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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 석쇠구이

번호표 뽑는 식당, "여기, 은행인가요?"
'바우'처럼 변치않는 신선한 맛과 서비스 - 부산 '바우 석쇠구이'
손영숙(larasuen) 기자
▲ 바우 생갈비(3인분)
ⓒ 손영숙
지치고 힘들 때, 사람들은 무엇으로든 위로 받고 싶어 한다. 나는 대부분 '맛나고 서비스 좋은 음식점'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따뜻한 서비스와 눈물나게 맛있는 음식 한 그릇이면 얼어붙은 마음도 여름날 빙수처럼 사르르 녹는다.

지난 가을, 오랫만에 귀향한 나를 태우고 가족들은 '이 집에만 오면 니 생각이 나더라'며 생갈비집으로 차를 몰았다. 우리 형편에 무슨 생갈비냐며 말은 그렇게 했지만, 냉혹한 서울살이에 빈털터리로 돌아온 막내를 안쓰러워하는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렸다.

▲ 맛깔나는 바우 된장국
ⓒ 손영숙
'바우 석쇠구이'의 맛난 생갈비와 푸짐한 인심에 반한 나는, 당시 몸담고 있던 신문사의 '맛집 탐방' 코너에 추천하게 되었다. 며칠 후 취재는 다녀왔으나 기사는 결국 송고하지 못한 채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돈만 주면 '맛집'으로 둔갑하는 세상, 진짜 맛집은 돈이 안 된다며 '시덥잖은 신문사' 사장은 얄팍한 속셈을 드러냈다.

힘들고 어려운 이때, '바우석쇠구이'의 위로가 간절하지만, 취재 이후 결과물도 없이 가게를 방문하기엔 내 뻔뻔한 양심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바우석쇠구이'에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와 맛난 생갈비 한 점의 위로가 절실한 사람들을 위해 다시 한번 정서하여 올려본다.

본 기사는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9월16일(금)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 바우 석쇠구이 입구
ⓒ 손영숙
'바우'같은 뚝심으로 한결같은 맛과 정성을 이어갑니다.

항구도시 '부산'은 바다에 연해 있는 특성상 짜고 매운 음식이 많다. 조선팔도 맛난 음식점이 모두 몰려 있는 서울에 거주할 무렵, 부산 출신인 나는 '부산 가면 먹을 게 없더라'는 동료들의 볼멘소리를 귀가 따갑도록 들어야 했다. 그러나, 동래구 메가마켓 맞은편에 위치한 '바우 석쇠구이'라면 '여기는 어떠냐'고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어 시민의 한 사람으로 뿌듯함을 느낀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테이블을 맡은 서버 000입니다. 좋은시간 되십시오."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의 인사치레가 아니다. 깔끔한 머릿수건, 하얀 유니폼, 화사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는 여성은 분명, 생갈비집 '바우 석쇠구이(대표: 장석운)'의 종업원이다.

▲ 화사한 얼굴만큼 마음도 예쁜 직원들
ⓒ 손영숙
'바우는 체인점이 아닙니다' 자부심을 각인한 현판 아래로 들어서면, 왼 편의 큼직한 창으로는 서너 명의 직원들이 능숙한 솜씨로 생고기를 장만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또한 카운터 한 켠에는 이색적인 물건이 시선을 끈다. 바로 시중 은행에서나 볼 수 있는 '번호표 발행기'가 그것이다. 99년 4월 개업 이후, 바우석쇠구이(이하, 바우)는 광고 한 번 없이 오로지 고객의 입소문만으로 매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순번 대기표와,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나 봄직한 입구의 고객 대기석만으로도 바우의 인기는 충분히 눈으로 검증되었다.

저렴한 가격, 훌륭한 음식, 최상의 서비스로 고객 대만족

바우의 대표메뉴로는 생 갈비와 방자구이, 점심 특선 등이 있다. 우선 '생갈비'는 갓 잡은 선홍색의 신선함으로 굽기 전에 벌써 고객의 침샘을 자극한다. 반질반질 윤기 나는 석쇠에 잘 구운 생 갈비는 부드럽고 고소한 그 맛 또한 일품이라, 바우의 일등공신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 방자구이
ⓒ 손영숙
'방자구이'는 소의 내장 주변에 붙은 살점으로 지방질이 적고 부드러운 육질에 담백한 맛으로 많이 먹어도 위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방자'란, 관청의 종을 일컫는 말인데, 소를 잡을 때 해당 부위만 얼른 떼어 하인들이 상전 모르게 즉석에서 구워 먹은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또한 직장인을 위한 '점심특선'은 백반과 함께 제공되며, 저렴한 가격으로 반응이 좋다.

훌륭한 음식 맛에 가격이 궁금해진다. 갈비는 1인분 3대(320g)가 1만3500원, 점심특선은 7천원이다. 시내 유명 갈비집에 비하면 맛 대비, 가격대비 너무도 후한 인심이다. 저렴한 곳은 원래 서비스가 박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종업원 실명제로 유명 레스토랑 못지 않은 대고객 서비스는 고객을 충분히 감동시키고도 남는다.

▲ 바우 석쇠구이의 명물-물김치
ⓒ 손영숙
'바우'같은 부지런한 일꾼 - 장석운 대표

이쯤 되면 이 '기분 좋은 음식점'의 사장님이 궁금해진다. "우리 사장님은 너무 바쁘셔서, 가게에는 그냥 잠시 들르기만 하십니다." 바우의 총 책임자인 박신욱 부장의 말이다. 바우의 인기비결은 바로 신선한 식재료에 있다. 식육업계 30년, 고기에 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장 대표는 경북 청송 출신으로 양질의 고기를 찾아 구포로, 김해로 새벽부터 다니느라 24시간이 모자란다고 한다. 그래서 바우는 재고가 없다.

매일 아침 장대표가 직접 공수해오는 적정량의 신선한 재료에 연일 줄을 잇는 고객들로 재고가 남을 리 없다. 준비한 재료가 일찍 바닥나는 날이면 시간이 한참 남아도 영업은 종료된다. 일부러 찾아온 고객에게는 아쉬운 일이지만, 여기에는 '좋은 것만 상에 올린다'는 장대표의 고집스런 철학이 담겨있다. 또한 매달 동사무소에 불우이웃 성금도 지원하는 아름다운 마음 씀씀이가 더욱 맛있는 음식의 비결이 아닌가 싶다.

▲ 생고기 손질하는 모습
ⓒ 손영숙
고객을 생각하는 숨은 배려

어울리지 않는 거창한 장식으로 손님의 즐거운 식사를 오히려 방해하는 업소가 적지 않다. 하지만, 바우는 99년 오픈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고 청결한 실내분위기를 자랑한다. 벽면에는 메뉴판 이외에는 그림 한 장 걸려 있지 않은 심플한 인테리어지만, 바우의 섬세한 배려는 좋은 음식과 그 음식을 돋보이게 하는 접시 및 '용기'의 선택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바우에 들르면 애피타이저로 나오는 '표고버섯죽'의 독특한 용기를 눈여겨보기 바란다. 담백하게 위를 쓸어내리는 맛도 수준급이지만, 평범해 보이는 스테인리스 용기 하나도 보온성과 안전까지 생각하여 제작된 아이디어 상품이다. 그릇들은 주로 식문화가 발달한 일본시장을 많이 참고하고 있다.

▲ 바우 석쇠구이 '박신욱'부장
ⓒ 손영숙
바우에서 양질의 생고기 못지않은 인기스타는 바로 '배추 물김치'인데, 장독 모양의 소래기와 찰떡궁합인 물김치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3일간 숙성과정을 거친 후 상에 오르는 물김치는 한번 김장 시, 창고에 약 400포기를 보관하며 하루에 100포기씩 손님상에 오른다. 테이블 마다 줄줄이 매달린 최신 연통시설은 '옷에 배는 냄새 때문에' 걱정하는 깔끔한 여성고객을 위한 배려다.

"야채 값이 올라도, 우리는 좋은 걸로 더 많이 드립니다."

장마 등으로 야채 값이 오르면 음식점에서 먼저 알 수 있다. 그러나 바우에서는 1년365일 한결같이 신선한 쌈 야채를 풍성하게 맛볼 수 있다. 야채 값이 올랐다고 손님의 즐거운 식사를 망칠 수는 없다는 바우의 대 고객 서비스 정신이다.

바우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를 엿볼 수 있는 네티즌의 일화를 소개하며 '오래 된' 기사를 마무리 하고자 한다.

나눌 수 있는 배려

바우를 알게 된 것은 4년쯤 인 것 같아요.

쇠고기 전문점으로 음식가격이 적당하고 맛 또한 일품이어서 자주 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1년 전쯤의 일인데… 제 생일에 친구 10명 정도 가서 점심을 맛있고 배부르게 고기를 먹었어요.

평일이어서 친구들은 가고 저와 회사 동료 한 명만 남게 되었어요. 계산을 하려는데 지갑 안에는 식사비의 반밖에 없었고 동료는 아무것도 가지고 나오질 않았어요.

당황하여 안절부절 못하다가 바우 지배인께 양해를 구하고 바로 가져 오겠노라 말씀 드렸더니 다음에 식사하러 오실 때 주면 되지 않느냐고 큰 미소로 말씀하는 것이었어요.

그때 마음이 얼마나 따뜻해지던지... 차후 식사비를 계산했지만 그때 그분의 믿음 있는 배려와 미소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 요즘도 한번씩 가게 된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그 지배인에게 감사하는 마음 전합니다 (출처 : http://kr.blog.yahoo.com/gjswndi/1.html)

바우 석쇠구이는 부산 동래 메가마켓 맞은편 골목으로 100m가량 들어가야 찾을 수 있다. 좌석은 총 150석이며, 넓은 주차장까지 완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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