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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리무 김장

단풍 밑에서 알타리무 김장을 담갔습니다
장인이 돌아가신 뒤, 울적해 하시던 어른들이 힘을 차렸습니다
이형덕(imiunu) 기자
▲ 알타리무를 뽑은 밭
ⓒ 이형덕
배추밭 가장자리의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던 날, 알타리무 김장을 담갔습니다. 어른들 네 분이서 아침부터 벌레 잡고, 물을 주어가며 정성으로 기른 덕으로 탐스럽게 잘 자랐습니다. 장인께서 돌아가신 뒤 한동안 울적해 하시던 어른 세 분이 밭 주변의 나무들이 울긋불긋 물들어가자 힘을 차리셨습니다. 손이 모자라 친척 분들까지 달려오셨습니다.

시장에서 사다가 담가도 되겠지만, 이렇게 밭에서 직접 기른 김장거리들이 맛있다고 유독 정성을 들이던 채마밭입니다. 총각김치로 알려진 알타리무는 일명 달랑무라고 불리는, 뿌리가 조금 작은 무로 담근 김치를 말합니다. 밥상에 올라오면 맛있게 먹기만 했지, 어떻게 담그는지를 모르던 터에 이번에 시종을 지켜보며 혹 저와 같이 문외한인 분들을 위해 알타리무 김장하는 과정을 소개합니다.

알타리무는 김장무와 달리 멀칭(바닥덮기)을 하지 않고, 여름에 고춧대를 거둔 자리에 훌훌 직접 씨를 뿌립니다. 흙이 곱고 돌이 없는 밭에서는 무 뿌리가 곧고 곱게 자랍니다.

뽑은 알타리무의 뜬 잎을 잘라내고, 물에다 깨끗이 씻습니다. 아파트에서 손질하기는 아무래도 좁고 불편하지요. 마당 수돗가에 물을 틀어 놓고 몇 번이고 헹구고 씻으니 흙투성이 알타리무가 금세 말끔해집니다.

▲ 알타리무 손질하기
ⓒ 이형덕

넓은 통에 담은 뒤 큰 무는 먹기 좋은 크기로 쪼개 줍니다. 그리고 소금과 젓갈을 적당히 넣어 간을 맞춥니다. 이 때, 간을 볼 때는 무가 아닌 잎을 먹어 보아야 합니다. 무는 아직 간이 배지 않아 당연히 싱거우니까요. 겨울에 두고 먹을 김장거리는 조금 짠 듯하게 담가야 한답니다.

간을 맞춘 다음에는 고춧가루를 골고루 넣어 버무립니다. 이때 집안의 입맛에 따라 갓이나 실파를 넣기도 합니다. 멸치 액젓을 넣고, 약간의 설탕이나 조미료를 넣는데 저희 집에서는 자연스러운 맛을 내기 위해 조미료는 전혀 넣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늘과 생강 다진 것을 넣습니다. 마늘은 넉넉히 들어가도 맛이 나지만 생강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면 쓴맛이 난답니다.

▲ 액젓 넣기
ⓒ 이형덕

이렇게 모든 양념이 들어간 뒤에는 골고루 섞이도록 버무려야 합니다. 이때 비로소 남정네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비닐 장갑을 낀 뒤, 이리저리 뒤섞는데 왕년에 군대서 김장 담근 솜씨를 발휘해 봅니다. 조금 의욕이 넘쳤는지 힘차게 뒤섞다가 그만 양념이 튀어 눈에 들어갔습니다. 안타깝게 중도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 버무리기
ⓒ 이형덕

▲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런 알타리무
ⓒ 이형덕

이렇게 잘 버무려진 알타리무는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습니다. 우선 지레 먹을 김치를 담아 두고, 나머지는 미리 파 놓은 독에 묻습니다. 단풍이 진 마당에서 친척끼리 모여 왁자지껄하게 김장 담그는 모습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립니다. 마당 한가운데 꼭꼭 쟁여 담아둔 김장독을 바라보니 이제 한겨울이 몰려 와도 걱정이 없습니다. 아직 배추김치 김장할 일이 남았지만, 그래도 알타리무를 담가 놓으니 벌써 배가 불러온다는 어머니의 얼굴에 웃음이 감돕니다.

비록 장인께서 얼마 전, 세상을 떠나셔서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이 날 담근 알타리무는 다섯 집이 나누고도 넉넉히 남았습니다. 여남은 두 럭의 밭치고는 참으로 풍성한 수확입니다. 겨우내 밥상에서 만날 총각김치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 독으로 옮겨 담기
ⓒ 이형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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