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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북 굴구이

'천북 굴구이'는 꿀맛으로 먹는 굴 맛
"탁탁! 펑펑! " 굴 껍질 열리는 소리에 굴이 구워집니다
양지혜(aikuchi) 기자
지난 21일 오후 지인들과의 만남을 위해 충남 홍성으로 향하던 중 약속 장소를 보령군의 바닷가인 '천북의 굴구이집'으로 수정한다는 전언을 듣는 순간 먼 길 운전의 지루함도 잊은 채 한달음에 천북항에 도착했다.

▲ 서해안의 일몰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 양지혜
때마침 눈앞에는 서해 바다의 낙조가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었다. 석양 속에 금빛으로 반짝이는 겨울 바다 위로 철새 도래지인 천수만이 가까움을 알려주듯 한 무리의 철새가 저무는 태양속으로 날아 올랐다.

방파제 굴 양식장 앞에는 매서운 바닷바람의 추위 속에도 한 아낙이 굴을 따고 있었다. 여느때 같으면 주말이라 많은 이들이 오갔을 홍성 방조제에는 인적은 없고 대신 작은 어선에 매달린 색색의 깃발들만이 을씨년스러움과 쓸쓸함을 담고 세찬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일행은 추위도 아랑곳 없이 호젓한 겨울 바닷가를 거닐며 시시각각 색을 달리하는 석양의 아름다움에 한동안 말을 잃었다.

▲ 매서운 겨울바닷 바람속에서도 굴 채취를 하는 아낙의 모습이 마음을 시리게 했습니다.
ⓒ 양지혜
잠시 후 지인과의 약속 장소인 굴 구이집으로 이동을 했다. 천북항 입구부터 시작해서 비닐하우스로 지어진 간이 굴구이 집까지 포함한다면 어림잡아 백여 호가 될 만한 굴구이 전문점이 원색의 간판들로 장관을 이루며 해안을 따라 있었다.

천북의 굴 구이가 시작된 것은 10여 년 전쯤으로 겨울의 굴 거두는 일을 하던 아낙네들이 추위와 허기를 뗴우기 위해 따 올린 굴을 피워둔 모닥불에 통째로 넣어 익혀 먹으면서라고 한다. 날이 추울수록 굴 맛이 더 좋고, 굴 구이에는 커다란 크기의 양식굴이 더 알맞다고 했다.

▲ 굴 양식장 앞 입니다. 소매와 도매가 이뤄집니다. 굴을 가득 실은 차들이 쉴새 없이 오가고 있었습니다.
ⓒ 양지혜
우리도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섰고, 먼저와 자리를 찾지하고 있는 손님들이 구워 내는 굴냄새와 "펑펑, 탁탁 "거리며 터지는 굴 껍질 벌어지는 소리는 나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키게 했다. 그리고 기대했던 유명한 천북 굴구이를 드디어 맛 볼 시간이 되었다.

커다란 바구니에 가득 들어있는 석화 한 바구니를 받았고,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석화를 "우르르" 석쇠 위에 쏟았다. 곧이어 굴껍질 터지는 소리와 그 소리에 놀란 짧은 비명과 웃음이 섞이며 고소한 냄새와 함께 이내 굴들은 적당히 익어갔다.

▲ 굴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지금이 가장 맛있는 때 입니다.
ⓒ 양지혜
투툼한 목장갑을 끼고 집게와 칼끝을 이용해 굴 입구를 벌리자 적당히 익은 하얀 굴이 입보다 눈을 먼저 감동 시켰다. 적당한 표현을 찾을 수 없는 절묘한 맛! 그것이 처음으로 천복의 굴구이를 먹어 본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기막힌 맛의 굴 구이는 쉼없이 내 입을 즐겁게 했다. 초고추장을 찍어 먹지만 초고추장이 없어도 굴 자체의 적당한 짭잘함이 담백하고 좋다. 구수하고 달큼한 굴구이만의 절묘한 맛에 빠져 석쇠위로 쉴새없이 손들이 오갔고 먹은 뒤의 굴 껍질은 어느듯 우리들 곁에 수북이 높이를 더해 갔다.

▲ 굴 구이를 먹기 위해 자리를 잡았습니다. 굴 구이 집은 임시로 마련된 건물도 많았습니다.
ⓒ 양지혜
굴은 생굴도 맛있다. 그러나 굴구이의 맛은 조금 다른 오묘한 맛이었다. 비린 맛이 전혀 없이 구수함과 달큼 짭잘함, 그리고 생굴의 주르르 흐르는 것을 대신해 살짝 국물이 나오는 부드러움까지 굴구이는 얼마를 더 먹더라도 멈춰질 것 같지가 않았다.

연신 석화는 석쇠 위로 쏟아졌고, 처음 바구니에 넘치도록 담겨져 있을때는 저 많은 굴을 어떻게 다 먹을까 했던 우려는 이미 멀리 날아가 버린 지 오래였다. 오히려 우리는 반바구니 정도의 양을 더 주문했다. 그간 동네 어귀나 얼마 전에 맛본 조개구이와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 굴 구이가 시작이 되었습니다. 굴이 맛있게 구워지면서 나는 소리까지 재미있었습니다
ⓒ 양지혜
그렇게 굴 구이에 정신을 못차리며 맛있게 먹느라 다음에 먹을 계획이었던 굴국수와 굴밥 먹기는 이미 불러 버린 배를 감당하기가 어려워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약속해야만 했다. 그러나 굴국수를 대신해 귀가를 하면 다시 출출해질 속을 다스릴 굴라면을 먹기 위한 약간의 굴이 필요하기에 주인에게 부탁을 했고, 주인은 생각보다 많은 덤과 함께 넉넉한 인심까지 얹어 주었다.

▲ 굴 구이에는 '완전 무장'이 필요 합니다. 굴 구이를 먹기위해 필요한 도구 입니다.
ⓒ 양지혜
굴이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생굴의 싱싱함이 좋다면 굴 구이는 평상시의 굴맛과는 다른 특별한 맛이 일품이었다. 그리고 굴구이의 또 다른 맛은 석화 한바구니의 가격이 2만5000원 정도인데 어른 4명이 먹기에도 충분한 양이었다.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여러 사람이 정겹게 둘러앉아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과 굴의 영양은 한 겨울 건강을 지키기 위한 특별한 겨울만의 별미라는 사실이었다.

▲ 굴이 구워지는 모습 입니다. 커다란 석쇠위로 한무더기의 굴을 구워냅니다.
ⓒ 양지혜
특히 서해안의 낙조와 철새를 감상하며 눈이 즐거웠고, 맛있는 굴 구이로 입이 즐거웠으며, 굴이 익는 향긋한 냄새로 코가 즐거웠고, 달궈진 석쇠 위에서 연신 재미난 소리를 내며 터지던 굴 껍질 벌어지는 소리가 귀를 즐겁게 했고, 올려지기가 무섭게 익어가는 굴구이를 서로에게 나누던 정겨운 마음까지 담을 수 있었던, 오감을 만족시킨 '천복 굴 구이'는 올 겨울 나의 가장 큰 맛자랑이 될 것이란 생각과 굴 구이만의 특별한 맛과 아름다운 서해바다 낙조는 입과 가슴에 즐거움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 천수만이 가까워서인지 철새들의 무리가 하늘을 수 놓는 장관도 아름답기만 했습니다.
ⓒ 양지혜
요즘 한창 굴 맛이 좋을 때다. 가족 나들이 길을 천수만의 철새구경과 서해의 낙조를 감상하며 한겨울철에만 맛 볼 수있는 굴 구이의 맛에 한 번 빠져 보는 것도 '겨울만의 맛'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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