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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에 본거지를 두고 활동 중인 수지침 봉사단 안승재 대표(37)를 만나기 위해 파주여성회관을 찾았다. 그곳에서 그는 일반인들을 상대로 수지침 강의를 하고 있었다. 강의가 끝나자 그는 인사를 나눌 새도 없이 바쁜 걸음으로 한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들어간 지 5분 정도 지나자 안씨를 비롯해 너대섯 명의 봉사자가 함께 나오며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후배 기자와 동행한 기자는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선생님 식사 벌써 다 하셨어요?” “하하하, 생활하는 게 늘 그렇습니다”라며 안씨는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러한 모습에서 그들이 봉사활동을 위해 얼마나 바쁘게 생활하는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선생님, 인터넷에서 일정을 보니까 주말에 쉬는 날이 없던데 그럼 언제 쉬세요?” “네, 지금처럼 이동하는 시간이 주로 쉬는 시간입니다.” 안씨는 이처럼 수지침 봉사를 천직으로 생각한다.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직업을 선택하지도 않았다. 종종 기업체나 다른 곳에 수지침 강의를 나갈 때 강사료를 받기도 하지만 큰 돈은 안 된다. 혼자 살아가며 봉사활동 하는데 필요한 정도의 돈만 있으면 된단다.
그러나 안씨가 강조하는 다른 이유가 있다. 아들이나 며느리 혹은 손자손녀가 함께 배워 그들의 부모와 조부모 등과 마주앉아 손에 수지침을 놓는다고 가정해보자는 것이다. 이럴 때는 수지침으로 병을 고친다는 의미보다는 자식과 부모 사이에 대화의 창을 열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수지침을 이유로 어머니, 아버지의 손을 한 번 더 잡게 되고 또 정을 더욱 돈독히 하게 되고…. 며칠 후면 설 명절이지만 사실 명절 때 모이면 여자들은 부엌일, 남자들은 텔레비전 앞에만 모여 밋밋하게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은가. 이럴 때 수지침이 효자 노릇을 독특히 할 수 있다는 게 안씨의 설명이다. 이처럼 깊은 뜻이 숨어 있을 줄 기자는 상상조차 못한 터였다.
이날 봉사 팀은 앉은 자리에서 무려 세 시간 동안 할머니들에게 쑥뜸을 해줬다. 공동경비구역인 탓에 후배기자와 필자는 건물 바깥마당에도 나가지 못하고 매콤한 쑥 연기에 한참동안 눈물을 쏟아야했다. 이런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즐거움으로 봉사활동을 펼치는 봉사 팀을 보면서 ‘봉사활동도 대단한 의지 없이는 안 되는 것이구나’하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 봉사를 마치며 돌아오는 길, 꽁꽁 얼어붙은 임진강을 건너면서 기자는 안승재씨에게 힘들지 않았냐고 물었다. “왜 힘이 안 들겠습니까? 그렇지만 힘이 많이 드는 만큼 일에 대한 보람도 그만큼 더 커지기 때문에 더 힘을 들여 수지침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집니다.” 앞으로 그에게 꿈이 있다면 ‘수지침 센타’를 만드는 것이란다. 1층에는 차를 마시며 수지침을 놓을 수 있는 ‘수지침 카페’, 2층에는 봉사자들이 묵을 수 있는 쉼터, 그리고 3층에는 수지침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실을 수지침 센타 안에 만들고 싶단다. 그리고 젊은데 몸이 불편해 제대로 사회활동을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수지침을 놓고 싶다는 그. 그의 작은 침이 아픈 사람들에게 큰 힘과 용기가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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