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개발한 심장 판막제품 대히트 5년새 재산 급증… 앞으로 더 늘듯
“마음 변할까봐 유언장 공증 공개”
200억 원이 넘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서약한 건국대병원 송명근(56) 교수와 심혁순(52) 부부는 5년 전 재산 사회환원을 명시한 유언장 공증을 해놓을 때만 해도 재산이 이렇게 불어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송 교수는 “이 결정을 할 때 고민을 안 했다면 거짓말이고 난들 왜 고민을 안 했겠느냐”며 “하지만 사회 생활로 번 돈은 사회로 다시 돌려주는 것이 나의 인생 철학”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아들 1명, 딸 1명)에게 3억씩 전세금 등 결혼비용 주고 얼마가 됐던 재산을 전부 다 환원하겠다고 한 건데 일이 이렇게 커졌다”며 “자식은 물론 앞으로 맞을 사위나 며느리는 빈털터리 집에 들어온다고 보면 된다(웃음)”고 말했다.
줄곧 대학교수로만 일한 그가 이렇게 많은 재산을 갖게 된 것은 직업에 충실한 결과다. 1990년대 초반, 송 교수는 외과 의사로서 기존의 대동맥 판막 수술법에 불만이 많았다. 당시 심장에서 대동맥으로 피가 뿜어져 나가는 길목인 대동맥 판막에 문제가 생기면 판막 전체를 인공 판막으로 갈아 끼우는 것이 정통 수술법이었다. 인공 판막 비용만 400만~500만원이 드는 비싼 수술이다.
- ▲ 송명근 교수는“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서약을 한 이후 아이들이 스스로 일어서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걸 보고 이 결정을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의 제품은 국내외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미국·유럽·일본 등 전 세계에서 특허도 받았다. 이 제품으로 수술하고 싶다는 요청이 미국·일본·이탈리아·브라질·멕시코 등 전 세계에서 폭주했다. 수술과정을 보여달라는 국제 학회 초청 특강 요청도 1년에 8~10회에 이른다. 최근에는 심장 수술로 유명한 미국 뉴욕의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에서 수술법을 전수해달라는 제의가 들어왔다. 또 미국 유명 의료기기 회사가 송 교수 회사의 경영권을 5000만 달러(약 475억원)에 인수하고 싶다는 제안을 해왔다. 캐나다의 한 의료기기 회사는 그의 제품을 몰래 복사해서 팔다가 발각되는 일도 벌어졌다.
앞으로도 몇 백억으로 불어날지 알 수 없자 송 교수는 사회환원에 관한 3가지 원칙을 최근 세웠다. ‘첫째 심장병 연구에 쓸 것, 둘째 소외된 노인들의 복지를 위해 쓸 것, 셋째 버려진 고아들을 위해 쓸 것’이다. 그는 이런 내용으로 유언장 공증을 다시 받을 예정이다.
그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결심한 데는 2002년 즈음 읽은 유한양행 창업자 고(故) 유일한 박사의 전기가 큰 역할을 했다. “기업이 번 돈은 사회로 돌려줘야 한다는 유일한 박사의 정신에 크게 감동 받았죠. 의사가 돈을 벌 수는 있지만 그 돈은 사회를 위해 쓰여져야 한다고 봐요.”
재산 많은 노인 환자의 심장 수술을 앞둔 상태에서 자식들끼리 재산 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결심을 더욱 굳혔다고 그는 전했다. 아들 준영(28·중앙대의대 의학과 3년)씨와 딸 윤주(26·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 인턴)씨도 부모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고 한다.
현재 전 세계 심장 판막 시장은 1조5000여억원. 그의 제품이 5년 내에 세계 시장의 33%를 확보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그는 “우리 회사를 외국에 팔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국 브랜드로 승부해서 세계 시장을 석권하면 나중에 사회에 환원되는 돈이 더 많아지는 것 아닙니까. 그때까지 열심히 일해야죠”라고 했다.
송명근 교수는
심장 수술 분야의 ‘신기록 제조기’로 정평이 나있다. 1988년 국내 최초로 뇌사자의 판막을 심장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고, 1992년에는 심장 이식 수술을, 1997년에는 보조 인공심장 이식 수술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해냈다. 지금까지 8000여건의 심장수술을 했다. 올해 10월 18년 동안 몸담았던 서울아산병원을 접고 건국대병원에 ‘병원장급 스타 의사’ 케이스로 영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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