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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과 첨단 디지털이라는 무게에 견디지 못하고 하나 둘 사라져만 가는 대폿집. 그러나 한국인의 정서에 가장 맞닿아 있는 주점은 누가 뭐래도 대폿집이다. 탁주 한잔에 김치로 안주하고 입 한번 쓰윽 닦고 일어서도 눈치 볼 것 없었다. '두부'라도 차려지면 '요기'까지 해결되었던 게 대폿집이다.
정종을 맛있게 마시려면 센 불로 짧은 시간 내에 데워야 한다. 알코올과 향을 붙잡아 두기 위함이다. 혀를 자극하는 알싸한 맛에다 그윽한 향까지 느껴지는 정종 뒷마무리는 오뎅(어묵) 한 입과 따끈한 국물이면 딱 좋다.
사당역 근처에 있는 '부산오뎅꼬치'집에 가면 맛있는 오뎅과 제대로 된 정종을 마실 수 있다. 99년 문을 열었고 7년째 성업 중에 있다. 영업을 처음 시작하던 당시만 해도 '부산오뎅꼬치' 한 집뿐이었으나 최근에는 이 집의 인기에 힘입어 근방에 몇 군데 더 생겨났다. 규모가 큰 프랜차이즈 오뎅바들도 생겨나고 있지만 왠지 인간미는 없다. 오뎅집은 직원 두고 할 정도의 장사는 아니다. 11월부터 2월까지 4개월 장사하는 것과 마찬가진데 규모가 큰 오뎅바들, 비 성수기에 어떻게 영업을 해 나갈지 걱정도 된다. 내가 생각하는 오뎅집은 규모가 작아도 맛이 있고 주인과 손님, 손님과 손님 간에 교감이 통할 수 있는 곳이다. 바로 그런 집 '부산오뎅꼬치'를 알게 된 계기는 2001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나는 사당역 부근 화실에서 만화원고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말이 씨름이지 사실은 탱자탱자 놀다가 마감은 어느새 '발등에 떨어진 연탄불'이 되었다. 모가지 '짤리기'는 싫고, 마감을 맞히려면 죽어라고 밤샘을 할 수밖에 없다. 길고 긴 겨울 밤 작업에 몰두하다 보면 배가 출출해졌다. 그럴 때면 허기도 달래고 잠도 쫓을 겸, 작업실 근처에 있던 오뎅집으로 가서 국수를 먹었다. 오뎅 국물에 국수를 말고 파와 쑥갓, 유부 몇조각이 들어간 국수였다. 고춧가루 뿌려서 신김치와 함께 먹었다.
약간 비린 맛이 나지만 그게 이 술의 매력이다. 일반정종에서 맛 볼 수 없는 깊은 맛에 반해서 나는 히레정종 마니아가 될 수밖에 없었다. 사당동을 떠나온 후로는 '부산오뎅꼬치'에 자주 가지 못했다. 가끔 시내에 있는 오뎅바나 일본식 선술집 같은데서 히레정종을 맛 볼 때가 있다. 그러나 가격만 기분 나쁘게 비쌌지 내가 찾던 그 맛이 나지 않았다. 복 지느러미도 적당히 태워 갈색 빛이 나야 좋은 거지만 까맣게 태운 복 지느러미에서는 히레 특유의 맛이 나지 않았다. 다녀본 몇몇 정종집 중에는 지느러미를 너무 아끼는 마음에 조그만 거 하나만 넣어주기도 하지만 내가 단골삼은 이 집에서는 3개까지도 넣어 줬다. 그래서 난 히레정종 하면 '부산오뎅꼬치'를 제일로 친다. 가격도 맘에 들고 술도 내 입에 딱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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