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희소성으로 가격이 많이 오른 모둠고래고기 한 접시에 6~10만원 가량 한다. | | ⓒ 맛객 | | 지금은 포경이 금지되었지만 한때 고래잡이로 유명했던 울산 장생포, 1970년대까지만 해도 포경선이 불야성을 이루고 전국에서 고래고기 맛을 보러 장생포항을 찾아왔다고 한다. 지금은 과거의 영화를 뒤로 한 채, 몇 군데 남은 고래고기 전문점이 이곳이 장생포항임을 말해주고 있다.
포경선이 넘쳐났을 바다는 중간 중간 들어선 공업시설로 인해 바다의 매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이곳에서 발견된 고래 잡는 그림이 새겨진 암각화처럼, 장생포와 고래는 이제 전설이 되어 추억으로 회자되리라.
| | ▲ 고래고기는 멸칫국물이나 기름소금, 고추냉이 간장 등 여러가지 소스에 먹는다 | | ⓒ 맛객 | | 택시 기사의 안내를 받아 고래 고기를 맛보기 위해 들른 곳은 울산 장생포항에 있는 '장생포고래할매집'. 모둠(小)을 주문했다. 한 접시에 6만원, 다소 부담되는 가격이다. 그래도 "매일 먹는 음식도 아닌데…"하면서 무리를 했다.
고래고기는 버릴 부위가 없다. 생고기와 익힌 부위, 각 부위마다 맛과 빛깔이 다르다. 그래서 12가지 맛이 난다고 알려져 있다. 하긴 그 큰 고기에서 다양한 맛이 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 | ▲ 고래고기는 부위별로 각기 다른 맛이 난다 | | ⓒ 맛객 | | 모둠 고래고기 앞쪽의 흰색과 분홍색의 부위는 뱃살이다. 고래 고기 중에 일미로 쳐준다. 입에서 사르르 녹는 맛이 참치와 비슷하지만 한층 깊은 맛이 난다. 오른쪽 검붉은 고기는 가장 신선하게 먹는 생고기, 마치 육회와 비슷하다. 뒤에 순대 모양은 고래 대창이다.
참으로 독특했던 그 맛. 뭐랄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오묘함 속에 구수함이 숨어 있다. 뒤쪽 물렁뼈처럼 생긴 건 꼬리지느러미다. 초장에 찍어서 먹으면 쫄깃하다. 고래의 독특한 풍미로 인해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거부감도 생길 만하지만, 오히려 고래의 그런 매력이 다시 찾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 | ▲ 시원하고 담백한 맛, 고래고기 찌개 | | ⓒ 맛객 | | 고래고기찌개도 있어 주문해 본다. 특별한 맛은 없지만 동태 무국 과 비슷한 맛이다. 시원하고 담백한 맛. 고래잡이는 금지됐다. 우연히 그물에 걸린 고래가 유통되거나 맛이 떨어진 돌고래가 팔리기도 한다.
'고래고기 본고장은 구룡포다'라고 한다면 의아해 할 사람 많을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니 당연하다. 고래잡이는 울산 장생포지만 고래고기는 구룡포가 본고장이다. 바다에서 잡은 고래를 장생포항으로 가져오기에는 먼 거리고, 때문에 보다 가까운 구룡포에서 해체를 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고래고기 유통의 본고장이 된 구룡포, 지금도 고래 해체 전문가는 구룡포에 있어 그물에 걸린 고래는 구룡포에서 해체한다고 한다. 올 겨울 과메기 찾아 구룡포에 가걸랑 과메기와 더불어 고래고기도 맛보는 건 어떨까? 고래고기 먹는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의 토속음식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