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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막만한 손으로 연탄 부지깽이를 잡고 연탄불 갈겠다고 나섰다가 땅바닥에 연탄을 떨어뜨려 깨트리고 야단맞았던 것하며, 겨울이면 연일 방송과 신문보도를 통해 잠자다 연탄가스에 중독돼 생을 달리한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끊이질 않았다.
사실 황태는 그리 흔하게 접해볼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기자도 강원도를 여행할 때 꼭 들러야 할 코스라며 리포터들이 열심히 안내해 주는 것을 방송에서 몇 번 봤을 뿐, 실제로 황태를 만난 것은 이곳이 처음이었다. 명태 알은 각각 창란젓과 명란젓을 만드는 데 쓰이기 위해 젓갈 공장으로 보내어지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명태는 매년 겨울 가장 매서운 날씨에 코를 꿰인 채 덕장에 매달아진다고 한다.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에 황태는 꽁꽁 얼게 되고, 한낮 따사로운 햇살에 다시 황태는 언 몸을 녹인다. 이렇게 얼었다 녹는 일을 20여 회 3개월 동안 반복해서야 명태는 황태로 거듭나는 것이다. 결국 황태는 찬 바람과 겨울햇살에 눈까지 합세해서 만들어지는 셈이다. 명태를 겨울바람과 햇살에 말린다고 해서 다 황태로 쓰이는 것은 아니다. 너무 추운 날씨가 계속되면 껍질이 하얗게 변한 '백태'로, 요즘처럼 겨울답지 않은 날이 이어질라치면 '강태'가 되어 황태로서 제구실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세찬 바람에 심하게 시달리면 황태살의 질감이 부드럽지 않으며, 반대로 바람이 불지 않으면 썩어버리는 수가 있다. 그래서 혹자는 황태의 맛을 '하늘에서 내린 맛'에 비유하기도 하고, 황태덕장을 운영하는 이를 가리켜 '하느님과 동업하는 사람'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영등포구청 인근에서 볼일을 보다 점심시간이 되어 차를 타고 먹자골목을 빙빙 돌고 있는데, 일방통행길인 한 골목을 지나다 더 안쪽에 나있는 작은 골목 끄트머리 벽에 걸린 정말 조그마한 문구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마치 첫사랑을 하게 될 여인을 많은 인파 속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 것처럼 말이다.
골목 한 귀퉁이에 주차를 하고 현수막이 걸린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니 대문이 보이고 그 안에 작은 식당이 있다. 현수막이 아니라면 이 식당이 있는 것 자체가 보이지 않는 구조로 돼있는 것이다. 일단 내부에 들어서면 고풍스런 멋이 일순 풍겨진다.
황태찜과 황태국 중 어느 것을 먹어볼까 잠시 고민하다 과감히 황태찜을 주문한다. '과연 어떤 맛일까' 기대하며 음식점 내부를 둘러보니 작은 방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흡사 휴가철 여행지에서 대면할 수 있는 방갈로가 연상된다. 이내 상 위에 반찬들이 차려지고 오늘의 메인요리인 '황태찜'이 상 한가운데에 주저없이 자리를 잡는다. 돌판 위에 맛있게 누워있는 황태는, 매콤한 양념으로 재어놓은 것을 후라이판에 자글자글 끓인 후 자신의 마지막을 예감한 채로 상 위에 올려지는 것이다.
황태는 부드럽게 목넘김 할 수 있도록 잘 쪄져 있었으며 황태속살까지 깊숙이 배어있는 양념은 감칠맛을 낸다. 처음 먹는 사람은 단번에 반할 만 하다. 여기서 처음 황태음식을 접한 이후론 유난히 황태를 재료로 음식점을 하는 곳이 눈에 많이 띈다. 역시 관심이 있어야 눈에도 보이는가 보다.
제법 훌륭한 음식맛에 비해 점심시간에도 심하게 붐비지는 않아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는 것은, 이 집만의 또 다른 매력으로 여겨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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