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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교수를 잡아라" 대학 스카우트 열전

"스타 교수를 잡아라" 대학 스카우트 열전
[중앙일보 2006-09-07 09:19]
[중앙일보] 생물학자 최재천(52) 교수는 올 초 10여년간 몸담고 있던 서울대를 떠나 이화여대로 자리를 옮겼다. 이대는 최 교수를 영입하면서 석좌교수 추대를 비롯, ▶대학원에 '에코 과학부'신설 ▶영장류 연구소 부지 제공 등 파격적 대우를 약속했다.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는 저서로도 유명한 최 교수는 "영장류 연구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이화여대 측의 제안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타급 교수'를 확보하는 데 앞다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연세대는 이번 학기에 금융공학 분야의 석학으로 꼽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인준(57) 교수를 영입했다. 석좌교수 추대, 총장 수준의 연봉(1억여원) 등의 대우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연세대의 MBA 프로그램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는 광주과학기술원에서 1억여원의 실험기기 이전 비용을 지급해 가며 오경환(43.물리학) 교수도 맞아들였다.

성균관대는 올 초 싱가포르국립대에서 유원종(48.기계공학) 교수를 영입했다. 성균관대엔 싱가포르국립대 출신 교수만 4명이다. 김영진(기계공학.전 교무처장) 교수는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들을 많이 데려오니까 그곳 총장이 '교수 유출을 막으라'는 지시를 내리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서울대 자연대는 최근 '미국 20위권 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하거나 교수직 제안을 받은 사람'등을 특별 채용키 위한 내규를 만들었다. 국립대의 특성상 공채가 원칙이란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 변신이다.

그 첫 케이스로 7월 토종 박사인 홍성철(36)씨를 물리학부 교수로 신규 임용했다. 오세정 자연대 학장은 "사립대는 특채를 활발히 하고 있는데 서울대는 가만히 있다가 우수 교수를 빼앗긴 경험이 있다"며 "예전에는 서울대라는 이름값만으로도 우수 교수 영입이 가능했는데 이젠 시대가 변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교수 영입과 연공서열 파괴=고려대는 이번 학기 경영대에서만 외국인 교수 4명(더글러스 호주 울런공대, 디트헤어 독일 베를린공대, 장 앙리 모랭 스위스 제네바대, 아네트 질림호바 미국 템플대 교수)을 채용했다.

서강대의 경우 올해 실시한 '해외 저명 교수 초빙제도'의 첫 사례로 벨기에 루뱅대의 닐 로빈슨(56.종교학) 교수를 영입했다. 그의 부인에게도 불문학 강좌를 맡기는 조건이었다. 로빈슨 교수는 이슬람 문화 및 종교에 대한 세계적 전문가다.

성균관대가 2004년부터 운영 중인 MIT-MBA과정에선 교수들이 연공서열에 따르지 않고 철저하게 연구실적에 따라 급여를 지급한다. 현재 교수 12명 중 5명이 외국인이다.

대학들의 교수 스카우트전이 치열해지는 이유는 우수 교수 자원은 한정돼 있지만 경쟁력을 높이려는 대학들의 수요가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서강대 김경환 교무처장은 "스포츠에서 한 명의 스타 선수가 팀 분위기를 바꿔놓듯이 우수 교수 한 명이 학내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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