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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

과메기, 주당의 입을 당기다
[맛있는 이야기]올 겨울에 더욱 맛있는 과메기 맛 보셨어요?
김용철(ghsqnfok) 기자
▲ 과메기는 손으로 쭈욱 찢어 먹어야 맛있다.남이 구워주는 고기는 맛이 덜하듯, 불편하더라도 자신이 찢어서 먹어야 더 맛있게 먹는다.과메기 본고장에 가면 자르지 않은 과메기가 나온다.
ⓒ 맛객
회를 먹을 때 한국 사람과 일본사람은 선호하는 맛이 다르다. 저작을 즐기는 우리는 활어를 즐긴다. 반면에 일본인은 일정 시간 숙성시킨 선어를 더 즐긴다.

활어를 신선한 맛으로 먹는다면 선어는 숙성에서 우러나는 맛이 미각을 자극한다. 그렇기에 먹는 방법에서도 차이가 있다. 활어는 각종 재료와 함께 쌈으로 먹는다. 반대로 선어는 회 자체의 맛을 찾기 위해 최소한의 재료로만 먹는다.

우리가 활어를 선호하는 이유는 씹는 맛을 좋아하는 민족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로는, 맛보다 눈으로 보이는 신선도를 더 따지기 때문이다. 이렇듯, 팔팔하고 싱싱한 놈을 찾는 민족이지만 때론 일본인도 놀랄 정도로 숙성시킨 회를 즐길 때도 있다. 홍어와 과메기가 그렇다.

한 일본인 교수는 '캐비어(철갑상어 알)' '푸아그라(거위의 간)'와 함께 '홍어'를 '세계3대 진미'로 쳐주었으니, 홍어를 먹고 받았을 충격이 짐작 간다. 홍어가 남도를 상징한다면 과메기는 경상도를 상징한다. 그 정도로 향토색이 짙은 음식이고, 그 지역 사람들이 주로 먹었던 음식이다. 그러던 게 불과 수 년만에 전 국민이 사랑하는 음식으로 등업되었다.

▲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올해, 과메기가 특히 더 맛있다
ⓒ 맛객
과메기는 청어나 꽁치를 말려가면서 숙성 시킨 음식이다. 따라서 '선어'라고도 '건어'라고도 할 수 없는 입장이다. '반 건어'라고 해야 하나... 말린 상태를 '관목'이라고 하는데 그 말이 과메기가 됐다.

과메기는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다. 그쪽 지역에서 자라고 지금은 사당동에서 막회와 과메기를 팔고 계시는 어른의 말을 빌리자면 과메기는 일본식 발음에서 온 거라고 한다. 그러나 이에 반론도 있다. '구사모'(구룡포를 사랑하는 사람) 총무를 맡고 있는 분이 과메기 뜻을 정립해서 인터넷 네이버 백과사전에 등록 시켰는데 다음과 같다.

과메기- 어원은 '관목(貫目)'. 알배기 청어의 껍질을 벗기고 반으로 쪼개 말린 것을 의미한다. 일종의 건청어(乾靑魚)인 셈이다. 과메기는 말린 청어인 '관목청어(貫目靑魚)'에서 나온 말이다. 꼬챙이 같은 것으로 청어의 눈을 뚫어 말렸다는 뜻이다. 영일만에서는 '목'이란 말을 흔히 '메기' 또는 '미기'로 불렀다. 이 때문에 '관목'은 '관메기'로 불리다가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관'의 ㄴ받침이 탈락되고 '과메기'가 되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사전적인 의미이고 일반인에게 과메기는 '꽁치를 말려서 숙성시킨 것'으로 통한다. 더불어 채소와 해조류를 곁들여 싸먹는 것이 과메기다.

▲ 배추와 미역을 밑에 깔고 과메기는 초장을 바른다. 마늘에는 장을 조금 묻히고 파도 올리고 나서 마지막으로 김을 맨 위에 올리면 맛있는 과메기 쌈 완성이다
ⓒ 맛객
과메기가 맛있는 요즘, 주당들은 즐겁다

홍어와 과메기가 미식가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는 요즘이다. 구룡포 인근에 있는 덕장마다 과메기가 겨울바람을 맞으면서 맛있는 상태로 숙성되고 있다. 날씨가 비교적 포근했던 작년에 비해 올해 과메기는 무척 맛있다. 연일 계속되는 추위는 과메기를 꽁꽁 얼린다. 언 상태에서 수분이 서서히 빠져 나가기 때문에 단순하게 햇볕에 말린 것과는 차이가 난다. 그래서 그런지 작년 과메기에 비해 비린내가 덜 나고 숙성도 먹기 좋게 되었다.

씹히는 맛도 적당하다. 주당들의 술안주로 인기몰이를 시작한 과메기 그 맛을 보러 구룡포까지 내려가면 좋겠지만 시간과 경제적으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분들을 위해 종로에 있는 <영일식당>을 소개한다. 사실 과메기는 어딜 가서 먹더라도 과메기 자체의 맛은 별 차이가 없다. 채소도 다 거기서 거기다. 영일식당의 과메기가 특히 맛있는 이유는 초장에 있다.

▲ 숙성시킨 마늘이 들어간 초장, 달달하면서도 부드럽다. 과메기의 비릿한 맛을 깔끔하게 숨겨준다
ⓒ 맛객
간 마늘과 함께 숙성시킨 초장에 과메기만 찍어 먹어도 맛있다. 숙성이 된 초장이기에 진하지 않고 부드럽다. 그 부드러움은 과메기 맛을 느끼는데 도움을 줄지언정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새콤한 초장 맛에 과메기의 비린내가 살짝 숨는다. 과메기를 먹는 방법은 모두 다 알고 있다.

배추속대와 미역을 밑에 깔고 과메기를 초장에 살짝 찍어서 올리고 마늘은 양념장 묻혀오고 쪽파도 올리고 마지막에 김으로 덮어서 먹으면 쫀득하게 씹히는 과메기와 아삭거리는 채소들... 씹으면 씹을수록 단물이 난다. 이게 과메기 맛 아니겠는가.

이 겨울! 과메기와 사랑에 빠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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