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네모 바구니에 씨를 불려서 바닥에 깔아놨던 들깨 씨. 하루가 가고 이틀이 지나 사흘, 나흘... 며칠이 지나서야 갈색 씨를 뚫고 나오는 싹이 연둣빛 점으로 찍은 것처럼 고개를 내민다. 내가 하는 일은 하루에 두어 세 번씩 오며가며 스프레이로 물을 뿌리는 거다. 싹은 절로 알아서 잘 큰다. 들깨는 작년에 친정아버지가 직접 가꿔 거두신 거다. 처음엔 기름을 짜려고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면서 베란다 한구석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다. 기름이야 당장 급한 것도 아니고 해서 싹 채소로 심어 먹으면 어떨까 싶었다.
콧속으로 상큼하게 들어오는 깻잎냄새, 이걸 어떻게 먹을까 궁리하다가 냉장고에 돌아다니는 오이 두개와 깨 싹을 같이 버무리기로 했다. 오이와 양파를 어슷어슷 썰고 소금을 살짝 뿌려둔 다음, 깨 싹은 살살 씻어 헹궈두었다. 오이와 양파에 소금기가 웬만큼 들어갔다 싶으면 고춧가루와 마늘, 파, 설탕, 식초를 넣고 새콤달콤하게 오물조물 무친다.
하지만 웬걸, 달콤새콤한 그 맛 위에 쌉싸름한 여린 깨 싹이 입 속에서 씹히는 맛이라니. 오이와 양파의 아삭거리는 맛에 애교인 듯 섞이는 들깨 싹 무침, 입맛을 당기는 이 맛으로 오늘 점심이 풍성했다. 들깨 싹은 씻어 놨다가 보골보골 끓는 된장찌개에 ‘샤브샤브’처럼 살짝 넣었다 먹어도 좋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깻싹 샤브샤브’라고나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