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는 별이 되고 땅에서는 샘이 되며, 인간 세상에서는 고을도 되고 나라도 되며, 성인이라는 둥 현인이라는 둥_1) 무궁토록 덕망을 칭송받는 것은 오로지 술밖에 없지요. 나는 평소에 술을 좋아하여 술이 아니면 울툭불툭한 성질을 가라앉힐 길이 없었지요. 그러나 집이 가난하여 술을 늘 얻지는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술 마시는 고상한 분위기를 이해하는 자로는 세상에 나보다 나은 이가 없을 겝니다.
술에 취해서는 기세가 호탕하고 등등하여, 얻는 것이나 잃는 것이나 매한가지로 보았고, 귀한 처지나 비천한 처지나 가리지 않았으며, 오래 살거나 일찍 죽거나 똑같이 취급하였습니다. 천 길 높이로 날아가는 봉황도 내 눈에는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고, 낮은 나뭇가지 끝에 둥지를 튼 뱁새도 내 눈에는 그리 낮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꿈길을 헤맬 때에는 까마득하고 어슴푸레한 상태에서 왼손으로는 부구(浮丘)를 잡고, 오른손으로는 홍애(洪厓)의 어깨를 치면서_2) 이무기에게 멍에를 지우고 두루미의 등에 걸터앉습니다. 신선들이 모여 사는 열 곳의 선경(仙境)과 삼신산(三神山) 사이를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라 바람을 타고 훨훨 노닐면서 되돌아올 줄을 모르지요.
그런 뒤에 슬픔이 찾아오면 훌쩍훌쩍 울고, 기쁜 마음이 들면 워이워이 노래를 부릅니다. 하고픈 말을 거침없이 내뱉고 욕설도 퍼붓기에 남들에게 미친놈이란 소리도 듣고, 소리 높여 노래하고 일어나 춤을 추며 흥에 겨워 즐기기도 하지요. 죽림칠현(竹林七賢)에 내가 빠져 여덟 명이 되지 않았고, 술 잘 마시는 신선 여덟에 내가 빠져 아홉이 되지 못했지요_3). 저는 부귀한 공자와 점잖은 처사를 뽕나무벌레인 양 하찮게 봅니다.
그러나 술을 즐기는 사람이 본래부터 시름에 젖고 곤궁한 선비가 많은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굴원(屈原)은 유배당한 죄인으로서 “뭇사람이 모두 취해있지만, 나만은 홀로 깨어있다.”고 말했는데, 세상을 풍자하려는 숨은 뜻이 있는 말에 불과하지요. 계수나무 술과 산초 술이 〈구가(九歌)〉에 나타난 것을 보면, 굴원이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말하기 어렵지요. 그런 까닭에 술을 실컷 마시고 《이소(離騷)》를 읽어야 명사(名士)라고 부를 수 있는 거지요.
공자님은 주량은 한계가 없었으나 주사를 부리는 데까지 이르지 않으셨다니 진채(陳蔡) 사이에서 곤액을 당한 때에 있었던 일이 아닐까요? 내가 비록 그 정도로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하나 바라기로는 공자님을 배우는 것이지요. |