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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콘 비빔냉면

쫄깃쫄깃 탱글탱글 야콘냉면에 순무김치!
야콘, 새로운 웰빙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전갑남(jun5417) 기자
▲ 야콘 비빔냉면
ⓒ 전갑남
▲ 야콘 물냉면
ⓒ 전갑남
강화에서 10년 넘게 터 잡아 살고 있다. 태어나 자란 고향은 부모님 세상 뜨신 뒤 발길이 뜸해졌다. 예전 향수를 버릴 수 없지만, 워낙 떨어져 있고 바쁘게 살다보니 고향이 멀어졌다.

이 가을 텃밭을 손보며 좋은 이웃을 만나 살갑게 사는 시골생활이 너무 좋다. 정이 들면 고향이라는 유행가 가사가 비로소 가슴에 와 닿는다. 궁둥이 붙이고 정들어 살면 고향 아닌가?

야콘이란 것도 있어?

내 친구 병섭은 이런 나를 '우물 안의 개구리'라고 놀리면서도 부러워한다. 친구는 서울 생활을 하면서 답답하면 가끔 집에 놀러온다. 때로는 목소리만 들려주고 가기도 하고, 연락도 없이 올 때도 있다. 갑작스레 전화가 왔다.

"야, 오다보니 야콘 냉면집이 있대. 야콘 냉면이 뭐야?"
"그거 아주 맛있는 냉면이지!"
"그럼 안식구랑 같이 나와. 그거나 먹으러 가자. 우리도 같이 왔어."
"뭔 소리, 집으로 오지 않고서."

▲ 온실에 야콘을 시범 재배하고 있다.
ⓒ 전갑남
다짜고짜 나오라는 친구의 성화에 아내와 나는 부랴부랴 야콘 냉면집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내외가 반갑다. 여자들끼리도 만나자마자 손을 잡고 좋아라한다. 자칭 미식가라는 친구는 철철이 강화에서 나오는 음식을 즐겨먹으러 온다.

친구는 늦은 봄엔 밴댕이며 병어를 찾고, 꽃게가 알이 벨 즈음이면 꽃게탕을 먹으러 온다. 숭어와 농어회에다 갯벌장어까지 맛있는 것은 두루 섭렵하고 다닌다. 이날도 맛난 것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바람도 쏘일 겸 강화까지 왔단다. 마침 오다가 생소한 음식점을 보고 전화부터 한 것이다.

내가 강화에 와 살면서 처음 먹어본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지금 먹으러 가는 야콘이 그 중 하나이고, 또 하나는 순무이다. 내가 살던 고향에서는 재배하지 않는 작물들이다. 입구에 들어서면서 야콘을 시범 재배하고 있는 온실부터 들른다.

▲ 야콘이다.
ⓒ 전갑남
"이것이 야콘이야. 위는 이렇게 생겼어도 뿌리는 고구마랑 비슷해."
"우리 클 때 이런 거 없었잖아?"
"나도 강화 와서 처음 본 거야."
"그런데 이걸로 어떻게 냉면을 만들지?"

처음 대한 것이라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은가 보다. 밖에서 기웃거리는 우리를 보고 주인이 밖으로 나왔다.

"야콘 분말과 소맥분을 야콘 생즙으로 반죽해 면발을 뽑아내죠. 그러니까 물을 일체 사용하지 않지요. 잎으론 색깔을 냅니다. 그래 면발이 쑥색이구요."

여러 이야기할 것 없이 맛을 봐야 알 것 아니냐는 내 이야기에 우린 자리를 잡았다. 내가 메뉴판을 들여다보자 친구가 낚아채며 재빨리 주문한다.

"술 한 잔 해야지? 안주는 도가니 수육으로 하고, 여자들을 위해 야콘 빈대떡! 비빔냉면 둘에 물냉면 둘. 여기 순무김치도 나오죠!"

성질도 급하다며 여자들이 웃음을 터트린다. 만날 신세만 졌으니 오늘은 자기가 계산하겠다며 아무 소리 말라고 한다.

순무김치와 야콘 냉면, 색다른 맛이네!

▲ 야콘으로 만든 빈대떡
ⓒ 전갑남
▲ 술안주로 시킨 도가니 수육이 아주 맛있었다.
ⓒ 전갑남
먼저 야콘으로 만든 빈대떡이 들어왔다. 뒤이어 술안주로 시킨 도가니 수육….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이 식욕을 돋운다. 빈대떡 맛이 담백하면서도 독특하다며 젓가락질이 바쁘다. 친구와 나는 냉면이 들어오기 전에 잔을 부딪치며 오가피술 한 병을 비웠다.

기대한 야콘 냉면이 유기그릇에 담겨 상에 올라왔다. 음식도 담는 그릇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유기그릇에 담겨져서 그런지 더 맛깔스러워 보인다.

냉면에는 많은 반찬이 필요 없다. 강화에서 나오는 순무김치가 전부이다. 순무김치를 보자 친구가 아예 한 접시 더 줄 수 없느냐고 한다.

"너도 순무김치 맛을 알지?"
"그럼. 순무는 강화에서 먹어야 제 맛이지!"

▲ 강화 특산품인 순무김치는 냉면과 궁합이 잘 맞는다.
ⓒ 전갑남
한 입을 베어 문 친구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강화에 와서 처음 순무김치를 먹을 때는 별맛을 몰랐다. 배추 뿌리 맛과 같은 매운맛이 싫었는데, 점차 맛에 길들여지다 보니 알싸한 맛에다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좋아졌다.

아내를 보며 친구가 너스레를 떤다.

"올해도 순무 심었죠? 순무김치 한 통 부탁해도 되지요? 작년에 담가 주신 거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강화 순무로 아내가 담가 준 순무김치가 최고라는 공치사에 아내는 싫지 않은 듯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있다.

친구와 나는 비빔냉면, 아내와 친구 부인은 물냉면을 먹었다. 자칭 미식가란 친구로부터 한 젓가락을 집어 먹으며 음식 평을 한다.

"쫄깃쫄깃한 게 감칠맛이 나고 담백하구먼."
"냉면 맛은 육수로 결정하는 데 아주 시원하네요. 면발도 탱글탱글하구."
"순무김치와 냉면이 아주 잘 어울려요."

소화가 잘되는 음식이니 많이 먹으라는 권유에 친구는 사리를 더 시킨다. 입술에 묻은 고추장을 닦으며 한마디 덧붙인다.

"야, 너는 좋겠다. 이렇게 공기 좋은 강화에서 맛난 음식을 맘껏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네가 발붙이고 고향처럼 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사모님, 순무김치 맛있게 담가놓고 전화주세요."

야콘, 웰빙식품으로 그만!

▲ 야콘 뿌리. 고구마와 흡사하다.
ⓒ전갑남
야콘의 원산지는 남미지역이라고 알려져 있다. '꿈의 식물' 또는 '뿌리 과일'이라 불린다. 고구마처럼 생겼고 생으로 깎아먹으면 무맛과 배맛이 섞인 맛이다. 고구마 캐는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수확한다.

처음 야콘이 들어왔을 땐 먹는 법을 몰랐다고 한다. 고구마는 찌거나 구우면 단맛이 증가하는 데 이는 전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콘은 전분이 많이 함유하고 있지 않아 찌거나 구우면 별맛이 없다.

야콘에 경이적으로 많이 함유돼 있다는 프락토올리고당은 장을 건강하게 유지시키며 변비를 개선시켜 준다. 폴리페놀류는 혈중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게 해주는 작용도 한다. 더구나 야콘은 저칼로리 식품에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다이어트식품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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