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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의 음식을 논할 때 흔히, '손맛'과 '인심'이라고 말한다. 손맛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고 넉넉한 인심은 푸짐함을 만들어 낸다. 전라도 어느 지역을 가든 맛깔난 음식과 넉넉한 인심을 느낄 수 있지만 이 지역은 특히 더 그렇다. 바로 군산! 군산 음식의 특징으로는 단연 싱싱한 해산물을 꼽을 수 있다. 금강과 만경강이 만나는 새만금 갯벌과 서해에서 잡은 다양하고 생생한 해산물이 한상 가득 차려진다.
지금 소개하는 집도 군산 음식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신선한 해산물과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들이 모두 공짜라면 믿겠는가? 거기다가 서비스로 쥔장 아주머니의 사람 좋은 얼굴까지 있으니 이 집에 가면 안방처럼 편안해진다.
벽에 몇 가지 안주 목록과 그 가격이 적혀 있어 '안주를 뭘로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주인은 무엇으로 할런지 묻지도 않고 황석어 찌개부터 내온다. 그 뒤로 이어지는 여러 가지 음식들. 그러고 보니 주위 손님들도 안주를 주문하지 않고 공짜 안주에 한 잔 하고 있는 듯하다. 이 집은 그게 당연해 보였다. 공짜 안주라고 해서 허투루 나오는 건 없다. 해산물도 하나같이 신선해서 먹어보면 맛이 훌륭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데쳐서 나온 노랑조갯살만 해도 무엇에 찍어먹지 않아도 맛있다는 느낌이다. 재료 자체가 맛있기 때문이다. 맛이 심심한 도시 것들과는 정말 달랐다. 갓 잡은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는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차이는 이처럼 맛의 차이로 이어진다.
새우튀김은 크기가 백이면 백, 다 다르다. 수입산이 아니라는 증거다. 고소한 맛에 자꾸만 손이 간다. 요즘 한창 나오고 있는 우어회는 살짝 얼려서 나오는데 이 녀석도 우리바다에서 난 놈이다. 입에서 사르르 녹는 맛이 활어를 먹을 때와는 또 다른 색다른 맛의 세계를 열어준다. 소주를 마시다가 막걸리 두 병을 주문해서 마셨다. 그랬더니 쥔장은 김치 한 접시를 내온다. "막걸리에는 김치가 있어야제." 옆 테이블 아저씨가 한 마디 꺼낸다. “아따, 서울서 온 손님이라고 뭐가 자꾸 나온단 말이시." 물론 아저씨 앞에도 우리 상에 있는 건 다 있다. 내가 "아, 좀 드세요" 하고 권했더니 아저씨는 껄껄 웃으신다. "아이고, 아녀! 여그는 내 집이나 똑같당께. 내가 맘대로 묵을 수 있어." 말씀을 마친 아저씨는 오히려 자기 테이블에 있는 것까지 건네준다.
비록 공짜 안주지만 거기에도 메인으로 나오는 음식은 있나보다. 맨 마지막에 제육볶음이 나왔다. 비계와 살이 잘 섞여, 느끼하지도 퍽퍽하지도 않은 돼지고기다. 이렇게 푸짐하게 먹었는데도 막걸리 두 통 6,000원, 소주 한 병 3,000원, 모두 합쳐 9000원밖에 안 나왔다. 고마운 마음에 2만원을 드렸더니 주인장은 나머지를 돌려주려 한다. 괜찮다고, 받으시라고 말하고 나서 서둘러 그 집을 나왔다. 그 집은 군산에 있는 대전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