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쩍쩍 붙는 산낙지 지금이 제철!

쩍쩍 붙는 산낙지 지금이 제철!
싱싱한 생선이 넘치는 여수 수협공판장에 다녀오다
조찬현(choch1104) 기자
▲ 경매를 기다리는 수많은 낙지들... 외계에서 온 생물처럼 살아 꿈틀거리고 있다.
ⓒ 조찬현
21일 새벽 6시, 아직 어둑어둑한 바다. 가로등 불빛에 너울대는 물결위로 금빛물결이 반짝인다. 그 위를 수많은 갈매기 떼가 날고 있다. 여수 수협공판장을 찾았다. 입구에는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활기에 찬 그들의 모습처럼.

▲ 새벽을 여는 사람들의 열기처럼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 조찬현
추위를 녹이려는 듯 모닥불 주변으로 하나 둘 모여드는 사람들. 반갑게 눈인사를 하며 서로에게 커피 잔을 건넨다. 담소를 나누는 그들의 얼굴에 따스한 불기운이 스며든다. 저 멀리에는 돌산대교가 보인다.

바다에 떠있는 선박들 위로 갈매기가 날고 간간이 들려오는 경매사의 외침이, 지게차의 소음이 어우러져 여수 수협공판장은 삶의 활기가 넘친다. 통통거리며 지나가는 배도 아랑곳없이 갈매기는 바다위에서 날개를 펼치고 춤을 춘다.

▲ 여수 수협공판장의 전경
ⓒ 조찬현
싱싱한 생선이 넘쳐나는 여수 수협공판장

수많은 생선들이 즐비하다. 가자미, 우럭, 아귀, 병어, 조기, 낙지. 어묵의 원료로 사용되는 깡치(깡다리)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깡치를 실어가기 위해 부산에서 온다는 트럭 운전사는 말을 건넬 여유도 없이 바쁘다. 모두가 다 바삐 움직인다.

생선을 구입하러 나온 최초강(61세) 할머니를 만났다. 한손에는 갈쿠리를 들고 생선을 둘러보고 있다. 매일 이곳에 나온다. 경매가 시작된다. 경매사가 단가를 부른다. 건너편에 서 있는 중매인은 계속해서 수신호를 보낸다. 중간에서는 안내원이 고기종류와 숫자 고기이름을 불러준다. 최초 저가에서 시작해 값이 계속 올라간다. 가장 많은 가격을 제시한 중매인에게 낙찰된다. 경매는 새벽5시부터 시작 끝나는 시간은 유동적이다.

▲ 산더미처럼 쌓인 깡치를 화물차에 싣고 있다.
ⓒ 조찬현

▲ 여수 수협공판장의 경매 현장
ⓒ 조찬현
어선 한척이 항구에 들어왔다. 낙지잡이를 하는 6.5톤 제5광양호다. 항구를 떠나 조업에 나선 뒤 10일 만에 돌아왔다. 낙지잡이는 동바닥(남해 연안)과 서바닥(소리도)에서 한다. 동바닥은 낙지 씨알이 굵고 서바닥은 씨알이 작다. 11월에서 4월이 낙지잡이 호황이라고 낙지 중매인 박문식(48)씨가 전한다. 박씨는 어머니에게서 대물림을 받아 아내와 함께 중매인 일을 해오고 있다. 올해로 20년째다.

▲ 국동항에는 갈매기가 한가로이 날고...
ⓒ 조찬현
여수 해안에서 1년 내내 나오는 것은 낙지다. 박씨는 여수 낙지가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자랑이 대단하다. 낙지잡이는 게(쫄짱게)를 미끼로 쓴다. 낙지잡이 배는 대부분 3톤에서 5톤이다. 일주일 조업에 300~400kg을 잡는다. 불법어업으로 어족자원을 고갈시켜온 소형기선저인망어선(일명 고데구리)이 사라진 뒤로 낙지가 많이 잡힌다.

경매사가 호루라기를 불어 주변을 정리한다. 낙지 경매가 시작된다. "2만 2만 어~이~ 2백 2백 87호, 어~이~자 똑같에 똑같다. 만자 만자 9천자 만9천..."

▲ 낙지 경매 현장
ⓒ 조찬현
"낙지는 요즘이 제철입니다. 기막히게 맛있어요."

제5광양호 선장 안양옥(55세)씨는 동바닥에서 4사람이 8일 동안 조업을 했다. 10월부터 4월까지는 낙지잡이를 5월부터 9월에는 참장어(하모)잡이를 한다. 한달에 두 번 조업을 나가고, 한 번 출항하면 조업준비기간을 포함 12일이 소요된다. 항구에 도착하면 잡은 낙지를 경매하고 배를 청소하고 필요한 부식과 쌀, 라면 등을 구입해 집에도 가보지 못하고 곧바로 떠난다. 그들은 많아야 한 달에 일주일 집에 머물고 바다에서 산다.

▲ 제5광양호 안양옥 선장 그는 삶의 대부분을 바다에서 보낸다.
ⓒ 조찬현
조업 준비는 쫄짱게를 구입해서 2~3마리씩 낚시 바늘에 고무밴드로 묶는다. 낙지 미끼로 쓰이는 쫄짱게는 중국에서 수입한다. 낙지잡이 주낙의 길이가 2500미터다. 바다에 주낙을 던진 후 교대로 잠을 자며 철야 조업을 한다. 주낙을 일자로 드리우면 바닷물의 조류에 따라 주낙이 이동한다. 줄을 당겨 수시로 확인을 하며 낚지를 잡아 올린다.

▲ 낙지잡이 낚시바늘, 쫄짱게 두마리를 낚시에 고무밴드로 묶었다.
ⓒ 조찬현
"선장님! 배 몇 년이나 탔습니까?"
"어허!
"우리가 옛날 어렸을 때는 숭년(흉년)이 들어갔고 학교도 제대로 못 다녔어. 아마 스무 살 못 돼서 배 댕겼는지 한 40년 될 거요."
"낙지는 요즘이 제철입니다. 기막히게 맛있어요. 기름장에 찍어 먹으면 입에 쩍쩍 붙는다니까요."

대화 중에도 낚시바늘에 쫄짱게를 매다는 손놀림이 여전히 분주하다. 쫄짱게는 살아있는 것만 미끼로 사용한다. 죽은 것은 버린다. 이번에는 낙지 400kg을 잡았다. 1kg에 2만200원을 받았다. 어제만 해도 2만2500원이였는데 정말 아쉽단다. 씨알이 잘수록 값을 더 쳐준다.

출어비도 만만치가 않다. 한번 출어에 미끼로 쓰이는 쫄짱게 200kg을 구입한다. 1kg에 6500원이다. 지난 7월에는 게 값이 1kg에 6500원 낙지는 7800원 했다. 출어비도 못 건졌다. 이번에 집에도 못가보고 바로 출항하면 설날 하루 이틀 전에나 집에 온다.

▲ 낙지잡이 출어준비에 여념이 없다.
ⓒ 조찬현
요즘은 조업하는 배가 많고 장애물이 많아 바닥이 좁아서 투망질이 어렵단다. 그래서 곧바로 서둘러 떠난다. 준비가 끝나기 무섭게. 만선의 꿈을 가득 안고 제5광양호는 오늘도 낙지잡이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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