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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수학의 정석(定石)’ 저자 홍성대(洪性大)


아빠도 보고 아들도 보고… 3700만권 팔렸다
‘수학의 정석’ 발행 40년
한해 100만권 이상… 연수익 100억 넘어
발행 첫해 350원… 지금은 1만7000원

‘수학의 정석(定石)’ 저자인 홍성대(洪性大·70)씨의 목소리는 반쯤 쉬어 있었다. ‘정석’이 31일로 발행 40년이 된다는 소식이 29일 알려지면서 인터뷰 요청과 축하 전화가 하루 종일 쇄도했기 때문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올해가 묘한 해인 것 같아. 책 나온 지 꼭 40년인 데다, 학교(전주상산고)를 설립한 지 25년이고 내 나이 올해 고희(古稀)가 됐으니….”

수학의 바이블(Bible)로 통하는 ‘정석’은 우리나라에서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 치열한 경쟁으로 한 해에 뜨고 지는 참고서가 숱한 상황에서 40년간 1등을 고수하고 있다. 책을 출판해 온 성지출판㈜은 현재까지 팔린 ‘정석’이 3700여 만 권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발행 첫해인 1966년 3만5000여 권이 팔린 이후 판매 부수가 매년 급증해 전성기인 1980년대와 1990년대 전반까지는 한 해에 150만~180만 권이 팔려나갔다. 작년에 110만 권이 팔리는 등 현재까지도 판매부수가 100만 권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성지출판 김준호 전무는 “지금까지 팔린 책을 한 권(평균 두께 3㎝)씩 눕혀서 쌓아 올린다면 8848m인 에베레스트산 125개에 이르는 높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행 첫해 책값은 350원. 당시 라면값은 20원 정도였다. 현재는 기본시리즈와 실력시리즈 각 6권씩 총 12권으로 구성돼 있으며 권당 가격은 1만5000~1만7000원이다. 작년 한 해 110만 권이 팔렸고 판매가의 60%가 출판사에 입금돼 판매수익은 110억원 가량 된다. 이 덕에 성지출판에는 영업사원이 단 1명밖에 없다.

홍씨는 ‘정석’으로 얻은 수익으로 1981년 전주에 상산고등학교를 설립했다. 상산고는 2003년 자립형 사립고로 전환됐다. 홍씨는 이후 상산고에 300억원 가량을 투자, 최적의 교육환경을 조성했다. 2만여 평의 상산고는 한국 조경 100선(選)에 소개될 정도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홍씨는 “학생들로부터 번 돈이니 학교에 투자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홍씨는 1998년에는 사재를 출연해 서울대에 초현대식 상산수리과학관을 기증했다.

1963년 서울대 수학과에 재학 중이던 홍씨는 형편이 어려워 고교생을 대상으로 과외 아르바이트를 했다. 기존 참고서가 지나치게 어렵다고 판단한 홍씨는 외국서적 판매점을 뒤지고 일본, 미국, 프랑스에 수소문해 관련 자료를 모으는 등 3년간의 노력 끝에 1966년 8월 31일 ‘정석’을 내놨다.

▲ 저자 홍성대씨
장기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뭘까. 홍씨는 “입시가 아무리 바뀌어도 왜 계속 사는지 모르겠어…학생들이 책에 반한 것이겠지”라고 했다. “원리와 기본에 아주 충실한 책이지. 출제 가능한 유형을 빠짐없이 다뤘어. 체계적으로 자세하고 쉽게 설명해 일정 수준 이상이면 혼자서도 공부가 가능해.”

홍씨는 최근의 ‘정석’ 개정판까지 남에게 한 페이지도 안 맡기고 직접 집필했다. 새벽 3~4시까지 쓰는 날이 많아 지금껏 목 디스크로 고생하고 있다. 홍씨는 “이렇게 하지 않고 어떻게 경쟁 속에서 40년간 버티었겠냐”면서 “혼자 꾸준히 써온 탓에 중복된 문제가 없고 표현이나 문제의 수준이 일관성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홍씨의 딸 재현씨와 사위가 책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줬다. 홍씨의 딸과 사위도 서울대 수학과 출신이다.

양근만기자 yangk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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