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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별식? 뭐 닭볶음이라도 한 거야?” “와 보면 알아요. 다른 데 가지 말고 암튼 일찍 와요. 알았죠.” 퇴근 시간이 다될 무렵 아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내의 닭볶음이나 감자탕 솜씨는 일품입니다. 가끔 아이들이나 남편이나 입맛이 없을 때 해주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요리가 무슨 별식은 아닐 터인데 별식이란 말에 갸우뚱하며 집에 와보니 구수한 냄새가 가득합니다. “뭐야. 무슨 부침개 하는 거야. 이게 뭔 별식?” 들어오며 조금 퉁명스럽게 말하자 아내가 그냥 웃으며 씻고 앉으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부침개도 부침개 나름이라며 막 프라이팬에서 노랗게 잘 익은 부침개를 접시에 꺼내옵니다. “먹어 봐. 뭐가 다를 거야?”
“이거 뭐로 만든 거야. 무슨 쑥 냄새 같은데… 그런데 담백하고 느끼하지도 않고 맛있는데.” “거봐요. 내가 별식이라 했잖아. 그거 쑥 부침개야.” “쑥? 요즘 쑥이 어디 있어. 있어도 쇠어서 못 먹잖아.” “봄에 당신이 쑥차 해먹는다고 쑥 뜯어서 말려 놨잖아. 그걸로 했어.” 아내는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친구 집에서 쑥 부침개를 해 먹었다고 합니다. 그 친구 집에선 해마다 봄에 쑥을 캐어 말려 놓았다가 가을이건 겨울이건 쑥차도 해먹고 쑥국, 거기에 쑥 부침개까지 해먹는다는 소릴 듣고 집에 와서 바로 쑥 부침개를 한 것이라며 웃습니다. “아니, 쑥 마른 걸로 쑥국도 끊여먹을 수 있데?” “응. 마른 것도 물에 풀어 놓으면 막 캔 것처럼 파랗게 올라와. 그걸로 쑥국 끓이면 봄맛을 느낄 수가 있어. 내일 저녁엔 된장 풀어 쑥국 해줄 테니까 기대하라구요.” “에이, 그냥 오늘 해주지. 이왕 한 김에.” “그냥 오늘은 부침개로 만족하세요, 서방님~.”
여러 차를 만들어 놓으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손님도 대접할 수 있고 먹을 수 있어 아주 좋습니다. 특히 차를 만드는 과정을 아이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아이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지요. 그렇게 함께 만든 차를 온 가족이 앉아 마실 때면 각자 취향에 맞게 마십니다. 그러면서 차의 맛을 이야기하며 효능까지 아는 척합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의 초입에 아내가 해준 쑥 부침개는 아내의 말대로 별식임에 틀림없습니다. 가을의 입구에서 봄의 맛과 내음을 맛보며 내일 아내가 꿇여줄 쑥국이 기다려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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