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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에 '머위'가 무성하게 자랐다. 머위는 들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겨우내 꽁꽁 언 땅에서도 뿌리가 썩지 않는 머위다. 이른 봄, 땅이 풀리면 어김없이 새움이 튼다. 머위는 땅속뿌리가 얕고, 잎은 커서 수분 증발이 심하기 때문에 습한 땅에서 잘 자란다. 장마철에는 우산 같은 넓은 잎을 펼치고, 잎을 받드는 줄기도 굵어진다. 머위를 소중히 여기는 아내
아내는 머위를 아주 소중히 여긴다. 어렸을 때 기침이 심했는데, 즙을 내어 먹고서 효험을 보았다고 한다. 가래를 없애는 데는 탁월하다고 알려졌다. 머위는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알칼리성 식품으로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활기를 돋아준다고 한다. 머위의 쌉쌀한 맛을 아는 사람은 향이 좋아 자주 먹는다. 요즘은 건강식품으로 즐겨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봄에 올라오는 연한 새순으로 쌈을 싸서 먹으면 그만이다. 끓는 물에 데쳐 나물로 무쳐먹어도 그 맛이 독특하다. 약간 쓴맛이 나서 식욕을 돋우기에 좋은 나물이다. 오후 늦게까지 아내와 나는 밭일을 하였다. 저녁 찬거리로 풋고추 몇 개를 따는 것으로 일을 마치려는데 아내가 낫을 찾는다. "당신, 머위 베려고? 들깨 갈아 머위 탕을 하려고 그러지?" "알기도 잘 하시네." "작년에도 실력 발휘했잖아." "지금 먹으면 맛이 똑 참일 것 같아요."
머위 잎을 따며 아내와 나는 예전 일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랫녘에서는 머구라 불렀지 않았어요?" "머위가 표준말이야." "예전 벌레 물렸을 때도 즙을 내어 발랐는데." "그런 것 같아. 어머니께선 보신탕에도 넣어 끓이기도 했지." "토란 줄기와 함께 육개장을 끓여도 맛있었어요." "잎은 잎대로, 줄기는 줄기대로." 예전 시골집에는 집집마다 담 아래나 나무 밑 습지에 심어 요긴하게 쓰였던 머위이다. 우리 고향집 뒤뜰에도 지천으로 자랐다. 자란 양이 많아 다 해먹지 못하고 겨울을 맞이했다. 머위대에 들깨 갈아 탕을 끓이면 색다른 맛 머위대를 이용하여 탕을 끓여먹으려면 손이 많이 간다. 들깨를 갈아서 쒀야 하기에 자주 해먹기는 번거롭다. 어쩌다 별식으로 해먹으면 좋다.
머위대 손질이 끝나면 들깨를 갈 차례다. 요즘은 믹서가 있어 참 편리하다. 들깨에다 불린 찹쌀을 두어 숟가락 함께 갈아넣어 끓이면 국물이 걸쭉해진다. 아내가 재료 가운데 서운한 게 있는 모양이다. "조갯살이 있으면 국물 맛이 시원한데, 대신 멸치를 넣어야겠네." 아내는 조갯살을 사러 시장 가기도 그렇다며 잔멸치를 대신 쓸 모양이다. 마늘을 다지고, 양파를 썰고, 파를 준비하니 모든 준비가 끝이다.
사실, 들깨만한 영양가 높은 식품이 없지 않다고 하지 않는가? 들깨는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다량 함유하고 있는 영양 공급원의 보고이다. 40%의 기름과 16%의 단백질 및 38%의 탄수화물이 들어 있다. 아내가 한 국자를 건네주며 맛을 보라 한다. 호호 불며 간을 보는데, 부드럽게 씹히는 알싸한 머위대 맛과 들깨의 걸쭉한 맛이 잘 어울린다.
내 공치사에 아내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애써 만든 음식이 맛있다는 말에 행복해 하는 모양이다. 아내가 솜씨를 발휘한 머위대 요리는 건강식으로 손색이 없는 것 같다. 밥을 먹기 전에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아내는 오는 초복에 한 차례 더 끓일 테니 기대하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