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몽의 칼, 청동검? 환두대도? | |
드라마 주몽을 어제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무예사랑방 방장의 눈에는 가장 먼저 칼이 눈에 띄었습니다. 배우들이 들고 나온 칼 말이죠. 어떤 칼은 양날검이었고, 어떤 것은 환도였고, 그 중엔 어떤 이는 자루가 칼날만큼 긴 참마도를 들고 있었습니다. 환도는 칼날이 살짝 굽은 칼은 날이 한쪽에만 있는 도(刀)이고, 참마도는 말의 목을 벤다하여 이름 붙여진 대도(大刀)입니다. 실제로 참마도는 전투시에 적 군마의 다리를 벨 적에 유용하게 사용되었죠. 고주몽, 즉 동명왕(東明王)은 BC 58~BC 19년에 활동한 인물로 당시는 철기문화 초기 시대라 할 수 있습니다. 철기문화라 하여 전쟁무기로 철로 된 칼이 바로 등장한 것은 아니고, 청동기문화가 끝난 뒤에도 한참동안은 청동검이 주력 무기로 사용됩니다. 왜냐하면 제련기술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철기보다는 청동합금이 훨씬 강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농기구 같이 막 사용하는 기구에서부터 먼저 철제도구가 사용되었고, 한참 후에 철로 된 병장기가 대세를 이룹니다. * 위 사진 속의 칼은 전형적인 조선시대 환도입니다. 날이 살짝 휘었고, 칼집에는 둥근 고리가 있어 몸에 지니거나(패검) 걸어놓을 때(괘검) 사용합니다. 청동검이라고 해서 우습게 보면 안됩니다. 진시황의 병마용갱에서 발굴된 청동검은 길이 91.3cm의 장검인데, 예리하기가 지금의 면도칼 못지 않습니다. 지난 세기 발굴 당시 한 요원이 재미난 실험을 했습니다. 진시황의 청동검으로 종이 뭉치를 내리친 것이죠. 그랬더니 놀랍게도 2200년 동안 흙 속에 묻혀 있던 칼이 단번에 종이 19장을 베었다고 합니다. 성분 분석 결과 이 칼은 청동, 납, 주석 세가지 합금으로 이루어졌는데, 검신 표면에는 크롬 산화물로 코팅이 되었다고 합니다. 철기 문명이 등장하기 전에 이미 특수 산화 처리로 코팅하는 기법이 있었다는 말이죠. 청동검의 뒤를 이어 철기시대에 주력 칼로 등장한 것이 바로 환두대도입니다. 중국에서는 서한시대(유방이 항우를 누르고 기원전 202년에 세운 국가, 전한(前漢)이라고도 함)에 최초의 환두대도가 등장합니다. 환두대도는 칼 자루 끝에 둥근 고리가 달린 칼로, 척후인박(脊厚刃薄)이 특징입니다. 즉 칼등이 넓고 날이 얇으며 칼몸은 평평하고 곧고, 자루는 짧습니다. 환두대도는 직도(直刀)입니다. 청동검은 양날검이고요. 청동검은 찌르기에 유리한 칼이고, 직도는 베고 후려치기에 유리합니다. * 주몽의 칼은 양날검이군요. 물론 당시엔 철검은 등장하지 않았을 거고, 청동검으로 봐줘야 겠죠^^ 한반도에서는 가야고분에서 발굴한 서기 2세기 경의 환두대도가 가장 오래 된 칼입니다. 그렇다면 주몽이 나라를 세울 무렵의 칼은 틀림없이 환두대도가 보편적으로 사용되었을 겁니다. 결론은, 드라마 주몽의 칼은 시대적 배경하고는 동떨어져있다는 것입니다. 날이 살짝 휜 환도는 아무리 가까이 잡아도 통일신라기에 등장한 칼이고, 참마도 또한 송대에 등장한 칼이기 때문입니다. 드라마의 극적인 재미도 좋지만, 병장기나 갑옷 등 소품도 시대적 배경에 맞게 제작한다면 역사 공부도 되고 극적 사실성도 높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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