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겟국, 겟국찌개. 서산의 토속음식으로 요즘은 별미가 되어버린 게꾹지. 어떤 맛일까? 알고 지내는 블로거 친구가 자기 블로그에 올린 사진을 보고서 단박에 뿅 갔다. 식당의 외관부터 나오는 음식까지 어쩜 내 맘에 쏙 들까? 해서 맛을 보지 않고는 살 수 없을 것만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에서도 특히 나를 사로잡는 건 토속음식, 향토음식 이기에 더 더욱 맛을 보고픈 마음이 간절해졌다. 때문에 다 내버려 두고 토속음식 이 한 마디만으로도 나를 서산으로 이끄는 힘이 있다.
둥그런 쟁반에 나오는 찬 좀 보라지 불러도 대답 없는 주인.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더니 그제 서야 나타나 밥을 차려준다. 둥그런 쟁반에 나오는 찬 좀 보라지. 하나 하나가 내 맘에 들어. 지방의 식당이 도시 식당과 다른 점은 반찬 가짓수에만 있지 않다. 그 내용물도 다르다. 도시는 인공적이다. 회사에서 나오는 가공된 재료가 많다. 반대로 시골은 자연적이다. 자연에서 가져온 것들이 많다. 바다와 산, 들에서 채취하거나 재배한 것들, 그렇기에 시골의 식단에는 고향의 맛이 있다. 진국집도 음식이 자연적이다. 10여 가지가 넘는 반찬들 대 부분이 나물과 김치, 채소 등 녹색바람이 식탁에 분다. 취나물을 넣고 끓인 된장국 맛이 특색 있다. 구수한 된장국에 참취 특유의 향이 느껴진다. 뚝배기에 보골보골 끓고 있는 게꾹지는 어떤 맛일까? 한 술 떠 맛을 보았다. 짜다! 하지만 왠지 손이 계속 간다. 몇 번 먹어보자 국물맛이 시원하다. 감칠맛 가득하다. 겟국지에서 썰지 않은 배추를 꺼내 쭈욱 찢어서 밥과 함께 먹으니, 요 맛이 게꾹지 맛인가? 밥맛이 산다.
그게 바로 게꾹지다. 보통 김장하고 남은 배춧잎은 말려 놓았다가 우거지나 시래기 국으로 먹었지만 서산은 서해에서 난 풍족한 젓갈이 있었기에 겟국지가 발달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 시절의 게꾹지는 요즘처럼 가스 불에 뚝딱 끓여내는 음식이 아니었다. 밥이 뜸드는 새, 게꾹지는 보골보골 밥을 짓고 나서 게꾹지를 뚝배기에 담아 아궁이에 남아있는 잔불위에 올려놓았다. 그럼 밥이 뜸을 들이는 동안 뚝배기는 보골보골 끓었다. 이렇게 해야 전통적인 방법의 게꾹지가 된다. 요즘은 맛을 더하기 위해 젓갈과 함께 게도 썰어서 넣고 고춧가루나 양념도 한다지만 오롯이 젓갈과 배추 두 가지만 들어가야 게꾹지의 참 맛이다.
요즘은 자극적이고 정체불명의 음식이 난무하는 세상, 그 맛에 길들여진 사람은 토속음식에 쉽사리 적응하기 힘들다. 때문에 자꾸 거리가 멀어지기만 하기에 토속음식은 설 자리를 잃고 우리에게서 잊혀져만 간다. "난 토속음식 맛 없어! 싫어!" 하고 말하는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다. 우리가 예술작품이나 문화재를 감상 할 때는 지금의 시선으로 보지 말라고 한다. 작품이 만들어진 그 시절로 돌아가 그 시절의 사람이 돼서 보면 그 느낌이 확연하게 다르다. 음식 또한 마찬가지다. 절대 그대의 혀로 먹지 말라. 마음으로... 느낌으로 기억으로.... 먹어보자. 힘들게 살았던 그 당시 우리 부모님 그리고 부모님의 부모님이 살던 시절을 떠올려보자. 이 음식이 왜 만들어졌고 또 먹고 살 수밖에 없었던 환경을 생각해 보면서 먹기를 권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