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학교는 며칠 전 충남 예산에 있는 덕산 온천에서 직원연수회를 가졌다. 떠나기 전 넉살좋은 선생님 한 분이 내게 물었다. 자칭 식도락가라고 하는 분이다. "선생님, 새조개 잡숴보셨어요?" "그게 뭔데요?" "새조개를 모르세요! 그럼 이번 기회에 한번 드시지요." "그게 맛있나요?" "저는 처음 맛보고 반했는 걸요." "다른 분들도 좋아하실까요?" "다들 반응이 괜찮을 것 같아요." 어찌나 맛이 있다고 푸짐하게 설명을 늘어놓던지 입에 침이 고일 정도였다. 옆에서 먹어본 경험이 있다는 분도 별미 중의 별미라고 거들었다. 아무튼 생소한 음식을 산지에서 맛볼 수 있다고 하니 떠나기 전부터 기대가 되었다.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많은 학교가 직원연수회를 떠난다. 우리 학교도 지난 한 해를 뒤돌아보고, 신학년도의 보다 나은 교육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연수회를 마련했다. 연수회를 통해 직원 상호간의 친목과 우의를 돈독히 하고자 하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목적이다. 중지를 모은 끝에 1박 2일의 일정으로 충남 예산이 결정되었다. 덕산 온천에서 온천욕도 즐기고, 인근에 있는 윤봉길 의사의 사당인 충의사와 수덕사를 구경하면 최적의 코스라는 것이었다. 남당리포구는 지금 새조개가 제철! 떠나는 날 아침, 맑은데다 그날따라 매서운 날씨도 많이 누그러졌다. 사람들의 표정도 소풍을 떠나는 초등학생 마냥 즐거워보였다. 숙소가 있는 덕산 온천에 도착하기 전, 흥선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연군묘를 둘러보고 가야산 산행을 하였다. 가야산 등반은 쌓인 눈 때문에 길이 미끄러워 중턱쯤 오르다 포기하였다. 날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새조개로 유명한 남당리포구에 도착했다.
새조개를 처음 소개한 선생님이 자기가 몇 번 다녀간 음식점으로 우리 일행을 안내했다. 나는 처음 대하는 새조개부터 구경하고 싶어 주인을 찾았다. "새조개가 어디 있죠?" "새조개를 처음 보시는 모양이죠? 저기 안쪽 수족관에 있어요."
"새조개라는 이름이 특이해요?" "조개에서 새가 나오잖아요." 아주머니는 자기가 한 말을 증명해보이 듯 조개에서 나오는 속살을 접시에 올려놓았다. 늘어놓은 모양새가 새부리를 영락없이 닮았다. 구경하는 우리는 신기한 듯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게 조개의 발이에요." 조개는 발을 이용해 멀리 이동하는데 유독 새조개는 발이 크고, 새부리를 닮아 새조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아주머니의 새조개에 대한 자랑이 길게 이어졌다. 새조개는 생김새도 특이하지만 맛이 그만이라고 한다. 조갯살이 여느 조개와 달리 쫄깃쫄깃한데다 씹을수록 달콤한 감칠맛이 배어나와 둘이 먹다 한 사람이 죽어도 모를 정도란다. 흙냄새가 없어 초밥 재료로 일본사람들에게 최고의 인기라며 수출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주머니의 구성진 입담에서 새조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1983년 천수만 방조제가 완공되면서 남당리 앞바다 개펄에서 새조개가 서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갈밭이던 천수만 바닥에 방조제 공사로 황토가 흘러들고, 유속이 낮아지게 되어 새조개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새조개는 단백질 함량이 100g당 21.5g를 함유하고 있는 영양덩어리다. 영양가가 높다고 알려진 참전복이 15g, 굴이 10.5g인 것과 비교해보면 새조개가 얼마나 영양이 풍부함을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칼슘, 철분, 비타민 등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바다가 인간에게 준 또 하나의 건강식품이다. 새조개는 샤브샤브로! 푸짐한 음식상이 방에 차려졌다. 이제 맛을 보러가자며 너도나도 방으로 들어갔다. 새조개를 먹는 방법은 회로 먹거나 구워먹기도 하지만 샤브샤브로 먹는 게 제일이라고 한다.
무, 대파, 팽이버섯 등을 넣어 팔팔 끓인 물에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맛이 그만이었다. 젓가락으로 대여섯 번 휘휘 저어서 익혀먹으면 생선회를 싫어하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빡빡한 일정 뒤 시장기를 느껴서인지 모두들 얼굴에 화색이 돌며 맛있게 먹었다. 새조개를 처음 추천한 선생님이 옆에 다가와 소주잔을 권하며 내게 물었다. "선생님 맛이 어떠세요?" "담백하면서 입안 가득 맴도는 향이 아주 좋아요." "회로도 드셔보세요?" "회는 물컹거리고, 내 입맛에는 약간 비릿한데요." 나는 회보다는 샤브샤브로 먹는 게 좋았다. 살근살근 씹히는 감칠맛에 젓가락질이 바빴다. 오랜만에 푸짐하게 먹자며 상마다 한 접시씩 더 주문을 하였다.
여행지에서 처음 먹어보는 새조개 맛이 별미 중의 별미였다. 여행은 볼거리 못지않게 먹거리로도 즐거움을 더한다. 이번에 먹어본 새조개의 감칠맛은 한동안 오래 남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