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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알 대신 새끼를 낳는 상어나 고래를 비롯한 몇몇 물고기를 빼고는 대부분의 물고기가 체외수정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까 암컷이 일정한 장소에 알을 낳으면 수컷이 그 알 위에 정액을 뿌려 새끼 물고기가 탄생한다는 것. 그래, 그쯤은 철부지 어린애들도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근데, 상어나 고래도 아닌 것이, 생긴 것도 몸이 납작하고 가오리연처럼 마름모꼴로 우스꽝스러운 것이, 두 눈은 등 쪽에 티눈처럼 동그랗게 툭 튀어나와 있고 주둥이는 배 쪽에 붙은 것이, 암수 모두 커다란 성기를 두 개씩이나 가지고 있다? 이 희한하게 생긴 물고기가 바로 가오리와 홍어다. 그렇다면 쌍둥이처럼 닮은 가오리와 홍어를 어떻게 구분할까. DNA 검사를 할 것도 없이 가오리는 주둥이 부분이 둥글거나(목탁 가오리, 전기가오리), 약간 모가 나(노랑 가오리, 흰가오리, 상어가오리)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홍어는 주둥가 뾰족하며, 굵은 꼬리 윗부분에 2개의 지느러미와 가시가 2~4줄 늘어서 있다. 암수 구분을 하는 방법도 그리 어렵지 않다. 가오리와 홍어의 배지느러미 뒤에 2개의 긴 막대기(교미기) 같은 게 보이면 수컷이고, 그 자리에 구멍이 두 개 있으면 그게 바로 암컷이다. 그런 까닭에 가오리와 홍어는 다른 물고기와는 달리 암컷의 몸 안에서 알이 수정되므로 새끼를 낳는 것이다. 소변을 맑게 해주는 보약음식 '가오리'
사실, 가오리나 홍어나 삭히지 않은 상태에서 조리를 하면 그 맛이 엇비슷한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홍어는 흔히 날 것으로 먹기 보다는 삭혀서 먹는 것이 대부분이다. 코끝을 강하게 톡 쏘는 독특한 맛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가오리도 삭히면 톡 쏘는 맛은 나지만 홍어에 비하면 아주 약한 편이다. 그런 까닭에 가오리는 주로 날것을 회로 떠서 먹거나 찜을 만들어 먹는다. 특히 반쯤 꼬득꼬득하게 마른 가오리는 잘게 뜯어내 양념에 무쳐 먹어도 좋고, 내장을 빼낸 뒤 토막을 쳐서 백숙으로 조리해도 그 맛이 기막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반쯤 꼬득하게 마른 가오리는 양파와 매운 고추, 버섯, 마늘 등을 넣고 찜을 만들어 먹어야 제 맛이 난다. 조선시대 명의 허준(許浚, 1546~1615)이 쓴 <동의보감>에 따르면 가오리는 사람의 건강을 이롭게 도와준다는 뜻의 '익인'(益人)이라 불렀다. 특히 가오리는 소변색이 노랗거나, 쌀뜨물처럼 뿌옇거나, 양이 적고 시원치 않거나, 약간 냄새가 난다거나, 뻐근한 통증이 느껴지는 것에 아주 좋다고 되어 있다.
"관절염이나 류머티즘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가오리를 하루에 한 끼씩 조리해서 먹으면 금방 효과가 나타나지요. 그리고 가오리를 삶아 말린 뒤 가루로 만들어 매일 아침식사 뒤에 먹으면 피부도 고와지고 주름살까지 펴진답니다. 특히 화장이 잘 받지 않거나 얼굴에 검버섯이나 기미, 주근깨가 있는 여성들은 가오리를 자주 먹어야 합니다." 경남 마산 부림시장 건너편 골목길에 가면 간판조차 잘 보이지 않는 허름한 목로주점이 하나 있다. 언뜻 보기에는 이 집이 부림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과 부림시장에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목이 마를 때 잠시 들러 막걸리 한 잔을 먹으며 힘든 세상사를 늘어놓는 그런 비좁은 주막쯤으로 보인다. 하지만 막상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열댓 명 남짓 앉을 만큼 제법 널찍하다. 그리고 주방 들머리에 관음죽을 비롯한 미나리, 수선화, 백합 등 여러 가지 식물들이 저마다 고운 모습을 뽐내고 있어 세상사 시름을 한꺼번에 잊게 해준다. 게다가 막걸리 반되를 시켜도 밑반찬을 푸짐하게 차려주는 주인아주머니의 인심 또한 넉넉하기 그지없다. 이 집이 바로 30여 년 앞부터 마산에서 입소문이 난 가오리찜 전문점이다. 이 집 가오리찜(1만원~1만5천원)의 특징은 꼬득하게 반쯤 마른 쫄깃쫄깃한 가오리를 재료로 쓴다는 데 있다. 그리고 매콤하면서도 깔끔한 감칠맛이 맴도는 가오리찜을 먹을 때 소주보다는 커다란 뚝배기에 담긴 막걸리를 사발에 떠서 마시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가오리찜 먹고, 호호거리며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이어 고춧가루와 실파, 간장, 통깨 등으로 만든 양념장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가오리 위에 끼얹는다. 그리고 그렇게 한 번 더 쪄내 접시에 보기 좋게 담기만 하면 그만이다. 이 집 가오리찜의 특징은 매콤한 맛이 맴도는 가오리살이 쫄깃하면서도 씹으면 씹을수록 은은하게 톡톡 쏘는 맛이 일품이다. 가오리찜 한 점 버섯과 함께 집어먹고, 호호거리며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가오리찜 한 점 고추와 함께 찍어먹고, 호호거리며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가오리찜의 매콤한 국물과 양파를 함께 떠먹고, 막걸리 한 사발 마시다 보면 어느새 푸짐하게 담겨있던 가오리찜과 막걸리 뚝배기가 비워지고 없다. 특히, 가오리찜을 다 먹은 뒤 자작하게 남은 발그스름한 가오리찜 국물에 밥 한 공기 비벼먹는 그 맛! 칼칼하면서도 깔끔한 그 뒷맛은 천하일미가 따로 없다. '홍탁삼합'이라며, 막걸리와 돼지고기 수육, 묵은김치와 함께 먹는, 코끝을 톡 쏘는 잘 삭인 홍어맛은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색다른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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