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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말랭이와 고춧잎의 찰떡궁합

겨울 밑반찬으로 똑 소리 나는구나!
[바로 이맛!] 입이 즐거운 무말랭이와 고춧잎의 찰떡궁합
한미숙(maldduk2) 기자
▲ 잘 말린 고춧잎과 무말랭이 입니다.
ⓒ 한미숙
지난번 친정엄마가 우리 집에 오실 때, 깜박 잊고 갖고 오지 못했던 무말랭이를 갖고 왔습니다.

당신들 잡숫기보다는 작은 딸에게 주려고 하신 줄은 알지만, 생각날 때 바로 줘야 한다면서 내 배낭에 무말랭이를 넣고서야 흡족해 하는 엄마의 기쁨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올겨울, 우리 집 밑반찬으로 단단히 한몫할 무말랭이와 마른 고춧잎, 챙기지 않으면 엄마가 속상해 하신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바삭거리는 고춧잎과 꼬들꼬들 말라 오므라진 무말랭이는, 늦여름 내내 고추밭을 갈무리하며 고춧잎을 따오고 일찍 거둔 가을무를 챙겨오신 아버지와 몇 날 며칠 해를 찾아 움직이셨을 엄마의 수고가 스며든 귀한 겨울 밑반찬거리입니다.

김장김치가 날마다 상에 오르는 요즘, 색다른 반찬을 찾다가 무말랭이 고춧잎 무침이 먹고 싶은 건, 옛날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이 그리워서겠죠?

▲ 세게 만지면 바삭, 으스러질 것 같은 고춧잎과 딱딱한 무말랭이에 물을 붓고 잠시 물이 스며들기를 기다립니다.
ⓒ 한미숙

▲ 고춧잎은 물에 불리고, 물 먹은 무말랭이는 잘 씻어 건져서 진간장과 조선재래간장 그리고 물을 적당히 섞어 부어놓았습니다.
ⓒ 한미숙

▲ 물에 불린 고춧잎과 무말랭이는 점점 생기있던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다시 살아난 애기고추, 강하고 부드러운 물의 힘을 새삼 느끼게 합니다.
ⓒ 한미숙

▲ 간장물을 다 먹은 무말랭이는 그릇이 작아 더 큰 그릇에 옮겼습니다.
ⓒ 한미숙

▲ 태양초 고춧가루와 쫑쫑 썰은 파, 마늘, 물엿, 참기름, 깨소금을 함께 모아놓으니 꽃모양이 따로 없습니다. 무말랭이에 간이 다 배어 있으니 따로 간을 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 한미숙

▲ 무치기 직전, 편안하게 풀어진 고춧잎을 몇번 헹궈서 꼭 짜고, 무말랭이에 남아 있는 간장물을 양념장에 조금 부어 섞어놓습니다.
ⓒ 한미숙

▲ 고춧잎과 무말랭이 위에 붉은 양념을 올려 놓으니 벌써 침이 넘어갑니다.
ⓒ 한미숙

▲ 물엿이 들어가 윤기가 흐르는 무말랭이 무침. 하나 집어 먹으니 오독오독 소리까지 맛있습니다.
ⓒ 한미숙

▲ 며칠 동안 식구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할 무말랭이와 고춧잎무침 입니다. 밑반찬 한 가지 마련했습니다.
ⓒ 한미숙
고춧잎과 무는 땅 위아래에서 제각각 다른 모양새로 자라는데, 둘이 내는 맛은 어쩜 그리도 잘 어울릴까요.

식구들은 오도독 씹히는 무말랭이와 고춧잎의 찰떡궁합을 입속에서 경험합니다. 밥상에 머리를 맞대고 맛있는 소리로 즐거운 식구들 얼굴을 보니, 그 시절 친정엄마의 마음이 제 마음에 포개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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