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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

최재천 교수 “개미처럼… 학문제국 세워야죠”



이화여대 종합과학관 B-365 ‘통섭원’이라 이름 붙인 연구실에서 최재천 석좌교수는 “21세기는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범학문적 접근, 통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침팬지가 유전적으로 사람과 가장 가깝지만 인간과 가장 비슷한 짓을 하는 것은 개미입니다.”

올해 초 모교인 서울대에서 이화여대로 자리를 옮겨 화제가 된 최재천(崔在天·52·생물학) 석좌교수. 이 대학 자연사박물관장을 맡고 있는 그가 최근 기획한 ‘개미제국을 찾아서’ 전에는 연일 관람객이 몰리고 있다. 이 전시회에는 국내외 70여 종의 개미가 선보인다. 개미들의 사회 체계와 천적, 먹이, 의사소통법도 소개된다.

최 교수는 한 학기의 준비기간을 거쳐 9월부터 하나하나 자신의 구상을 실행한다. 개미도 개미지만, 침팬지를 비롯한 영장류를 다루는 연구기관의 설립은 최 교수가 대학을 옮기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영장류 연구는 한때 사양길을 걸었지만 21세기 들어 인간의 행동 인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힘들고 늦었지만 꼭 한국에서도 해볼 만한 분야입니다. 가을부터 연구원을 인도네시아에 파견해 자바긴팔원숭이부터 연구합니다.”


그는 이 대학 종합과학관에 있는 8평 남짓한 자신의 연구실을 통섭원(統攝院)이라 부른다. 세 벽은 천장까지 책들로 꽉 찬 책장으로 둘러싸여 있고, 나머지 한쪽 벽면에 책상을 갖다 놓았다.

“드디어 그동안 꿈꿔온 학문을 버무리는 일을 하게 됐습니다.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 세 학교 선생님들이 전공을 불문하고 모여 통섭할 겁니다.”

다른 학문과의 교류의 장이 될 통섭원에 대한 설명이 계속됐다. ‘통섭’은 최 교수의 은사이자 사회생물학의 창시자인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생물학과 교수의 저서 ‘Consilience’를 번역한 말. 처음 이 단어를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부터 무척 고민했단다.

“윌슨 교수의 저서는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통합을 넘어 인문학과 과학의 통합을 얘기하고 있어요. ‘통섭’은 원효 대사가 쓴 말인데 ‘모든 것을 다스린다, 총괄하여 관할한다’는 뜻이에요. 뜻과 음이 딱 들어맞지요.”

최 교수가 통섭원 책 사이에 진열된 포도주 한 병을 꺼내오는데 이름이 ‘Consilience’다.

“와인메이커들은 ‘우주와 인간의 교감’이란 뜻으로 이 이름을 붙였다는데 ‘컨실리언스’라는 말이 입에 짝 달라붙지 않나요. ‘통섭’이란 말도 의외로 입에 짝 달라붙어요.”

대학을 옮긴 직접적인 계기가 궁금했다.

“울산대 음대 학장이었던 아내가 2년 전 모교인 이곳으로 자리를 옮길 때 ‘남편도 오면 어떻겠느냐’는 얘기가 농담처럼 있었나봐요. 말이 씨가 됐는지 지난해 가을 이화여대 측에서 연락을 해 왔습니다. 이 대학에는 분류학 생태학처럼 큰 생물학 전통이 있었고, 큰 생물학을 하는 저로서는 제 분야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해가 맞아떨어졌지요.”

남녀공학과 여대의 차이는? “아직 강의를 해보지 않아 모르겠습니다. 새 학기부터 두 과목을 맡게 됩니다. 내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에코과학부를 신설할 예정이고요.”

에코과학부는 대학원 과정으로 신입생을 뽑는다. 21세기형 학문답게 통섭원에서 강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에서 느낀 것인데 뉴욕 공기가 예전에 비해 무척 깨끗해진 듯합니다. 서울의 공기를 맑게 하겠다는 것도 불가능한 과제는 아닙니다. 앞으로 삶의 질을 위한 이론과 연구에 힘을 보탤 예정입니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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