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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골곰탕

파김치가 된 아들을 위해 끓인 사골곰탕
정현순(jhs3376) 기자
아들이 취업을 해서 지방에 내려간 것도 20일쯤 되었다. 매주 금요일마다 집에 와서 일요일 저녁 때에 내려가곤 한다. 지난주 금요일(6일)도 아들이 집에 오는 날이다. 지방이라 해도 우리 집에서 고속도로로 가면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이다.

그곳에서 삼시세끼를 모두 잘 해주고 잘 먹고 잘 지내지만 어미의 마음은 늘 안쓰럽기만 하다. 집에 오는 날이면 이번에는 음식을 해먹일까, 무엇을 해먹여야 일주일을 잘 버틸 수 있을까 하며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마련하게 된다. 아들이 지난 번 와서 이틀 동안 한 일이라고는 잠만 자고 간 일 외는 없었다.

아무래도 직장에서는 말단 신입사원이니 많이 긴장했을 거고 집에 오니 자신도 모르게 긴장이 풀어진 탓이려니 생각이 든다. 그러니 이번에는 속을 든든하게 해줄 음식을 해주고 싶었다. 속이 든든하면 조금은 덜 힘들 거란 생각에서다. 아들아이는 겨울 이맘 때면 사골 곰탕을 무척 좋아한다. 그것도 설렁탕 흉내를 낸 뽀얀 국물에 국수를 넣은 곰탕을. 사골을 사왔다.

▲ 핏물을 빼기위해 물에 담가놓은 사골
ⓒ 정현순
사골에 핏물을 빼기 위해 두 시간 정도 담가놓고 사이사이에 깨끗한 물로 사골을 씻은 후 물을 갈아준다. 그리곤 펄펄 끊는 물에 사골을 한번 두루치기를 해서 그 물은 따라 버린 후 새 물을 붓고 곰국을 끊이기 시작한다. 센불에 한동안 끊인 후, 중불로 맞추어서 1시간 정도 끊인 후, 중약 불에서 마냥 끊여준다.

▲ 사골이 뽀얗게 우러나올 때까지 끊인다
ⓒ 정현순
어느 정도 끊이면 뽀얀 국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때 소고기 양지머리나 사태를 넣어 다시 푹 끊여준다. 다 끊은 사골탕은 불에서 내려 차가운 곳에 놔둔다. 차가운 곳에 몇 시간 놔두면 위에 하얀 기름이 두껍게 앉는다. 마치 치즈나 버터 같다고나 할까?

그것을 거두어 내면 곰국에서 필요 없는 기름기가 사라져 맛이 한결 개운하면서 고소하다. 마침 지난 주에는 날씨가 추워서 위에 뜬 기름을 쉽게 거두어 낼 수 있었다. 사골을 한 번 끊인 것은 그다지 진하지는 않다.

제일 처음 푹 끊인 것을 다른 냄비에 덜어 놓고 다시 두 번째 사골탕을 끊여서 첫 번에 끊인 것과 합한 것을 먹으면 절로 기운이 나고 추위는 저만치 물러가는 느낌이 들곤 한다.

▲ 고기고명도 따로 만들어 놓는다. 국수는 삶아서 그릇에 담는다.
ⓒ 정현순

다 익은 소고기는 꺼내어 참기름 깨소금 집간장 약간 후추 등을 넣어 양념을 해서 따로 놔둔다. 국수도 삶아서 그릇에 담아 놓는다. 사골 국물을 국수에 말아줄 때 몇 번을 뜨거운 사골국물을 갈아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차가운 국수 탓에 사골국물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기 때문이다.

▲ 설농탕같은 곰탕
ⓒ 정현순
사골탕은 다른 반찬이 따로 필요 없다. 오랜 시간 푹 과서 뽀얗게 잘 우러난 영양덩어리인 사골탕에 송송 설어낸 파와 후추, 소금간을 하면 되고 맛있게 잘 익은 김장 김치만 있으면 뚝딱 그릇을 비울 수 있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 아들아이는 두 그릇을 비워낸다.

▲ 완성된 떡국
ⓒ 정현순
사골탕은 많은 양이 나오니깐 설농탕만 먹으면 지루할 수도 있다. 요즘은 떡국도 제격이니깐 잘 우러낸 사골 국물에 떡을 넣어 사골떡국을 끊여주었다. 만 이틀을 떡국과 어설픈 설농탕을 해주니깐 아들아이는 맛있게 잘 먹었고 얼굴에 혈색이 돌고 피로도 풀린 듯했다.

일요일(8일) 늦은 점심으로 떡국을 먹고, 아들아이는 다시 직장으로 돌아간다고 일어섰다. 돌아가는 아들아이의 뒷 모습이 힘이 있어 보였다. 잘 먹고, 일 열심히 하고, 건강하면 그것이 어미의 행복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들아이 마음 편하게 해주는 것과 집에 오는 날 좋아 하는 음식을 해주는 일일 것이다. 아들아이의 모습이 희미해진다. 아들이 일주일 동안 건강하게 일 잘 할 거란 믿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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