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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경을 너무 썼는지 그만 스트레스성 장염이란 것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자극성 있는 음식은 피하고 죽으로 식사를 대신하려고 합니다. 어렸을 때 아프기라도 하면 어머니는 쌀죽을 끓여주시곤 했습니다. 죽 하면 보통 병상에 있는 환자나 노인에게 적합한 식사였고, 과거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풀같은 것으로 멀겋게 끓여 허기나 채우는 음식이었습니다.
요즘은 죽전문점들을 심심하지 않게 볼 수 있어요. 동네 슈퍼에만 가도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게 간편 죽들도 나와 있더군요. 편리하다고 하지만 그런 인스턴트 음식들이 집에서 만든 것보다 좋을 리 없겠지요. 냉장고를 보니 마침 홍합 얼려놓은 것이 있어 그걸로 홍합죽을 만들어 봤습니다. 죽을 만들 때 대개 달군 프라이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쌀을 먼저 볶는 순서로 만듭니다. 좋아하는 분도 많지만 참기름 향이 죽맛을 감소시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참기름에 쌀을 볶지 않고 그냥 하기로 했습니다.
물은 다시물이 있으면 좋습니다. 다시물은 찬물에 다시마를 넣고 물이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다시마를 건져냅니다. 거기에 멸치나 뒤포리 몇 마리, 버섯 조금만 넣고 푹 우려서 만들어 놓습니다. 이렇게 하면 다른 조미료가 필요없어요. 마른 새우도 국물을 내기에는 아주 그만입니다. 그럼 만들어 보겠습니다. 불린 쌀을 냄비에 넣고 만들어 놓은 다시물을 조금 넣은 뒤 홍합을 넣고 한소끔 끓여줍니다. 끓으면 잘게 썬 양파와 당근 은행을 넣고 물을 조금씩 첨가하며 끓입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한꺼번에 많은 물을 넣으면 안됩니다. 죽을 끊일 땐 물을 조금씩 넣어 가면서 저어야 해요. 나중에 다 만들어졌을 때 한 번에 물을 많이 붓고 끓인 죽과는 맛의 차이가 느껴집니다. 약한불에서 대략 1시간 정도를 물을 조금씩 넣고 저어 주기를 반복합니다. 이래서 죽은 정성인가 봅니다. 그래서인지 그런 죽을 먹고 나면 괜히 든든하고 아픈 것도 금세 나을 것 같습니다. 물론 자신이 직접 만들어 먹는 것보다 누가 끓여주는 것이 더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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