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image.ohmynews.com/down/images/1/choch1104_347379_1[588872].jpg) | | ▲ 말집 해장국집 | | ⓒ 조찬현 | | 말집 해장국, 이름이 참 순박하고 푸근하다. 여수역에서 5분여 거리인 여수 공화동에 위치하고 있는 선술집이다. 지난 25일 남도 맛 기행 중 여수에 들른 맛객(김용철 시민기자)이 그 집을 가자고 한다. 그는 남도 맛 기행 길에 2년 전 한번 가본 적이 있는 그 집을 다시 가기로 아예 작정하고 내려온 듯했다.
메뉴도 생뚱맞다 돼지껍데기다. 주모가 펄펄 끓는 물에 삶은 돼지껍데기를 내온다. 은근한 연탄불에 껍데기 겉 부분이 아래로 향하게 해서 굽는다. 돼지껍데기가 노릇노릇 익어가자 제법 맛깔스러워 보인다.
막 퍼다 주는 넉넉한 인심의 선술집
![](http://image.ohmynews.com/down/images/1/choch1104_347379_1[588873].jpg) | | ▲ 여수역 | | ⓒ 조찬현 | |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여수에 이런 독특하고 신기한 메뉴를 파는 선술집이 있다는 것 또한 처음 알았다. 아마 1960년대나 유행했음직한 음식이다. 돼지껍데기 구이에 대포 한잔, 넉넉한 인심의 주모, 연탄 화덕 몇 개 놔두고 삥 둘러앉아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선술집의 풍경이다.
주모는 "더 필요하면 말해"하면서 막 퍼다 준다. 세상에 아직도 이런 인심의 집이 있나 싶다. 한동안 어리둥절했다. 딴 세상에 온 듯하다.
"일이 없다고 그러네. 살기가 그리 힘이 든다네."
주모는 요즘 사람들의 힘겨운 세상살이를 푸념처럼 얘기하며 뭐 필요한 음식이 있으면 얼마든지 갖다 먹으라고 한다.
"이리 막 줘가지고 뭐 남는 게 있습니까?" "그러니까 여기 오면 막걸리를 많이 먹고 가야 돼." "막걸리 한 병에 얼마예요?" "2천원." "단돈 2천원이요?"
![](http://image.ohmynews.com/down/images/1/choch1104_347379_1[588874].jpg) | | ▲ 박노해 시인과 맛객의, 다녀간 흔적이 액자에 담겨 벽에 걸려 있다. | | ⓒ 조찬현 | | 막걸리도 큰 병으로 준다. 안주는 공짜, 거기에다 막걸리 한 병이 2천원이라고 한다. 잘못 알아 들었나 하는 생각에 재차 물었다. 주모가 웃으면서 맞다고 한다.
맛객이 밑반찬을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주모가 한마디 한다.
"서울 양반 밥 좀 줘 보까?"
주모가 공기 밥을 반찬과 함께 먹어보라며 거저 갖다 준다.
돼지껍데기, 막걸리와 찰떡궁합
![](http://image.ohmynews.com/down/images/1/choch1104_347379_1[588875].jpg) | | ▲ 노릇노릇 익은 돼지껍데기 | | ⓒ 조찬현 | |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돼지껍데기가 제법 노릇노릇 익었다. 어떤 맛일까? 하며 젓가락으로 살며시 집어 맛을 보았다. 난생 처음 먹어보는 돼지껍데기구이, 맛이 신기하다. 쫀득쫀득하고 씹히는 맛이 좋다. 고기를 먹는 느낌이 전혀 아니다. 그런대로 한 세월 살아 본 사람들이 먹어보면 옛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날 듯하다.
맛객은 돼지껍데기 한 점에 "뿅 가분다"고 말한다. 그래 맞다. 뿅 가는 그런 맛이다. 고춧잎 장아찌와 함께 먹으면 그야말로 뿅 간다.
"우리 이것 좀 더 주세요." "음식 맛을 아네." "고기로 말하면 안심 쪽이여~"
맛객이 돼지껍데기를 더 달라고 하자 주모는 돼지껍데기 가슴 부위를 갖다 주며 역시 맛을 아는 사람이라며 맛객을 추켜세운다.
"맛있어요." "혓바닥까지 넘어가버리네~"
![](http://image.ohmynews.com/down/images/1/choch1104_347379_1[588879].jpg) | | ▲ 펄펄 끓는 물에 삶아 내놓은 돼지껍데기와 연탄불에 굽고 있는 돼지껍데기 | | ⓒ 조찬현 | | 맛있는 돼지기름은 사람의 체온에서 녹는다. 또한 체내의 유해물질과 노폐물을 돼지기름이 씻어내기도 한다.
돼지껍데기는 막걸리와 참 잘 어울리는 안주다. 찰떡궁합이다. 곁들이 음식도 한결같다. 어릴 적 시골집에서 먹었던 어머님의 손맛이 담긴 듯하다. 고향의 맛이다. 요즘 보기 드문 정이 넘쳐 흐르는 선술집이다. 세상에 아직도 이런 집이 존재하고 있을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막걸리 한잔 쭈욱~ 들이켜고 돼지껍데기를 한입 베어 물면 정말 뿅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