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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드라마 ‘주몽版 러셀크로’ 허준호

깜짝인기에 얼떨떨 ‘허셀 크로’

아버지 허장강을 닮아가며…
드라마 ‘주몽版 러셀크로’ 허준호
글=최승현기자 vaidale@chosun.com
사진=이덕훈기자 leedh@chosun.com
입력 : 2006.05.25 23:51 43' / 수정 : 2006.05.25 23:54 57'


▲ 허준호·배우
당대를 풍미한 악역의 거장 고 허장강씨의 아들, 그러나 그저 성실한 연기자로 기억됐던 허준호(42). 그가 요즘 ‘허셀 크로’로 불리며 화려한 연기의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방송 2주 만에 시청률 25%를 기록한 MBC 새 드라마 ‘주몽’의 기세에는 ‘특별출연’ 중인 허준호의 공이 지대하다. 극중 고조선 유민으로 조직된 ‘다물군’을 이끌고 한나라에 맞서 싸우는 해모수. 멋진 ‘오버헤드킥’으로 창끝을 날려보내 멀찌감치 앉아있던 한나라 관리를 살해하는 등 눈부신 무예는 기본이다. 여기에 유화를 향한 애잔한 사랑과 과묵한 카리스마까지. 이렇게 해서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러셀 크로를 빗댄 ‘허셀 크로’라는 말이 탄생했다.

“칼싸움도, 말을 타보기도 처음이라서 중압감이 엄청났어요. 주몽(송일국)한테 부담 가지 않게 스타트만 잘 끊어준다는 생각이었는데 저한테 반응이 쏟아지니 정신 없네요.”

몸에 꽉 끼는 청바지에 검정 ‘쫄티’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우람한 근육을 빼면 화면 속 모습과 180도 달랐다. 나긋한 어조와 멋쩍은 웃음. “평소에도 거친 모습이면 누가 저하고 커피라도 마시겠어요?”


허준호는 8회까지 출연하고 하차할 예정이었지만 ‘불투명’해졌다. ‘주몽’ 게시판에는 “허준호 빠지면 박진감 떨어진다”, “해모수 살리기 운동합시다” 등 그의 ‘장생(長生)’을 염원하는 글이 1000건 가까이 올라와 있다. 허준호는 “8회 대본에 해모수가 죽는 장면이 들어 있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했다.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86년 영화 ‘청 블루스케치’로 데뷔, 92년 드라마 ‘걸어서 하늘까지’로 이름을 알렸다. “온통 꽃미남 탤런트들밖에 없기 때문”에 형사, 깡패, 군인 등 ‘강한 남성’ 캐릭터는 모두 그의 차지였다. 그는 “실제로는 싫은 일이 있어도 잘 표현하지 못하고 꾹꾹 눌러 담아두는 내성적 성격”이라면서도 “영화만큼은 알 파치노, 로버트 드 니로가 나오는 ‘남자 영화’에 매료된다”고 했다.

그는 연기에 새로 눈 뜨게 해 준 작품으로 지난 해 방송된 KBS ‘부모님 전상서’를 꼽았다. “생활 대사가 제일 힘들어요. 연기하지 않는 것 같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해냈다는 게 대견하더라구요.”

비열한 악역과 잔잔한 생활인을 오가는 그의 연기는 조금씩 아버지 허장강을 닮아가는 듯하다. “모르겠어요. 그런 평가는 관객 몫이니까. 다만 배우는 어떤 색을 칠해도 100% 그 색이 살아나는 백도화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기자로서 허장강을 평가해달라고 하자 말 없이 엄지손가락을 추어올린다. “하루는 신부, 하루는 폭군, 하루는 킬러, 정말 이 모든 걸 소화해냈던 배우가 또 있었을까요? 연습에 연습으로 사신 아버지는 열 살도 안 된 저를 세워놓고 대본 연습을 하실 정도였지만 하루 4~5편 영화를 찍느라 아들에게는 무심하기만 했죠. 살가운 추억?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홉 살 난 딸에게 살가운 아버지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응 이제 학원 가는거야? 민이는 학원공부 열심히 아빠도 일 열심히, 이따가 저녁에 통화해요. 아이 러브 유.”, “헤헤 아홉 살 친구예요. 제일 무서운 녀석이구. 또 제 삶의 목표이자 희망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