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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구마가 간식이다 얼마 남지 않은 옥수수를 꺾으며 아내가 아쉬워한다. 눈을 고구마밭으로 돌리며 묻는다. "여보, 고구마 밑 들었을까요?" "왜? 옥수수가 떨어지니까 이제 고구마 먹고 싶어?" "시장에 고구마가 나왔더라고요. 지금 캐먹으면 맛있을 텐데." "그럼 좀 캐 보지, 뭐."
고구마줄기가 힘차게 뻗어 고랑을 완전히 덮었다. 고랑에 풀을 잡는다고 했지만 장마철에 손이 미치지 못해 풀과 함께 자랐다. 그런데도 줄기를 뻗어 이만큼 자라준 게 대견하다. 밑이 들었을까 자못 궁금하다. 아내와 나는 호미와 삽을 챙겼다. 비닐을 벗겨 줄기를 걷어올렸다. 조심스럽게 호미로 땅을 긁어내는데, 고구마가 보이지 않는다. 삽으로 깊숙이 파 뒤집으니 달랑달랑 드러낸다. 빨간색을 띤 고구마가 참 예쁘다. "아직 이르지?" "그러네요. 추석 때나 되어야 밑이 실하려나?" 아직 고구마 밑이 덜 들었지만 그런대로 쪄먹을 만하다. 삽을 댄 김에 세 뿌리를 캤다. 햇고구마 맛보기에 충분한 양이다. 고구마줄기 같은 게 진짜다
"따서 반찬 하면 좋아요." "그래? 줄기도 들쳐주면서 더 따자구." 줄기에서 내린 헛뿌리를 걷어 올려줘야 고구마는 밑이 실하게 든다. 엉뚱한 데로 힘이 들어가면 크기가 부실하게 된다. 고구마줄기를 따는 아내의 손놀림이 잽싸다. 아내가 일을 하면 손이 맵다. 농촌에서 자라면서 농사일을 거들어 봐서인지 일머리가 환하다. 굼뜨며 허둥대는 나보다 낫다. 고추를 따도 나보다 빠르고, 밭을 매도 앞서간다. "그만 따자!" "삶아놓으면 얼마 안 돼요." "한 끼 먹을 거면 되지, 많이 따서 뭐해?" "나물도 무치고, 병어 넣어 졸일게요." 오늘은 고구마줄기로 맛난 저녁이 차려질 모양이다. 예전에 하찮게 생각한 것이 요즘 들어서 인기를 끄는 게 많다. 고구마줄기만 해도 영양적으로는 별로였다. 달리 먹을 게 없어 먹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요새는 건강식품으로 관심이 많다.
고구마줄기는 섬유소가 풍부하여 다이어트에도 좋고, 변비에 좋은 식품이다. 거기다 삶았을 때 달짝지근한 맛이 우러나와 나물로 무쳐먹으면 그만이다. 또 삶아서 마른 줄기로 보관하면 나물이 귀한 겨울에 좋은 음식이다. 아내가 따온 고구마줄기가 한 아름이다. 툇마루에 앉아 껍질을 벗기는데 매미소리가 악다구니를 쓰며 울어댄다. 가는 여름이 대개 아쉬운 모양이다. 고구마줄기가 맛난 음식으로 변신 고구마줄기 요리는 껍질을 벗기기가 번거롭다. 하나하나 벗기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벗긴 줄기는 소금을 약간 넣고 삶아낸다. 삶아놓고 보니 많아 보이던 것이 푹 줄어들었다. "이제부턴 내가 할 테니까 당신은 고구마나 씻어요." 캐낸 고구마는 한 입에 쏙 들어갈 만큼 작다. 옥수수와 함께 압력밥솥에 올려놓았다. 후식으로 먹으면 좋을 것 같다.
"여보, 식초 약간 넣을까?" "그러면 맛이 더 있겠는데." 식초를 조금 넣고 다시 버무린 후 간을 보라고 한 입이 건네준다. 된장의 구수한 맛과 시큼한 맛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압력밥솥에서 김빠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고구마가 다 쪄진 모양이다. 냄비에서는 병어 졸임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아내가 상차림을 한다. 나는 압력밥솥 뚜껑을 열었다. 껍질이 터진 고구마가 노랑 속살을 들러냈다. 노릇노릇한 고구마를 보니 군침이 넘어간다. 옥수수도 맛나게 쪄졌다. 아내와 나는 맛난 저녁을 먹으며 한마디씩 하였다. "병어보단 고구마줄기가 더 맛있지!" "풋고추와 함께 씹히는 나물에서 단물이 우러나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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