갯살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조개젓입니다. 조개젓은 비린내가 나지 않게 잘만 무치면 일년 내내 두고 먹어도 맛있습니다. 또한 매콤하고 개운한 조개젓은 한여름 찬물에 밥을 말아 함께 먹어도 그다지 비리지 않아서 밥맛 찾는데도 좋습니다. 이렇게 마늘과 풋고추를 많이 넣으면 덜 비려서 자주 먹어도 절대로 물리지 않는답니다.
짠맛이 싫어도 반드시 먹어보고 사야겠죠? 짠맛이 싫으면 식초를 섞은 물에 잠시 담가 간을 좀 걷어내고 무쳐도 좋고요. 조갯살을 이용하여 집에서 삭힐 때는 소금의 양을 약간 줄여 냉장고에 넣어 삭히면 덜 짠 조개젓 무침을 먹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풋고추를 어슷어슷 썰어 무쳐 조갯살과 풋고추를 한꺼번에 집어 먹어 보세요.
비리다고요? 매운 고추, 마늘을 잘 조절하면 비린 맛이 거의 없습니다. 식초는 비린 맛도 줄여주지만 여름에 잡균을 없애주기 때문에 중요하죠. 식초 한 방울 잊지 마세요~!
 | | | ▲ 변산 곰소에서 온 꼴뚜기젓에도 송송 썬 고추와 어슷 썬 고추를 넣어 다시 버무렸습니다. 쫀득쫀득 씹히는 맛이 일품인 곰소 꼴뚜기젓입니다. 기본 양념도 맛있어서 그냥 먹어도 좋겠지만 매운 맛을 좋아한다면 고추를 더 넣어 무치면 더 맛있어요. | | | ⓒ 김현자 | |
 | | | ▲ 서산 간월도 어리굴젓은 밥도둑으로 소문났지요? 그냥 먹어도 될 만큼 맛있게 양념되어 있지만 삭으면서 굴에서 나온 걸죽한 국물에 풋고추를 좀 더 섞어 다시 무쳐 밥을 비벼먹어도 맛있답니다. | | | ⓒ 김현자 | |
 | | | ▲ 믹서나 카터기에 넣어 찧는 것과 칼자루 끝으로 통통 찧는 맛의 차이는 엄청나죠. 특히 나물을 무치거나 젓갈처럼 한번 무쳐 오래 먹을 수 있는 음식에는 콩콩 찧은 것이 음식맛을 변하지 않게 하는 듯해요. 금방 먹을 것에는 찧은 것만, 오래 두고 먹을 것에는 납작납작 편으로 썬것을 더하여... | | | ⓒ 김현자 | |
 | | | ▲ 반갈라 송송 썬 고추는 젓갈에 매운 맛이 고루 스며들게하고, 어슷 어슷 썬 것은 젓갈과 함께 하나씩 곁들여 먹는 것을 우리집은 좋아한답니다. 풋고추는 몸에도 좋고, 젓갈과 함께 어우려 먹는 맛도 남다르고... | | | ⓒ 김현자 | |
젓갈을 무칠 때, 마늘에 대한 저만의 몇 가지 철칙이 있습니다. 마늘을 다질 때 믹서나 카터기를 이용하면 편하지만 필요할 때마다 몇 톨씩 까서 바로 바로 칼자루로 다져 먹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기계로 다진 마늘보다 이런 방법으로 찧은 마늘을 넣어야 음식 맛도 오래 유지된답니다.
하지만 젓갈의 종류에 따라 좀 다릅니다. 조개젓이나 꼴뚜기 젓갈처럼 비교적 오래 두고 먹는 것에는 납작 썰기 한 것과 찧은 것을 같이 섞어 무쳐 마늘을 넣습니다. 생굴 무침처럼 비교적 빨리 먹는 것에는 찧은 것만 넣되, 굴 무침에는 굴의 풍미를 위하여 아주 조금만 넣지요. 새우젓처럼 국물을 이용하는 젓갈에는 좀 더 곱게 찧어 넣고요. 갈치젓이나 황석어젓, 멸치젓에는 비린내를 없애기 위하여 마늘을 비교적 많이 찧어 넣습니다.
 | | | ▲ 생강의 향을 참 좋아하는편인데요. 생굴을 무칠때는 넣지 않는 것이 좋은 듯해요. 생굴만의 싱그러움이 줄어드니까요.중국산 생강은 굵지만 실같은 것이 있는 것에 비해 국산은 약간 작아도 찧어도 거칠지 않아 곱지요. | | | ⓒ 김현자 | |
 | | | ▲ 마늘싹이 돋은 걸 보니 이젠 설이 멀지 않았지요. 젓갈에 쓰는 풋고추는 만져보아 단단한 것을 넣어야 오래 두어도 무르지 않고, 풋고추를 골라 먹는 맛도 좋은 듯..."앗~! ...눈 비비지 마세요~!" | | | ⓒ 김현자 | |
우리 집 밥도둑입니다. 전, 젓갈하면 무엇보다 황석어젓이 유독 생각납니다. 5월쯤에 황석어를 파는 트럭이 동네에 오면 한 궤짝을 사서 젓갈을 담가 여름내 갖은 양념을 하여 밥에 쪄먹고, 다려서 김장을 하였는데요. 제 고향에선 이 황석어젓을 즐겼는데 젓갈을 담그는 것은 늘 친정아버지 몫이었습니다.
모든 음식은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특별하게 음식을 배운 적도 없고, 요리책 한 권 사본 적 없지만 지극히 젓갈을 좋아하는 부녀 때문에 비교적 자주 무치곤 하는 우리 집만의 젓갈무침법입니다. 젓갈을 이렇게 몇 가지 무쳐 두는 것만으로도 당분간 반찬 걱정은 덜합니다. 그리고 젓갈 두어 가지 냉동실에 넣어두면 갑작스런 손님이 와도 밑반찬 걱정을 덜 수 있어서 좋지요.
한국인들의 쌀 소비량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지요? 아이들이 패스트푸드에 많이 길들여져서 걱정이라고요? 한편에선 젓갈이 지나친 염분 섭취를 유발한다고 하기도 하지만 그다지 많은 양이 아니라면 패스트푸드보다는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맛에 아이들이 익숙해지는 것도 인스턴트 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요?
언제든, 젓갈은 몇 번이든 반가워하고 반기는 밥도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