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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는 찬밥도 잔뜩 남았는데 아들 녀석이 수제비를 해달란다. "엄마, 아랫집에서 올라오는 수제비 냄새가 좋은데. 먹고 싶어. 우리도 수제비 해먹자." 남은 밥도 먹어야 하고 번거롭기도 해 "밀가루도 없고 감자도 1개밖에 없는데…"라며 슬쩍 넘어가려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아들은 "그럼 집에 있는 걸로 1인분만 해먹자"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남편까지 아들 편에 가담했다. "그래, 우리도 수제비 해먹자. 아들아, 네가 슈퍼에 가서 감자 좀 사와라." 속으로 '더운 날 아랫집은 왜 수제비 냄새를 풍겨서 난감하게 만드나. 지난번엔 삼겹살 냄새를 풍겨서 가족들이 삼겹살을 구워 먹자고 하더니…'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남편이 감자를 사왔다. 남편과 아들은 수제비, 딸과 나는 남은 밥을 먹기로 하고 수제비를 준비했다. 수제비 만들기에서 중요한 건 제대로 된 국물을 만드는 것. '보리새우로 국물을 내면 맛있다'던 소리엄마 말이 떠올라 보리새우 한 줌과 다시마를 넣고 물을 끓였다. 그 국물에다 감자를 납작납작 썰어 넣었다. 그러고 나서 밀가루에 소금 약간, 계란 1개, 부추를 잘게 썰어 넣고 물을 부어가며 반죽했다. 팔팔 끓는 물에다가 수제비 반죽을 얇게 펴 조각조각 뜯어 넣고 소금과 집간장으로 간을 맞췄다. 다 익은 수제비를 그릇에 담고, 참기름 한 방울과 김 가루를 뿌려 상에 올렸다. 환상의 맛이다. 지금까지는 멸치, 가쓰오부시, 다시마 등을 넣어 국물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에 만든 보리새우 국물은 이제까지의 국물 맛과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멸치를 넣었을 땐 느껴지던 약간 비린 맛 혹은 조금 진한 맛이 이번 국물에선 느껴지지 않는다. 부드럽고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 국물의 지존이었다. 결국 네 식구 모두 저녁 식사로 수제비를 먹었다. 아들 녀석은 두 그릇, 딸아이는 주지 않으려는 동생에게 사정해서 동생 것을 나눠 먹었다. 모두들 행복한 표정이다. 아랫집의 다음번 메뉴는 뭘까? 만드는 법 1. 보리새우와 다시마를 넣고 물을 끓인다. 2. 감자와 양파를 썰어서 1에 넣는다. 3. 밀가루에 계란 1개, 소금 약간, 잘게 썬 부추를 넣고 반죽한다. 4. 1에서 망을 건져 내고 반죽을 조금씩 떼어서 1에 넣는다. 5. 수제비가 익어서 뜨면 소금과 집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6. 수제비를 그릇에 담고 참기름 한 방울과 김 가루를 얹은 뒤 통깨를 살짝 뿌려 상에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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