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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지금 몇 시지? 앞으로 50분 뒤에 불 좀 꺼 줘." 남편은 또 족발을 만들고 있습니다. 시댁에 갈 때 가져갈 족발을 만드나 봅니다. 우리 남편이 만든 족발은 우리 시집 식구들 모두가 그 맛을 인정하고 기다리는 음식입니다. 몇 해 전 겨울에 우연히 족발을 만들어 본 남편은 맛있다며 환호하는 아이들과 아내의 성원에 힘입어, 그 해 겨울 여러 번 족발을 만들었습니다.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시(애벌) 삶을 때 커피 가루를 넣기도 했고 오가피나무 가지를 넣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자꾸 하다보니 그 사람만의 비법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그 맛에 만족치 않고 지금도 여전히 연구 개발 중입니다. 그래서 우리 남편이 만드는 족발은 영원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처음에는 별로 대수롭잖게 생각하던 시댁 식구들이 한 입 먹어보더니 이구동성으로 외쳤습니다. "아주버님, 이거 진짜로 아주버님이 만드신 거예요? 저는 족발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거는 느끼하지도 않고 진짜 맛있어요." 손아래 동서가 시숙인 우리 남편에게 이리 말하며 뼈에 붙은 살까지 다 발라서 먹었습니다. "야야, 여게 뭐 넣었노? 뭐 넣었길래 이래 잡내도 안 나고 맛 있노?" 아버님과 어머님도 연신 젓가락을 놀리시며 묻습니다. 신이 난 제가 대신 대답합니다. "아버님 여기에 뭐 넣었냐 하면요 별 거 별 거 다 넣었어요. 오가피나무도 넣었고 엄나무도 넣었고 또 뭐 온갖 거 다 넣었어요." 그 해 겨울부터 남편은 고향에 갈 때면 꼭 족발을 만들어서 가져갑니다. 아버님이 일하시다가 약주 드실 때 안주로 드시라고 말입니다.
족발은 암퇘지로 해야 맛이 좋답니다. 그래서 잘 아는 정육점에 일부러 부탁을 해두곤 합니다. 좋은 거 들어오면 연락 달라고 부탁까지 합니다. 돼지 다리를 사와서 찬 물에 하룻밤 정도 담가 둡니다. 그 다음에 찜통에 물을 붓고 핏물 뺀 돼지 다리를 넣고 30분 정도 살짝 삶아 줍니다. 이 때 엄나무 가지와 생강, 소주를 물에 넣습니다. 이렇게 하면 군내가 안 난다고 합니다. 사실 족발의 맛은 장국 맛에 의해 좌우됩니다. 유명한 족발집마다 자기 집만의 장국 비법이 있습니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시(애벌) 삶은 족발을 장국에 넣고 푹 삶아줄 때 우리 남편만이 아는 그 무언가를 넣는데 그건 저한테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슬쩍 지나치면서 보니까 된장을 한 숟갈 넣는 거 같기도 한데 그 비법을 영 공개하지 않네요.
1. 발가락 사이에 칼집을 넣고 다듬는다. 2.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다. (8시간 정도) 3. 생강, 소주, 엄나무를 넣고 30분 정도 슬쩍 데친다. 4. 찬물로 식혀준다. 5. 간장 3분의 2리터, 마늘 4통, 생강 한 줌, 양파 2개, 계피나무 껍질 30센티미터, 소주 1컵을 넣고 물을 부어준다. 이 때 물은 족발이 잠길 정도로 넣어준다. 6.센 불로 30분 동안 1차 조린다. 7. 물엿을 반 병 넣고 30분 더 졸인다. 8. 맛을 보고 식성에 따라서 간장이나 물엿을 더 넣어준다. 9. 불을 끄고 중간 정도 식힌다. 10. 꺼내서 완전히 식힌다. 센 불에서 약 한 시간 정도 끓여낸 족발은 흐물흐물합니다. 그래서 뜨거울 때 건지면 살과 뼈가 다 분리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조금 식은 다음, 장국물이 젤라틴 상태가 되기 전에 족발을 건져서 식혀 둡니다.
"여보, 족발 하나만 먹으면 안 돼? 냄새가 너무 좋다, 하나만 먹자 응?" 애교 섞인 콧소리로 이리 말했건만 남편은 단칼에 베어 버립니다. "안돼. 시골 가져갈 거란 말이야. 얼마 되지도 않는데 먹으면 어떻게 해? 안돼." 말로는 그리 하지만 내심 흐뭇한지 이리저리 살펴서 족발 하나를 썰어 줍니다. 갓 건져낸 족발은 물렁물렁하고 부드러웠습니다. 오늘(21일) 낮에 아는 엄마들이 우리 집에 놀러왔습니다. 그래서 얼른 족발 하나를 꺼내서 썰어주었습니다. "자기, 이거 한 번 먹어 봐. 우리 남편이 만든 건데 맛이 괜찮아." 새우젓 보시기를 앞으로 당겨주며 족발을 권했습니다. "이거 진짜로 아저씨가 만든 거야? 족발을 어떻게 집에서 다 만들지? 만드는 법 좀 가르쳐 줘 봐." "이거 해보면 쉬워. 내가 비법 다 가르쳐 줄 테니까 만들어서 애들 줘 봐." 뼈에 붙은 고깃점까지 맛있게 먹는 그이들에게 나는 우리 남편만의 비법을 전수해 주었습니다. 남편이 나에게까지 안 가르쳐 주는 그 한 가지는 빼고 다 가르쳐 주었습니다. 족발은 혼자 먹기보다는 여럿이 같이 먹어야 더 맛있는 거 같습니다. 새우젓에 쿡 찍어서 족발을 먹다 보면 없는 정도 생길 것 같습니다. 족발 만들기를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집에 손님들이 갑자기 와도 당황스럽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