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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바이러스> 예술감독 서희태

<베바> '강마에' 선생님을 만나다

[인터뷰]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예술감독 서희태
조재환 (hohocho)
▲ '강마에의 선생님' 서희태 예술감독 자택에서의 그의 모습, 다양한 액자가 인상적이다
ⓒ 조재환
서희태

일주일의 중간인 수요일과 목요일은 온 국민이 '강마에'의 매력에 푹 빠지는 날이다. 그의 카리스마와 지휘, 좌중을 압도하는 말투가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MBC 수목 미니시리즈 <베토벤 바이러스>(밤 10시 방송)는 MBC <다모>와 SBS <패션70s>를 제작한 것으로 시청자들에게 잘 알려진 이재규 감독의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 쉽사리 시도되지 못했던 클래식을 소재로 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강마에' 역할을 맡고 있는 배우 김명민을 비롯해 이지아(두루미), 장근석(강건우) 등 수많은 연기자들과 실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앞에서 그림같은 화면을 보여주는데한몫한다면, 뒤에서는 이 드라마의 흐름과 음악을 담당하는 예술감독 등이 시청자들에게더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애쓴다.

'서희태'. <베토벤 바이러스>를 즐겨보는, 혹은 관련 기사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이름이다. 오늘날 '강마에'가 탄생하는 데 한몫한 <베토벤 바이러스>의 예술감독이다. 22일, 서 감독을 만나 드라마와 음악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눠봤다.

"2박 3일 연속 촬영... 실제 단원 몇 명은 쓰러져"

현재 드라마 예술감독에 몰두하고 있는 그는, 클래식음악계에선 이미 유명한 존재다. 사단법인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예술감독을 맡고 있고, 서울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로도 활동 중이다. 극중 강마에처럼 큰 공연 경험이 다수 있는 베테랑이다.

그가 예술감독을 하게 된 데는 아내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성악을 전공한 아내가 이필호 음악감독이 진행하는 OST 작업에 참여하게 됐고, 그때부터 서 감독은 이필호 감독과 친분을 쌓게된 것. 이후 <패션70 s> 등의 드라마 음악 제작에 참여했고이것이 축적돼 <베토벤 바이러스> 예술감독을 담당하게 됐다.

이렇게 예술감독을 맡게된 후그는 어떤 느낌일까? 그는 "책임자로서 힘든 점은 없다고 느꼈지만 나름대로 고달픈 면이 있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 신은 드라마 제작진이나 저나 처음입니다. 최상의 화면을 만들기 위해 8대의 카메라와 중계차까지 동원됐죠. 상상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크기입니다. 대규모로 2박 3일동안 연속으로 찍다 보니 실제 단원들 중 몇 명은 쓰러지고 울고 하는 불상사가 나타나 곤혹스러웠죠."

연기자와 제작에 참여하는 실제 오케스트라 단원의 체력 문제가심각했던 것은 그에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고난이 따랐다고 한다.

"초반 시청자들 실망에 가슴 아파"

MBC 수목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 MBC
베토벤 바이러스

"초반 4회 이전까지 시청자들이 단원들의 연주가 진짜가 아닌 듯한 인상이라 실망했어요. <노다메 칸타빌레> 닮았다는시청자게시판 보고 마음이 아팠죠. 드라마를 몇 년 동안이나 제작한 사람들은 저 보고 신경쓰지 말라고 하지만, 가슴이 많이 아팠죠."

시청자들의 반응이 냉소적이자 그는 더욱 더 녹음작업과 정교한 오케스트라 연출에 힘을 쏟았다. 노력이 빛을 본 것일까? 향후 5회가 지나면서 반응이 좋아지자 성취감이 매우 컸다고 전한다.

앞에서 언급됐던 것처럼 <베토벤 바이러스>의 오케스트라 장면은 실제 연주음이 아닌, 녹음이 된 연주음을 사용한다. 왜 즉석에서 연주하는게 아닌 녹음된 연주음이 안방에 전달됐을까?

서 감독은 "실제로 사용되는 드라마 마이크는 실음이 잘 들린다"며 마이크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 그는 "실황공연 방송땐 공연장 내에 달린 카메라로 촬영이 용이하지만, 우리는 드라마를 찍기 때문에 연기자의 다양한 표정과 감정이 필요하다"고말했다.

즉 너무 공연실황에 치우친 화면이 나가면, 배우의 모습이나 감정을 잡기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이 상황을 없애기 위해서는 여러 대의 카메라가 여러 컷을 찍어야 한다고 서 감독은 전했다.

"이렇게 배우들의 감정이나 표정을 잡다보면 한 번에 찍기 어렵죠, 클래식은 흐름의 끊김없이 한 번에 마무리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여러 컷을 나누어서 연주하는 모습에서 나오는 감정 컷을 하나로 모으면 음악이 끊기고 갑자기 빨라지는 현상이 생깁니다. 그래서 사전 녹음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청자에게 끊기는 음악을 들려줄 수 없기 때문이죠."

서 감독이 설명하는 오케스트라장면 제작 과정은 정말 힘든 작업이었다. 그는 이어 열악한 드라마 제작 현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경비 부분이 충족되지 못한 게 아쉽죠. 거의 1년여 전부터 시작한 드라마가 <베토벤 바이러스>입니다. 여러 가지 준비로 6개월 정도가 소요됐습니다. 그만큼 사전 제작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거죠."

"김명민, 실제 팔에 무리 올 정도로 열심히 지휘"

드라마의 한 장면.
ⓒ iMBC
베토벤 바이러스

서희태 예술감독은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도 드라마의 반응이좋으면 밤을 새면서 녹음 작업을 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열정을 품을 수 있었던 데는이재규 감독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어느 국내 드라마도 시도하지 못한 부분이라 처음에 반대했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그를 믿게 됐고 잠을 줄여가면서 일하고 있죠. 이제 그 보람이 나타나고 있다고 봐야죠."

서 감독은 드라마에 출연 중인 배우들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주연과 조연을 구분하지 않고 배우의 열정에감동했다고 전했다.

"김명민씨는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너무 잘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만하자고 말할 정도로 지휘에 힘을 쏟습니다.드라마에서 나온 것처럼 지휘자들도 지휘에 열중하면 팔에 무리가 생깁니다. 실제로 김명민씨는 팔에 무리가 올 정도로 정말 열심히 지휘를 했죠."

그는 또 장근석과 이지아에 대해서도 호평했다. 서 감독은 "장근석은 드라마에 가장 늦게 캐스팅된 사례라 레슨도 없이 트럼펫 연주를 해 어설프다는 시청자 반응이 나오기도 했지만,처음엔 미비하나 끝은 창대한 '강건우' 역할을 위해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더 혹독하게 레슨을 받고 있고, 기량이 늘었다"고 말했다.

서 감독은 바이올린을연주해야 하는이지아를 상당히 걱정했다고 했다.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는 흉내를 내기가 힘들기 때문.

"이지아씨에게 바이올린 연주를 시키면서 정말 망설였습니다.연주 경력이 없는 사람이 바이올린 음에 맞추어 흉내를 내는 것도 어려운데…. (이지아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계속적인 레슨을 받고 향상된 기량을 보여줘정말 감사합니다."

"유명한 지휘자 음악, 지겹고 대중성 없다"

<베토벤바이러스> 시향 오디션 장면에 카메오로 출연한 서희태 예술감독.
ⓒ MBC캡쳐
베토벤바이러스

서희태 감독은드라마 6회 때시향 오케스트라 오디션 장면에 심사위원으로 카메오 출연했다. 그 당시 연기자들과 관계자의 호흡이 잘 맞아 별다른 NG 없이 마무리돼 재미있었다는 그는, 처음에 '강마에'의 경쟁자이자 극중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환' 역을 맡아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저로서 정말 하고 싶은 배역이었죠. 예술감독을 처음 맡고 동시에 받은 제안이라 승낙하려고 했지만, 처음 제작에 참여하는터여서 예술감독의 비중을 잘 몰랐었습니다.결국 다른 분(김영민)이 맡게 됐지만, 향후 카메오로 출연했을 때 즐거웠죠. 그 후 '연기도 음악과 같이 창조 능력과 예술적인 감각이 있어야 하는구나'란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 예술감독 말고 그가 품고 있는꿈은 무엇일까?그는 클래식 전도사 역할을 제대로 하고 싶다고 한다.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휘자가 우리나라에 많지만, 그들의 음악은 너무 지겹고 대중성이 없다는 생각도 밝혔다.

"드라마에서 클래식을 연주할 때 제목도 첨부됐으면 좋겠다고 하는 게시글을 봅니다. 그러나, 우선 클래식은 즐거워야 합니다. 제목을 몰라도 시각적, 청각적으로 만족을 얻었다면더 좋은 거 아닐까요?"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드라마에서도, 즐겁고 대중성이 넘치는 공연이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희태 감독은 26일 이후 SBS 라디오 개편으로 새롭게 찾아오는 박소현의 '러브게임' 주말 클래식 코너에서 즐거운 느낌의 클래식 코너를 진행할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