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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 홍어

흑산 홍어 맛 환상이었습니다
붉은 속살에 인절미처럼 찰진 흑산 홍어
이정근(ensagas) 기자
▲ 흑산 홍어. 붉은 빛깔이 흔히 봐왔던 홍어와 다릅니다
ⓒ 이정근
홍어는 귀한 음식입니다. 남도지방에선 잔치 집에서나 맛볼 수 있는 잔치 음식입니다. 월드컵 축구도 집에서 혼자 TV로 구경하는 것보다 광장에서 여럿이 함께 구경하는 것이 신명나듯 홍어도 혼자 먹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먹어야 제 맛이 나는 마당 음식입니다.

이러한 홍어가 어느 날부턴가 귀한 몸이 되더니 얇은 지갑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귀하신 녀석이 되었습니다. 그 틈새를 비집고 칠레산이다, 호주산이다, 알래스카산이다 등등 수입홍어가 들어와 가격은 안정되었지만 맛은 역시 흑산 홍어에 견줄 수가 없었습니다.

순수 흑산 홍어만 취급한다는 곳이 있어서 찾아가 봤습니다. 지하철 5호선 장한평역 1번 출구로 나와 300m 정도 걸으니 바로 흑산 홍어 전문점이 나왔습니다.

▲ 홍어 살코기
ⓒ 이정근
보통 횟집에서는 자기 접시에 회가 담겨져 나오는데 이 집은 나무로 만들어진 함지박에 홍어가 담겨져 나오는 게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홍어 빛깔 또한흔히 봤던 수입산 홍어와 격이 달랐습니다. 홍어라는 이름에 걸맞게 붉은 속살이 군침을 돌게 했습니다. 한 점을 집어 입속에 넣어보니 암모니아가 발효된 박하 향과 인절미처럼 찰진 맛이 흑산 홍어의 진수였습니다.

같이 간 일행 중 한 사람이 "지금까지 먹어본 홍어의 기억은 모두 지워라, 이것이 바로 홍어 맛이구나"라고 새로이 입력해야겠다고 감탄을 연발했습니다. 홍어는 삭힘의 미학(味學)이 살아있는 음식이라 하지요. 냉동 수입된 해외산 홍어는 덩치도 크고 푹 삭혀야 하기 때문에 삭힘의 정도가 지나치면 썩는 냄새가 납니다.

이러한홍어를 먹어본 사람들은 홍어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흑산도에서 직접 수송된 이 집의 홍어는 얼리지 않고 적당히 삭혀서 홍어라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거부감을 나타내던 분들도 이러한 홍어는 난생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 개불과 멍게
ⓒ 이정근
▲ 해삼
ⓒ 이정근
▲ 홍어애탕
ⓒ 이정근
수입산 홍어 가격대비 조금 비싼 감은 있었지만 흑산 홍어의 진수를 맛보는 대는 그만이었습니다. 분위기도 깔끔하고 편안했습니다. 참고로 가격을 말씀드리면 흑산 홍어 한 함지에 10만원이고(맨 위 사진), 술을 제외한 나머지 개불이나 멍게, 소라, 연어, 홍게 등은 모두 공짜입니다. 리필도 가능하고 접시보다 훨씬 큰 한 함지면 3~4인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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