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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MBC 월화드라마 <히트>

방영 첫주 <히트>, 앞으로의 가능성은?
여주인공 '원톱' 내세운 '수사물'이라는데 의미 있어
이준목(seaoflee) 기자
▲ MBC 월화드라마 <히트>
ⓒ iMBC
19일 첫 방영을 시작한 <히트>는 국내에서는 오랜만에 시도되는 형사액션 드라마이다. 경찰드라마의 효시격으로 불리는 <수사반장> 이후, 90년대부터 <폴리스>(1994 KBS), 리멤버(2003 MBC), 경찰특공대(2001 SBS), <203특별수사대>(2002 KBS)등 대형 수사물들이 몇 차례 선을 보인 적이 있었지만, 정작 주목할만한 대중적 성공을 거둔 사례는 드물었다.

최근 천편일률적인 국내 트렌디드라마의 완성도에 대중들이 식상함을 느끼고, < CSI >나 <24>같은 대형 미국 드라마들의 인기몰이로 인하여 형사액션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한국판 CSI를 표방한 <히트>의 도전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성과다. <하얀 거탑> <외과의사 봉달희>등 기존 트렌디드라마의 전형성을 탈피한 '전문직 드라마'들의 성공은 새로운 드라마 장르에 대한 대중의 수요를 입증했다.

수사물들의 전형적 공식 깬 <히트>

무엇보다 <히트>는 그간 한국드라마에서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여주인공을 '원 톱'에 내세운 수사액션물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해외의 경우, <앨리어스>의 제니퍼 가너나 <다크 엔젤>의 제시카 알바, <언페어>의 시노하라 료코 등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범죄나 수사액션물들이 적지 않다. 물론 한국드라마에도 여형사나 여성 특공대원같은 캐릭터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조연이나 감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비해 <히트>는 아예 드라마의 핵심을 이끌어가는 특별수사팀장에 차수경(고현정)이라는 강력반 여형사를 내세웠다. 사소한 듯하지만 이것은 한국에서 종래 '남성 장르'로 평가받는 수사물들의 전형적인 공식을 깨는 의미 있는 변화이자, 한편으로는 모험이기도 하다.

<히트>는 지난 1, 2회 시작부터 자동차와 수상 보트를 오고가는 대규모 추격전과 화려한 스케일로 눈길을 모았다. 여성스럽고 고상한 이미지의 대명사였던 톱스타 고현정의 터프한 여형사 변신, 차수경-김재윤(하정우)의 우연한 첫 만남에서 의문의 연쇄살인사건과 특별수사팀 결성으로 이어지는 초반 스토리가 속도감 있게 전개돼 돋보였다.

<히트>는 방영 첫 주 평균 17%(TNS 미디어 리서치)대의 시청률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1회 17.8%, 2회 17.7%의 시청률이 나오면서 시청률 상승은 이루지 못했지만, 경쟁작이던 <핼로 애기씨>와 <사랑하는 사람아>를 제치며 동시간대 1위로 출발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고현정표 차수경, 대중에 어필할 수 있을까?

그러나 아직 <히트>의 성공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제작상 어려움과 방영 초반임을 감안하더라도 정교한 수사액션물로 보기에는 미흡한 부분들이 <히트> 곳곳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추격전에서 드러난 어색한 컴퓨터그래픽(CG)과 단조로운 카메라워크,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인물들의 어색한 표정연기와 엉성한 상황설정 등은 수사물로서의 무게감을 크게 떨어뜨렸다.

무엇보다 극의 성패는 고현정이 연기하는 차수경의 캐릭터가 얼마나 설득력 있는 '리얼리티'를 가질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우야 뭐하니>의 못 말리는 노처녀 병희역에 이어 또 한 번 연기변신에 도전하는 고현정은 생애 첫 액션연기와 여형사라는 캐릭터에 아직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한 듯하다.

잠복근무하는 차안에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고 남자 동료들을 호령하며 사건현장을 지휘하고 총을 손에 들고 범인을 잡기위해 뜀박질을 해도, 여전히 고현정은 너무 고상하고 부드러워 보인다.

와일드하고 거친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이 여형사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아직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불편해 보이는 고현정의 연기는 차수경의 캐릭터를 시청자에게 확실히 인식시키기에는 아직 부족해보였다. 또 캐릭터가 아직 확실하게 자리를 잡기도 전에 멜로와 액션, 터프함과 부드러움, 코미디와 정극을 쉴 새 없이 넘나드는 초반부의 스토리가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해 아쉬웠다.

의욕만 과도했으나 용두사미로 끝난 <폴리스>와 <경찰특공대>의 실패를 감안할 때, 고현정표 차수경이 어떤 확실한 카리스마로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가 <히트>의 성공을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