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기는 리더십 써번트 리더십 원전 로보트 k 그린리프 지음 / 강주헌 옮김 2006.3.15 참솔 출판 / 397쪽 /18,500원2008.3.11 이경수선생 정리 H.H는 잔혹한 전쟁을 경험한 후 피폐해진 영혼을 달래기 위해 여행단의 일원으로 동방 순례길에 오른다. 거기서 그는 레오를 만난다. 레오는 식사 준비 등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하인 같은 인물. 덕분에 여행길은 순조롭다. 하지만 레오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여행단은 혼란에 빠진다. 레오의 빈자리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결국 H.H는 여행을 포기하고 레오를 찾아 나선다. 고생 끝에 레오를 만난 H.H는 그가 여행을 후원한 교단의 교주이자 정신적 지도자란 사실을 알게 된다.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소설 《동방순례》의 줄거리다. 미국의 거대 통신회사 AT&T에서 38년 동안 경영과 교육관련 연구를 담당했던 로버트 그린리프(Robert K. Greenleaf)는 이 소설에서 레오란 인물에 주목했다. ‘서번트(하인, 머슴)’로만 알고 있었던 레오가 사실은 진정한 지도자였다는 사실에 깊은 감명을 받은 그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섬김을 받기보다 섬기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그는 ‘서번트 리더십’이란 개념을 구체화하고, 월남전으로 삶의 희망을 상실한 젊은이들을 위해 1970년 첫 글 ‘지도자로서의 서번트’를 발표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 재단, 학교, 종교단체 등 대표적 조직들을 들여다보며 변화를 위해서는 서번트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역설해 왔다. 이 책 《서번트 리더십 원전》은 그린리프가 그동안 서번트 리더십과 관련해 발표한 글과 강연한 것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1. 지도자로서의 서번트
서번트 리더는 말 그대로 먼저 섬기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을 이끌어가고자 하는 지도자로서의 열망은 차후 문제로 생각한다. 이런 사람은 ‘처음부터 지도자’인 사람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들은 권위와 물질을 탐내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서 섬기는 자세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반면 서번트인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섬김을 받고 싶어 한다는 욕망을 확인하는 순간에 보여주는 배려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다른 사람의 욕구를 최우선으로 배려하고 섬기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묵묵히 지켜나간다. 서번트 리더는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밝힘으로써, 혼자서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확신과 목표의식을 심어준다. 목표가 있을 때 성취가 있는 법. 하지만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목표를 제시하는 사람이 신뢰감을 줘야 한다. 특히 실현 불가능할 것 같은 목표이거나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목표일 때에는 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절대적이다. 서번트 리더는 이러한 때에 빛을 발한다. 진정한 서번트는 문제 해결을 위해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비록 지금은 서번트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서번트이기를 원한다면,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훈련을 통해 자연스레 서번트가 될 수 있다. 그는 말을 할 때에도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는 “언어는 생략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눈앞의 상황에 맞추어 적절한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떤 말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실제 경험과 추상적 언어를 이어주는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지도자는 듣는 사람에게 언어세계와 경험세계를 연결시키는 상상력을 자극하도록 쉽게 말해야 한다. 섬김에는 사랑이 필요하다. 그 사랑은 무한책임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책임에 한계를 둔다면 사랑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섬김에 사랑이 따르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서로에 대한 책임이 무한하고, 하나를 위해 모두가 무한책임을 떠맡는 집단, 얼굴을 맞대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한 것이다. 서번트 리더는 각자가 특정한 공동체와 관련 있는 조직에서 무한책임을 보여준다. 위대한 지도자는 사람의 잠재력을 인정한다. 우유부단하고 어리석고 게으른 인간도 올바른 지도를 받으면 이 사회에 뚜렷한 업적을 남기는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믿는다. 추종자들의 성과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들과 함께 교감을 나누면서 그들을 있는 그대로 껴안을 때, 추종자는 점점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면 서번트 리더의 적은 누구인가. 사악한 사람, 어리석은 사람, 무관심한 사람, 시스템이 아니다. 목소리를 높여 항의하는 사람, 혁명을 꿈꾸는 사람, 체제에 반항하는 사람도 아니다. 진정한 적은 오히려 착하고 영리하며 활기찬 사람일 수 있다. 지도자의 위치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지도자 역할과 지도자로서의 서번트이기를 포기할 때 사회를 병들게 하는 적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더 나은 사회를 향해 나아가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적은 지도자적 잠재력을 지녔음에도 지도자의 길을 걷지 않는 사람, 곧 서번트이면서 서번트이기를 포기한 사람들이다. 2. 조직에서의 서번트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기관은 최상층에 한 사람을 두는 피라미드 모양의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이 조직은 한 사람에게 모든 권한을 집중시킨다. 따라서 비정상적이고 부패하기 쉽다. 최정상에 올라서는 순간, 그 사람에게는 동료가 없어진다. 오직 아랫사람만 있을 뿐이다. 그로 인해 상하관계가 고착되고, 조직 전체가 활력을 잃는다. 1인 중심체제는 리더십의 단절을 피할 수 없다. 그 사람이 그만둘 경우 업무의 단절은 필연적이다. 설득으로 인한 리더십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그의 말은 의견이 아니라 명령이 된다. 구태여 설득하는 식으로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1인 중심의 조직체계는 리더십보다 지배력을 우선시하는 사회풍조를 조성한다. 또 젊은이들에게 정상에 우뚝 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심어줘 불건전한 경쟁심을 조장한다. 결국 1인 중심체계는 사회 구성원 모두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병들게 하는 치명적이고 비열한 전통이라 할 수 있다. 1인 중심 조직의 폐해를 극복하도록 하는 열쇠는 이사회에서 찾을 수 있다. 조직의 권력구조는 보이는 힘과 보이지 않는 힘이 복잡하게 뒤얽힌 네트워크다. 이처럼 복잡한 권력구조를 꿰뚫어보고 면밀히 감시함으로써 힘의 남용을 예방하는 것이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의무다.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으며, 절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액튼 경의 주장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이사회는 이런 교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교훈에 대해 조금이라도 심각하게 고심했더라면, 지금처럼 무작정 최상층의 1인에게 힘을 위임하고 그 사용을 감독하는데 소홀하지 않았을 것이다. 성실한 이사회라면 조직 내 구성원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바로 다음과 같은 관점으로 말이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따라서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위임해서는 안 된다. 동등한 권한을 가진 다수의 재능이 서로를 보완할 때 비로소 완전함을 기대할 수 있다.” 이사들은 자신들이 관여해야 할 문제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먼저 알아야 한다. 경영진이 제공하는 내용도 이사진에게는 필요한 정보의 일부가 된다. 그러나 이사회가 경영진을 조언하는 데서 벗어나 독립적 판단을 내리려면 주어지는 것 이상의 정보가 필요하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점은 어떤 경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든 그 정보는 이사회가 원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진의 구미에 맞게 선별한 추상적 성격의 정보여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사회의 판단은 최후의 방어선이다. 경영진의 판단에서 치명적 오류를 막아주는 최후의 방책인 것이다. 따라서 이사회는 행동을 취하기 전에 다음 세 가지를 주의 깊게 생각해야 한다. 즉 ▲뛰어난 아이디어가 있는가 ▲그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길 만한 사람이 있는가 ▲필요한 자원은 확보되었는가 이다. 이사회의 판단이 모든 구성원들에게 이해와 존경을 받으려면 위의 세 가지 요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한 가지라도 부족하면 실패로 귀결되기 쉽다. 지금은 미래를 향한 새로운 비전이 필요한 시대다. 다모클레스의 칼이 우리 머리 위에 매달려 있고, 범죄는 횡행하며, 수많은 젊은이들이 소외된 채 길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있다. 경제는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으며 환경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닥친 가장 큰 위험은 국민적 컨센서스(Consensus)를 이끌어낼 메커니즘을 잃었다는 사실이다. 국민적 컨센서스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국민에게 신뢰받는 사람이 결정을 내릴 때, 그런 사람이 우리에게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때 가능하다. 지금처럼 속임수가 판을 치는 사회가 아닌, 신뢰받는 사회가 세워지려면 조직에 몸담고 있는 이사들이 힘을 결집해야 한다. 이사에게는 권한이 있다. 그 권한을 적극적, 헌신적으로 활용할 때 이사들은 권력을 섬기는 방향으로 쓰이게 유도할 수 있다. 섬기는 것은 조직과 사람들을 더 건강하고 더 지혜롭고 더 자유롭게 만든다는 뜻이다. 또한 그들이 기꺼이 서번트의 길을 택하도록 인도하는 것이다.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이사의 섬기는 자세이다. 3. 관료주의 떨치기
관료주의는 편협하고 융통성 없고 형식적인 체제, 선례에 얽매여서 새로운 창의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체제를 뜻한다. 어떤 기관이든지 규모와 영향력이 커지면 필연적으로 부딪치는 현상이다. 오래되고 존경받는 기관이 숙명처럼 관료주의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관료주의에 맞설 최적의 생활양식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생활양식은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다음의 다섯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아름다움: “아름다움은 우리가 아는 최상의 것이며 자연의 불가사의하고 비밀스런 목표를 집약시킨 것”이라고 로버트 브리지스는 노래했다. 우리에게는 “자연의 불가사의하고 비밀스런 목표”를 지향하는 생활양식이 필요하다.
▲현재성: 에머슨은 “오늘을 소유한 사람만이 진정한 부자이다”라고 말했다. 순간이 합해질 때 영원이 된다. ‘지금’을 단순히 물리적 시간의 한 단편이 아니라 당신이 혼신의 정열을 기울여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하라.
▲열린 가슴: “지혜는 듣는 것에서 오고 후회는 말하는 것에서 온다”는 이태리 속담이 있다. 듣는 행위는 다른 사람을 향한,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말을 향한 마음가짐이다. 이런 마음가짐은 관심을 가질 때 가능하다.
▲유머: 성경에서는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당신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 또한 유머 없어 어떻게 당신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
▲여유로움: 이 단어는 조용히 고통을 참고 견디는 능력을 말한다. 앞이 보이지 않아 절망에 빠진 오이디푸스는 이렇게 외쳤다. “아무리 험하고 수많은 시련이 있음에도, 내 늙은 나이와 내 영혼의 고결함은 내게 모든 것이 괜찮다고 생각하게 해준다.” 어떤 행위에서나 책임 있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현실 문제에 기꺼이 달려들어 여러 대안을 제시하고, 각 대안의 장점과 단점을 평가해서 가장 정의로운 것을 선택하며, 위험을 대담하게 감당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사람은 많지 않다. 능력 있는 사람은 넘쳐나지만 정작 사회를 섬기려는 책임 있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시 세상을 만들겠다는 사람, 정의와 가슴에 조화로운 세계를 만들겠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능력 있는 사람은 비판가나 전문가라는 위치에 만족해버렸다. 뛰어난 능력과 올바른 동기에 책임감만 갖췄더라면 예외적인 사람으로 우뚝 설 기회가 있었지만 그저 평범한 삶에 만족하고 말았던 것이다. 예외적이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럼 관료주의를 상대로 과감히 부딪치는 서번트 리더로서의 삶을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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