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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대게찜이요~

달짝지근하고 고소한 대게찜이요~
겨울여행에서 가족과 함께한 특별한 만찬
양지혜(aikuchi) 기자
▲ 우리가 찾던 대게 입니다. 크기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이 났습니다.
ⓒ 양지혜
▲ 이름조차 모르고 생긴 것도 가지가지인 게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양지혜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

바닷가 여행을 하다 보면 싱싱한 생선회가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우리 일행은 여행의 설레임을 채우고 식상한 생선회보다는 그곳 여행지의 성격에 맞고 제 철이기도 한 조금은 특별하고 맛있는 종류를 택해 직접 요리를 하기로 했고, 요리를 담당할 요리사(?)를 임명했습니다.

특별식으로 선택된 요리는 대게찜이었습니다. 먹을 요리를 정한 우리는 싱싱하게 살아 있는 대게를 사기 위해 대포항 어시장으로 나섰습니다. 킹크랩부터 시작해서 홍게까지 많은 종류의 게들이 모여 손님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 흥정도 잘해야 하고, 손질도 잘 해야 하지만, 식당에서 먹는 것 과는 다른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 양지혜
▲ 고소한 냄새의 유혹에 사 온 새우튀김이 출출함 때문인지 입에서 살살 녹았습니다.
ⓒ 양지혜
그러나 눈에 들은 큼지막한 대게가 1kg에 6만원이나 한다는 말에 놀라 대게찜을 먹는다는 계획을 포기를 하려 했지만, 지인은 굳이 비싸고 큰 대게가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조금 작아도 살이 제대로 오른 것을 고르기 위해 좌판으로 발길을 돌렸고, 마침내 우리들의 예산에 알맞은 대게 4마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 대게찜 담당 요리사를 무작정 믿어 보기로 했습니다.
ⓒ 양지혜
대게 요리가 시작되었습니다. 지인은 먼저 사 온 대게를 하나하나 꼼꼼하게 손질을 했습니다. 게는 좋아하지만 특유의 비린내를 못 참는 내가 나설 일이 아니기에 멀찌감치 서서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더구나 그때까지도 대게는 살아서 집게발을 허공에 대고 흔들어댔습니다. 지인은 솜씨 좋게 대게를 다루며 미리부터 대게찜의 맛 자랑을 해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속으론 내심 비싼 돈들이고 밤중에 멀리 가서 고생해 사 온 대게가 무사히 맛있는 요리가 될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잘 될까? 비린내만 풍기는 것은 아닐까?'

▲ 생각보다 커다란 대게를 쪄 내기엔 솥이 너무 작았습니다. 그러나 맛있는 대게찜을 향한 마음으로 일단은 성공!
ⓒ 양지혜
역시 대게를 맛보는 일은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바로 대게를 삶는 것이 아니라 쪄야 했기 때문입니다. 숙소에는 대게를 한꺼번에 찔 수 있는 도구가 없기에 온갖 궁리를 다 해야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있는 도구를 사용해 일회용 찜기를 만들었고, 비린 냄새와 맛을 없애기 위해 소주를 듬뿍(?) 넣었습니다.

▲ 대게 살을 일일이 발라내어 주는 손길 탓인지 맛도 더 좋았습니다. 감사~
ⓒ 양지혜
▲ 게를 먹는 맛은 저렇게 입에 넣어주고 발라 주길 기다리는 맛도 게를 즐기는 맛 중 하나가 아닐까요? ^^
ⓒ 양지혜
대게찜을 할 때는 찌는 동안엔 절대로 뚜껑을 열면 안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대게가 있더라도 늦은 저녁으로 인한 출출함과 허기를 무작정 참으며 기다릴 수는 없었습니다. 대게를 사면서 곁의 노점에서 함께 사 왔던 새우튀김을 꺼냈습니다. 주 요리인 대게를 찌는 동안 새우튀김으로 요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고소한 새우튀김은 순식간에 입 속에서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 토실한 게 살, 맛있게 보이죠?
ⓒ 양지혜
김이 빠지는 시간까지 25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대게찜이 상 위에 놓여졌습니다. 능숙한 솜씨로 대게의 살을 발라 아이와 내게 내미는 지인의 솜씨에 감탄을 하며 대게의 달짝지근하고 구수한 맛에 모두가 "맛있다"를 외쳤습니다. 대게 네 마리를 '게 눈' 감추 듯 먹었습니다. 특히 부드러운 게살은 아이가 좋아했습니다. 미처 살을 바르기도 전에 연신 보챘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대게요리의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 피날레를 장식한 게 딱지로 만든 볶음밥이 일품 이었습니다. 꼭 한번 맛보세요~
ⓒ 양지혜
비장의 요리가 바로 뒤를 이어 나왔습니다. 게딱지에 담긴 게 내장살과 국물에 김치를 잘라 넣고 김을 부수어 넣은 뒤 참기름 몇 방울을 떨어뜨려 볶음밥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만든 볶음밥은 매운맛을 못 이기는 아이의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게 할 만큼 맛있었습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밤바다의 정취까지 곁들여진 늦은 밤의 특별한 저녁식사는 함께 했던 우리 모두에게 추억이 되었습니다.

요즘은 대게가 살이 오르는 시기이고 맛도 가장 좋을 때라고 합니다. 커다란 대게는 가격이 비싸 쉽게 맛 볼 수가 없지만, 9cm 정도면 적당한 크기로 비용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은 가까운 어시장을 찾아 대게 몇 마리로 '대게찜'을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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