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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국밥

뚝배기에 돼지가 한마리 통째로?
구례장터 오뚜기 국밥집의 돼지국밥
조찬현(choch1104) 기자
▲ 돼지국밥
ⓒ 조찬현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점심 무렵 구례를 지나가다 지난해 10월초 구례 5일 장날에 찾아갔었던 구례장터의 오뚜기 국밥집이 문득 떠올랐다. 뚝배기에 담겨져 나온 돼지머리국밥을 그땐 정말 맛나게 먹었었는데…. 오늘 점심때 한 번 가볼까?

이 집은 장날이 아닌 평일에도 영업을 한다. 조그마한 가게에 동그마니 놓여 있는 3개의 원형 탁자, 쉴 사이 없이 들락거리는 손님들, 가게는 여전하다. 그땐 빈 자리가 없었는데, 12일 오후 3시 무렵에 찾아간 국밥집은 비교적 한산하다.

다짜고짜 주인아주머니에게 취재를 하자고 했다. 지난번에는 사진도 못 찍게 해서 무안만 당하고 먹던 국밥 사진 하나만 달랑 건져가지고 그냥 왔었는데, 무엇에 홀려도 단단히 홀린 모양이다. 오늘은 기필코 사진을 담아가리라 작심을 하고 찾아갔으니 말이다.

진하고 깔끔한 육수의 맛

▲ 푸짐하고 넉넉한 국밥
ⓒ 조찬현
그러나, 주인 아주머니는 예나 지금이나 사진 찍는 것을 별로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눈치다. 국밥을 주문했다. 아주머니는 뚝배기에 육수를 담아 시퍼런 혀를 날름대는 가스 불에 뚝배기를 올려놓는다. 거기에다 먹음직하게 잘 손질된 돼지내장과 순대, 콩나물, 다대기를 차례로 넣는다. 대파도 송송 썰어 듬뿍 넣었다.

쌀뜨물처럼 뽀얀 육수는 가마솥에 24시간 푹 고았다. 이 조그마한 뚝배기에 돼지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 있다. 돼지 각 부위의 뼈를 골고루 다 넣고 끓여낸 육수다.

육수를 끓이는 동안 돼지기름을 완전하게 걷어내고 푹 고아서 육수의 맛은 걸쭉하고 진하다. 기름기가 없어서인지 생각보다 느끼하지 않고 맛이 깨끗하다.

국물 맛이 깔끔하다. 밥을 한술 말아 새우젓과 젠피(초피)를 넣어 먹으면 혀끝에 알싸하게 전해져오는 아린 맛이 입맛을 자극한다. 평범한 음식에서 고급스러운 맛이 느껴진다. 맛이 쌈빡하다. 밥은 서너 차례 나눠서 조금씩 국물에 말아먹어야 밥이 퍼지지 않고 그 맛이 끝까지 유지된다.

곁들이 반찬만으로도 호사

▲ 오뚜기 국밥집의 기본 상차림
ⓒ 조찬현
곁들이 반찬이 무려 6가지나 된다. 국밥치고는 반찬 가짓수가 좀 많은 편이다. 푹 잘 익어 오리지널 전라도의 깊은 맛이 배어 있는 파김치와 묵은지, 아삭하고 시큼한 깍뚜기가 국밥과 가장 잘 어울린다.

살짝 데쳐 강된장에 조물조물 무친 머위나물, 마른고사리 무침, 봄 내음이 진동하는 취나물 또한 식욕을 돋운다. 돼지국밥에 곁들인 맛깔스런 반찬은 덤으로 얻은 호사다.

▲ 살짝 데쳐 강된장에 조물조물 무친 머위나물
ⓒ 조찬현

▲ 푹 잘 익어 오리지널 전라도의 깊은 맛이 배어있는 파김치
ⓒ 조찬현

▲ 아삭하고 시큼한 깍뚜기
ⓒ 조찬현
국밥 맛 끝내줘요! 치켜든 엄지손가락

이집 단골인 박창규(61)씨는 돼지국밥의 국물 맛이 진하고 깊다고 말한다. 그와 함께 온 일행은 국밥 맛에 푹 빠져 정신이 없다. 한참 만에 맛이 끝내준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오뚜기 국밥집 장희례(45) 사장은 빼어난 미모만큼이나 인심 또한 넉넉하다. 숟가락으로 국밥을 휘 저어보니 내용물이 푸짐하다.

"손이 커갔고 양이 넉넉해요."
"국밥도 딴 데보다 싸고 맛있어요."

이 집을 찾는 손님들은 한결같이 너무너무 맘에 든다고 말한다. 정말 착하디 착하고 마음에 딱 드는 가격이다. 주인 아주머니는 자주 찾는 단골손님에게는 돈 따지지 않고 음식을 푸짐하게 내놓는다.

▲ 주인아주머니가 김치를 담그기 위해 고추를 다듬고 있다.
ⓒ 조찬현
"니꺼요 내꺼요 하며 고기를 막 넣어줘요. 우리 서방 없으면 고기를 푸짐하게 막 줘요. 워매! 우리 서방한테 맞아죽겠네. 저녁에 집에 가면 나 맞아죽어."

주인아주머니의 넉살에 손님들이 왁자하게 한바탕 웃었다. 그 맛에, 가격에 또 한 번 깜짝 놀란다. 돼지국밥 한 그릇에 3천원이다. 순대국밥은 4천원 정말 착하디 착한 가격이다. 이 집은 말벗이 있어서 심심치 않아서 좋다. 처음 만난 손님과도 누구나 그냥 곧바로 친해질 수 있는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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