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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한 낙지볶음

가끔, 그때 그 낙지볶음이 생각난다
[맛객의 맛있는 이야기] 빨간 양념 넣고 낙지 무쳐볼까?
김용철(ghsqnfok) 기자
▲ 매콤한 낙지볶음
ⓒ 맛객

무교동 하면 낙지볶음이다. 내 나이 23살 무렵부터 무교동 낙지볶음을 먹으러 다녔다. 많고 많은 낙지음식점 중에 단골로 삼았던 집은 이강순 실비집이다. 나무로 만들어진 작고 낡은 의자와 탁자, 반공방첩이 쓰인 메뉴판 같은 것들이 정겨운 집이었다.

주로 오후 4시 무렵에 드나들어 한가한 분위기에서 먹는 날이 많았지만 해 떨어져 가는 날이면 1∼2층에 손님들로 바글바글했다. 그 집을 처음으로 소개해준 사람의 말에 의하면 역사가 꽤 된 집이고 예전엔 지금보다 훨씬 매콤했다고 한다.

아니 지금도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매콤한데 예전에는 더욱 매콤했다고? 그러고 보니 삼각지 원 대구탕 집에서 우연히 만난 한 할아버지도 예전엔 대구탕이 정말 매웠다고 했다. 원래부터 매웠던 음식은 갈수록 매운맛이 줄어들고 그렇지 않은 집은 점점 매워지고 매운맛의 평준화가 이뤄지는 것 같다.

빨간 양념으로 범벅이 된 낙지볶음 한 접시에 공기 밥 하나 시켜서 소주나 막걸리를 마시는 맛은 거의 중독에 가까웠다. 먹고 난 며칠 뒤 어디 가서 뭘 먹을까 생각하면 언제나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무교동 낙지볶음이었다. 사람들은 낙지를 좋아했지만 난 낙지 못지 않게 양념도 좋아했다.

가끔 양념을 더 달래서 먹을 정도였으니까. 마늘이 엄청나게 들어간 그 양념에 밥을 비벼서 먹고, 소금물에 데친 콩나물에 고춧가루가 셀 수 있을 정도로만 들어간 상태로 무친 콩나물을 먹으면 궁합이 절묘했다. 그 집의 낙지볶음에 완전히 길들여지고 말았다.

그 집의 대표메뉴는 단연 낙지볶음이지만 감자탕도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는 맛이다. 진한 국물의 감자탕이 다 찌그러진 냄비에 담겨 나오는데 이것이 감자탕이라 할 정도로 큰 감자가 몇 개 들어가 있었다. 감자를 숟가락으로 나누면 속이 진득하니 알차서 물컹한 감자와는 맛이 달랐다. 가격도 저렴해 한 냄비에 8000원인가 했는데 지금은 얼마나 올랐는지 모르겠다.

낙지볶음과 환상의 팀웍을 자랑하는 조개탕도 이 집의 자랑거리, 사람들은 낙지볶음을 주문하면서 자연스레 조개탕도 시킨다. 조개를 한소끔 끓이고 나서 간 마늘과 큼직하게 썬 파를 넣고 나오는데 시원한 조개탕이 낙지볶음의 매운맛을 한층 풍부하게 해준다.

그렇게 뻔질나게 드나들던 집도 발길이 뜸해지다가 원래 있던 자리가 개발로 인해 교보빌딩 뒤편으로 이전하고 난 후부터는 거의 가지 않게 되었다. 예전 집의 분위기가 사라지기도 했지만 매운맛 말고도 맛있는 맛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안 가본 지 1년도 넘은 것 같지만 가끔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며칠 전 낙지 사라는 마이크 소리가 요란했다. “폭포에서 오늘 올라온 세발 낙지가 한 마리에 이천 원” 오랜만에 매콤한 낙지볶음이나 만들어 먹을까 해서 트럭으로 가서 “이천 원 짜리가 어떤 거예요?” 물었더니 그럼 그렇지 뻔한 대답을 한다.

“이천 원 짜리는 다 나갔구요. 대신 네 마리에 만원 가져가세요?”

이 사람들은 언제나 이렇다. 오징어도 한 마리 오백원에 판다는 말에 솔깃해서 가보면 어느새 내 손엔 한 마리에 천원, 삼천원 하는 오징어가 들려 있다. 사온 낙지를 무교동 식으로 만들어 봤다.

▲ 낙지는 오래 익히면 질겨진다
ⓒ 맛객

▲ 살짝 데친 낙지
ⓒ 맛객

먼저 낙지를 끊는 물에 살짝 데쳐서 건져놓는다. 생 낙지를 처음부터 볶으면 질겨지기 때문이다.

▲ 양념만 따로 볶는다
ⓒ 맛객

냄비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고추장을 볶다가 간 마늘 다진 매운 고추 큼직하게 썬 파를 넣고 재료가 70% 정도만 익을 정도로 볶은 후 녹말 물을 부어 되직하게 만들고 소금간을 약간 했다.

▲ 불을 끄고 데쳐놓은 낙지와 양념을 버무린다
ⓒ 맛객

▲ 낙지볶음이 만들어졌다
ⓒ 맛객

여기에다 데쳐놓은 낙지를 먹기 좋은 상태로 잘라 양념에 넣고 무쳐내면 된다. 낙지 머리는 따로 국물 요리로 만들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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