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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껍데기, 막걸리와 찰떡궁합

돼지껍데기에 막걸리 한 잔... 뿅 가네!
여수 공화동의 말집 해장국집
조찬현(choch1104) 기자
▲ 말집 해장국집
ⓒ 조찬현
말집 해장국, 이름이 참 순박하고 푸근하다. 여수역에서 5분여 거리인 여수 공화동에 위치하고 있는 선술집이다. 지난 25일 남도 맛 기행 중 여수에 들른 맛객(김용철 시민기자)이 그 집을 가자고 한다. 그는 남도 맛 기행 길에 2년 전 한번 가본 적이 있는 그 집을 다시 가기로 아예 작정하고 내려온 듯했다.

메뉴도 생뚱맞다 돼지껍데기다. 주모가 펄펄 끓는 물에 삶은 돼지껍데기를 내온다. 은근한 연탄불에 껍데기 겉 부분이 아래로 향하게 해서 굽는다. 돼지껍데기가 노릇노릇 익어가자 제법 맛깔스러워 보인다.

막 퍼다 주는 넉넉한 인심의 선술집

▲ 여수역
ⓒ 조찬현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여수에 이런 독특하고 신기한 메뉴를 파는 선술집이 있다는 것 또한 처음 알았다. 아마 1960년대나 유행했음직한 음식이다. 돼지껍데기 구이에 대포 한잔, 넉넉한 인심의 주모, 연탄 화덕 몇 개 놔두고 삥 둘러앉아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선술집의 풍경이다.

주모는 "더 필요하면 말해"하면서 막 퍼다 준다. 세상에 아직도 이런 인심의 집이 있나 싶다. 한동안 어리둥절했다. 딴 세상에 온 듯하다.

"일이 없다고 그러네. 살기가 그리 힘이 든다네."

주모는 요즘 사람들의 힘겨운 세상살이를 푸념처럼 얘기하며 뭐 필요한 음식이 있으면 얼마든지 갖다 먹으라고 한다.

"이리 막 줘가지고 뭐 남는 게 있습니까?"
"그러니까 여기 오면 막걸리를 많이 먹고 가야 돼."
"막걸리 한 병에 얼마예요?"
"2천원."
"단돈 2천원이요?"

▲ 박노해 시인과 맛객의, 다녀간 흔적이 액자에 담겨 벽에 걸려 있다.
ⓒ 조찬현
막걸리도 큰 병으로 준다. 안주는 공짜, 거기에다 막걸리 한 병이 2천원이라고 한다. 잘못 알아 들었나 하는 생각에 재차 물었다. 주모가 웃으면서 맞다고 한다.

맛객이 밑반찬을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주모가 한마디 한다.

"서울 양반 밥 좀 줘 보까?"

주모가 공기 밥을 반찬과 함께 먹어보라며 거저 갖다 준다.

돼지껍데기, 막걸리와 찰떡궁합

▲ 노릇노릇 익은 돼지껍데기
ⓒ 조찬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돼지껍데기가 제법 노릇노릇 익었다. 어떤 맛일까? 하며 젓가락으로 살며시 집어 맛을 보았다. 난생 처음 먹어보는 돼지껍데기구이, 맛이 신기하다. 쫀득쫀득하고 씹히는 맛이 좋다. 고기를 먹는 느낌이 전혀 아니다. 그런대로 한 세월 살아 본 사람들이 먹어보면 옛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날 듯하다.

맛객은 돼지껍데기 한 점에 "뿅 가분다"고 말한다. 그래 맞다. 뿅 가는 그런 맛이다. 고춧잎 장아찌와 함께 먹으면 그야말로 뿅 간다.

"우리 이것 좀 더 주세요."
"음식 맛을 아네."
"고기로 말하면 안심 쪽이여~"

맛객이 돼지껍데기를 더 달라고 하자 주모는 돼지껍데기 가슴 부위를 갖다 주며 역시 맛을 아는 사람이라며 맛객을 추켜세운다.

"맛있어요."
"혓바닥까지 넘어가버리네~"

▲ 펄펄 끓는 물에 삶아 내놓은 돼지껍데기와 연탄불에 굽고 있는 돼지껍데기
ⓒ 조찬현
맛있는 돼지기름은 사람의 체온에서 녹는다. 또한 체내의 유해물질과 노폐물을 돼지기름이 씻어내기도 한다.

돼지껍데기는 막걸리와 참 잘 어울리는 안주다. 찰떡궁합이다. 곁들이 음식도 한결같다. 어릴 적 시골집에서 먹었던 어머님의 손맛이 담긴 듯하다. 고향의 맛이다. 요즘 보기 드문 정이 넘쳐 흐르는 선술집이다. 세상에 아직도 이런 집이 존재하고 있을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막걸리 한잔 쭈욱~ 들이켜고 돼지껍데기를 한입 베어 물면 정말 뿅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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